바비(2023)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온건하게 나와서 조금 다른 의미로 놀란 케이스.
모범적인 길을 택했구나 싶고.

난 어렸을 때 바비라는 인형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우리 땐 이런 형태의 인형을 전부 “마루인형”이라고 불렀으니까.
심지어 내 주위에선 이런 인간형 인형을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었고(부잣집 애들만 가질 수 있었지, 사실) 나는 종이 인형 파였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것이 그렇듯이
존재와 해석 모든 것이 모순투성이라고밖엔 할 수 없는 존재를
어찌 보면 한물 간 – 성별 반전 세계 –  소재와 결합시켰으니
아무래도 ‘영화 자체’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긴 하다.
몇 번이고 말했지만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 인간들이 많다는 것도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것도 많이 서럽고.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못 알아듣는 인간들이 많다는 게 최악이겠지.

모두가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생글생글 웃는 분홍색 화면 속에서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농담이 나올 때마다 통쾌하면서도 영화가 끝나 환상이 깨진 바비월드처럼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면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몇 년 전 넷플에서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 바비 편을 봤기에 거기서 얻은 배경 지식이 영화를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걸 먼저 보고 가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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