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왕”

기대와는 조금 달랐는데, 모험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전부 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다지 전복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고, 다만 첫 번째 연작은 처음에 흔한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진행될수록 결말이 어디로 흘러갈지 잘 보이지 않아 흥미롭게 충격적이었다. 역시 공포 쪽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이 나 역시 어릴 적 아버지께 “네가 커서 우리 집안 이야기를 쓰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가족묘에 갔다가 전쟁이 끝나고 가세가 기울어 결국에는 집안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조각조각 넘어갔다는 옛 집터를 앞에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한참 후 머리가 좀 굵어졌을 때, 참 아이러니한 말씀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버지는 대가족의 막내이고 나 역시 그런 아버지의 늦둥이 막내이기에. 아마도 우리는 직접 겪은 것보다 옆에서 피상적인 부분만 보거나 귀로 들은 것이 더 많은 이들일 것이라. 그래, 어쩌면 그런 입장이 더욱 자유로울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정말 금세 후루룩 읽었다. 요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아 이렇게 매끄럽게 책장이 넘어간 게 얼마 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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