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극장행.
원체 크리스티 류의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작품인데
기대만큼 잘 나왔다.
이른바 대저택 추리물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기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이는 탐정을 – 지독한 남부사투리 때문에 외부인으로 보이는 – 가져다놓고는
익숙한 플롯의 앙상블 추리물, 나아가 스릴러물을 만들어놨는데
그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메시지 자체가 워낙 노골적이고
천연덕스러워서 웃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보는 내내 라이언 존슨 이렇게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자기 욕하던 애들 대놓고 비웃어도 되냐!! 키득거리느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범인을 초반에 밝혀서 방향을 틀어버린 게 아주 유효한 전략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그게 아니다보니.
라스트 제다이가 이 감독한테는 경력에 있어서나 개인적인 배짱에 있어서나 좋은 쪽으로 작용했네 싶어.
다만 탐정이 눈에 띄는 듯 안 띄는 듯 하다가 활약을 하긴 하는데
여전히 별로 안 어울리는 자리에 앉아 있는 듯이 보인다.
혼자만 이질적인 조각이라 – 심지어 경찰도 적절해 보이는데
그가 영화 밖에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만
문득문득 과장이 좀 심해서 이입을 방해해.
주인공인 아나 데 아르마스 배우가 인상적이었고
토니 콜레트에게 저런 역할이라니 정말 미쳤나봐, 낄낄낄
등장할 때마다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어.
크리스토퍼 플로머와 프랭크 오즈가 아직도 저렇게 정정하다는 게 내 눈으로 보면서도 좀 믿기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는 역시 이런 역이 적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