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즐거웠어요.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마블 영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피터의 연령층이 내려가니 확실히 디즈니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군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홈커밍”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디즈니 채널의 청소년용 방송 프로그램을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발랄한 학원 변신물에는 뼈가 굵은 제작사고,
거기에 영화의 특성상 표현적으로 더욱 다양해진 허용범위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물만난 물고기죠.
익숙한 틀 안에 있지만 그만큼 MCU의 변주가 있어
적정선에서 즐거움을 이끌어냅니다.
캐스팅을 보면 마블이 스파이더맨이 집으로 돌아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더욱 실감나고요.
울트론에도 안 나온 기네스 펠트로를 데려오다니.
캡아도 출연시키다니.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던 탓에
첫 화면에서 마이클 키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배트맨-버드맨-벌쳐로 이어지는 고리를 생각하고
폭소할 뻔 했어요.
아, 캐스팅 장난 그만해 인간들아.
[같이 영화보신 분이 버드맨 딸내미가 에마 스톤이고 캐런의 성우는 제니퍼 코넬리라고 한방 더 날려주시더군요.]
그리고 새삼, 제가 어린애보다는 중년 취향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벌쳐 밖에 안 보여.
이것저것 기워 만든 투박한 날개도 멋진데[팰콘 따위 비교도 안돼!!!]
발톰! 발톱!! 애를 들었다놨다 하는 발톱!!!
거기다 마이클 키튼 웃을 때마다 슬프고 무서워. 으허
솔직히 진짜 오랜만에 본 마음에 드는 악당이었어요.
제가 사실 안경을 아직 안 맞춰서 화면이 아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벌쳐 나올 때마다 좋아서 까무라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두번 볼 것 같지는 않네요.
귀엽고 사랑스럽고 창고에서 진정한 영웅으로의 각성 장면이 정말이지 굉장히 좋았는데.
메이 숙모의 역할은 별로였지만.
참 즐겁고 재미있게 본 것과는 별개로, 내가 예전 시리즈들을 이런 이유로 좋아했구나라는 생각도 새삼 하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었어요. 마이클 키튼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 게, 세상없이 사람 좋은 웃음 한편으로 보는 이를 소름끼치게 만들 수 있는 배우가 그리 많을 것 같진 않단 말이죠. 다음 작품에선 ‘수트’에 너무 기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칫 너무 아이언맨이랑 이미지가 겹쳐버릴 것 같아서… (시빌 워 전이었다면 이것도 무시무시한 복선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미 그것도 아닌지라)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연령이 대폭 하향조정되는 바람에 적응이 좀 어렵긴 했는데, 이런 분위기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 MCU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풋풋하고 상큼한 분위기 덕분에 개성도 확보한 것 같고요.
마블 로고 나오면서 오래전 음악 깔아주는데 정말 반갑더군요.
아, 무슨 말씀이신지 너무 정확하게 알 것 같아요. 전 스파이더맨은 2,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라서 이건 그냥 두 시간 즐겁게 보고 끝! 이라는 느낌더라고요. 그리고 이 글에서도 말했듯이 코믹스의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디즈니 방송 채널의 십대 변신물 같은 느낌이었고요. 다른 이야기지만 전 이번에 토니(마블)의 수트 디자인 능력에 심히 의문을 표하는 바입니다. 어쩜 이렇게 촌스러울 수가 있죠 ㅠㅠㅠㅠㅠㅠ 어차피 CG할 거니까, 하고 만든 건가 ㅠㅠㅠㅠㅠ
아 맞아요, ‘디즈니 방송 채널의 십대…’란 대목에 참 공감되는 게, 기존 시리즈에서 다뤘던 학교랑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플래시 톰슨의 출신성분(?)을 바꾼 건 썩 달갑지 않았습니다만) 저도 기존 작품 중 베스트는 말씀하신 두 작품을 꼽아요. 스파이더맨 2의 전철 장면과 어메스파의 크레인 징검다리 놔 주는 장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도와주는 대목이 ‘그래, 어떤 의미론 이게 스파이더맨이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는데, 홈커밍은 이런 감흥이랑은 아예 거리가 좀 있다 보니 기존 작품에 대한 향수(?)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눈은 좀 괜찮으신가요? 무더운 여름이라 몇배는 더 갑갑하게 느껴지실 것 같은데 모쪼록 건강 유의하십시오)
눈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시력이 완전히 고정되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이제 초점을 맞추는 데도 많이 익숙해졌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홈커밍은 정말 ‘아, 스파이더맨이야!’ 라고 할만한 트레이드마크 장면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죠.
그저 MCU의 한 세계라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그 점이 상당히 많이 아쉽습니다.
게다가 버드맨에서 마이클키튼 속 긁어대는 젊은 유망주 역이 에드워드 노튼입니다.
보다보면 진짜 초현실적인 개그가 머릿속에서 계속 솟아나는 기분
요즘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영화가 많아져서 그런지, 히어로 영화가 많아져서 그런지 배우들 캐스팅 장난이 좀 심하더라고요. 많이 겹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