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 덴치와 스티브 쿠건.
어린 미혼녀였던 50년 전 수녀들에게 아기를 빼앗긴 할머니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입양된 자식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종교와 얽힌 사회문제가 주제이긴 하나,
기본적으로는 오랜 비밀, 무엇보다 죄책감을 간직하고 있었던 할머니와
세상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는 닳을 대로 닳은 중년 기자의
‘로드무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담을 나눌 때마다 저도 모르게 피식거리게 되어요.
게다가 둘다 괜히 영국인이 아니라 얼마나 씨니컬한지.
필로미나는 정말…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바보같고 순진한 할머니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합니다.
그래서 식스미스는 더더욱 수녀들을 용서할 수 없었겠지요.
용서가 그녀의 몫이라면 분노 또한 다른 누군가의 몫이 되어야 하니까요.
50년 전의 아일랜드.
이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다지 생각보다 멀리 오지 않았다는 사실도요.
덧. 불의의 사고로, 비극으로, 미숙한 대처로
죽어간 어린 고등학생들을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