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오면서
사실 제일 걱정했던 게 콩쥐였습니다.
미오야 처음 저희집에 왔을 때에도
콩쥐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녔던데다 손님들한테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성격이라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콩쥐는 제가 농담삼아 ‘자폐증 고양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간이나 고양이 양쪽 모두에 대한 반감이 심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4인가족+포메라니언 강아지 한 마리의
동거인이 늘어나기로 결정되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콩쥐가 받을 스트레스를 어떻게 하냐”는 거였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순조롭습니다.
콩쥐는 첫 며칠 동안 예상했던 대로 제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피해 밥은 먹고 화장실에 갔다 오더라고요.
일부러 제 방에서 화장실로 가는 공간을 폐쇄적으로 만들어놓기도 했고요.
그리고 제 책상 위에 상자를 하나 마련해놨더니만
한 이틀 전부터는 낮에도 침대 밑에서 나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가족들이 거실 불을 끄고 각자의 방으로 잠을 자러 들어가면
침대밑에서 나와 거실 마실을 돌기도 하고
다른 식구들이 제 방에 들어오면 쏜살같이 침대 밑으로 도망가던 때와는 달리
방 저편에서 사람들을 빤히 쳐다본다는 제보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싫어도 이 사람들+동물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도 더 나아지겠죠.
아니 그래야죠. ㅠ.ㅠ
미오는…
미오는…정말 대단합니다.
이사 온 다음날부터 제 방은 물론이요 온 방과 거실과 심지어 새 식구들의 침실과 침대 위와 책상을 휘젓고 다니며 “내 세상이요!!”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강아지? 훗, 그게 뭐람.
사람? 훗, 내가 조금만 뒹굴어줘도 예쁘다고 비명을 질러대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아니한가!!!
포메와는 서로 내외하며 무시하는 단계에 있긴 하지만
미오의 붙임성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여
새 식구의 가장인 사촌 오라비가 “저 놈은 염치가 없구나!”라고 표현하기조차 했습니다.
아니, 진짜.
강아지가 잠자고 있는 방, 그러니까 개가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심지어 제가 들어도 짖어대는 방에 들어가
태연하게 새 식구들의 물건들과 방구석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이 집 전체가 자기 것이라는 전제 하에
아침, 저녁, 새벽마다 방방곡곡 마실을 돕니다. -_-;;;;;;
심지어 사람들 침대에도 파고들어서 자다가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으어.
무서운 놈. ㅠ.ㅠ
그리고 새로 동거하게 된 이 포메 녀석은,
미오, 그리고 심지어 콩쥐에게도 짖지 않으면서
저만 보면 왈왈 뒷걸음질치며 도망갑니다!
야, 이 나쁜 놈아!!!
간식을 내밀면 간식을 받아먹은 다음
그리고 다시 꼬리를 말고 왈왈 짖으며 도망갑니다.
야!!!
어쩌면 콩쥐가 이 집에 적응하는 것보다
포메라니언이 제게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흑.
포메가 그대를 무서워한다니까 왜 웃음이 나오지.. 헐헐. 강아지가 섬세하네. ㅎㅎ 미오 정말 대단하다. 콩쥐도 적응하고 있다니 다행이네.^^
강아지가 소심하고 섬세해. ㅠ.ㅠ 게다가 처음엔 겁을 너무 집어먹어서 나한테 꼼짝도 못하고 벌벌 떨더니 요즘엔 반항하는 것이!!!
식구가 많이 늘었네요,,,,시간이 지나면 포메와 미오가 함께 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콩쥐는 거기까지 기대하는건 무리겠죠?
아주 많이 늘었지요. 저는 이런 공동생활이 익숙치 않아 차차 적응 중입니다. 흑흑, 미오는 그게 가능할 것 같은데 콩쥐는 정말 안될것 같아요. ㅠ.ㅠ
생각보다 콩쥐가 잘 견디고 적응하고 있네요. 대견해요!!!
미오…
음…
무서븐 녀석…쩝. 개냥이 수준을 넘어섰어요.ㅋㅋ 포메 녀석은 또 왜 그런답니까. 마지막에 빵 터졌어요.
그러게요. 그나마 정말 콩쥐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약간 안심이 됩니다. 미오야 뭐 말이 필요 없고요.
포메는…점점 더 그 짖는 강도가 심해지고 있어요. 정말 너무합니다. ㅠ.ㅠ
포메는 미오가 자기 영역까지 침범하니까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 아닐까요?
미오를 자기 가족이 좋아라 하니까 미오한테는 어떻게 못하겠고 데려온 인간한테 화풀이하는;;;
그나저나 오래가기 전에 멍뭉이와 친해지는 방법을 알아보셔야 할 듯.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제가 냥이들 주인이라 싫어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안그래도 요즘 미오한테 살짝 질투를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왜 미오한테 안 그러고 저한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