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기본 모드가 우울이라 조심해야 하는데
바닥을 치고 있어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사서 고민을 하는 타입이라
그런 거기도 한데
[그래서 최대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지금 이 모양 이꼴]
수습이 안 되네요.
심정이야 어찌되었든
머리로는 그게 투정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아니, 일단 이런 상태에서 저런 걸 평가하고 있는 게 정상이긴 한가? -_-;;;;
아, 제길. 문제 있어요. 쳇
보통 살다보면 스트레스에 내성이 생겨야 하지 않나요? ㅠ.ㅠ
왜 점점 취약해지는 거죠? 엉엉.
(토닥토닥)…스트레스엔 내성이 아니라 내상이 생깁니다. 인지하지 못하게 누적되죠. 뭐, 투정이란 걸 알면서도 부려야할 땐 부려야 하는 겁니다!! ㅜㅠ
투정은 부릴때 부리셔야 합니다 안그러면 화병나요 ㅜㅜ
보통 스트레스는 내성이 생긴다거나 역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고요.
스트레스는 내성이 아니라 축적입니다. 위험위험.
저도 사서 고민하고 사서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라서, 그렇게 바닥친다는 의미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윗분들 적어주신 것 처럼 스트레스는 삭힐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터질 때까지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지. 루크스카이님 글을 보면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다라고 확실히 따지실 것 같지만, 원래 섬세한 분들이 그렇듯이 직접 그런 걸 쉽게 어디다 퍼붓거나 쏟아내실 분은 또 아닐 것 같고 ;ㅁ;
예전엔 아예 생각할 틈 자체를 막아버리려고 매진할 걸 찾아서 일이든 뭐든 주구장창 붙들고 집요하게 들이파는 걸로 회피했었습니다만, 나이 먹을수록 일단 그럴 만한 체력이 받쳐주질 않는데다 결정적으로 그러다 조금이라도 시간이나 생각의 틈이 생기면 순식간에 정말 무너질 지경까지 가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생전 남한테 싫은소리 잘 못하던 사람이지만 이따금 우리 사장하곤 언성 높여 가며 대거리도 하고… ㅠ ㅠ (그런데 이건 별로 좋게 푸는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이런 감정소모는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갈수록 강도가 세 지는 것 같아서)
제딴에 제일 무난(?)한 해소법은 수다인데, 이건 결정적으로 어지간히 막역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차마 이것까진 내가 남한테 얘기 못하겠다’싶은 심리적 저지선 같은 게 있고… 최근 몇달간은 조금 많이 걸었어요. 한동안 스트레스가 임계점까지 올라가 있을 때는 두시간 세시간도 걸었고, 요즘도 매일 회사에서 신도림역(40분정도 걸려요) 내지는 영등포까진 걷습니다. 어느순간 생각이 머리속까지 차오르면 이따금 저도 모르게 앞에 없는 상대를 향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건 어째 좀 미친놈같긴 하지만, 한적한 도림천을 걸으면서 어떤 식으로든 몸을 쓰며 이동하는 동안 감정도 가라앉고 어느정도 생각도 정리가 되는 건 좋더군요.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실제로 사정만 허락한다면 적당히 몸을 움직이는 게 심적인 스트레스 해소에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보통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들 합니다만 그게 말처럼 쉬워야 말이죠. 아니 뭐 ‘오늘부터 스트레스 안녕~’하면 사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갑자기 무신경해지는 것도 아니고 말예요 ㅠ ㅠ
전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울증으로 오고, 그걸 ‘혼자’ 풀어야 하는 성질이라서 그때그때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악순환이되지요. 그런데 정말 비밀글님 말씀대로 생각할 틈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면 더욱 심각해져서 헤어나올 수 없을 때까지 간단 말이죠. 여튼 그래도 역시 혼자 쳐박히는 거 보다는 계속해서 외부 자극을 받는 게 좋겠죠? 죄책감 같은 거 받을 필요 없이. 다행히 냥이들도 있고.
다들 걱정어린 충고 감사합니다.
요즘 계속 위로만 받고 있군요.
….음, 그러니까 그냥 위로를 받으면 되는데 그놈의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잖아. 이렇게 불평하면 안돼!’가 자꾸 끼어들어오는 게 확실히 문제네요. 흐, 걍 감사히 받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