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1부와 2부.
몸을 가눌 수 없는 우울증과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행성.
둘 다 정상이 아닌 상황이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이지.
땅을 파고 숨을 수도 없고 멀리 도망갈 수도 없어.

결국은 무기력함으로 귀결된달까.

두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이 덮치는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
다른 것들로 꽁꽁 감싸고 무장한 이들은 오히려 겁쟁이에 불과하고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자들만이 남지.

1부와 2부는 따로따로 보는 맛이 있는데
솔직히 그 긴 인트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

안 그래도 어젯밤에 내 우울증세에 관한 글을 길게 썼다가 파기한지라
그런 우연의 일치가 재미있을 뿐.

원래 모든 정신병은 원래 정도의 차이인지라
특정한 한계를 넘어섰을 때에만 병명을 얻는데
가끔은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게 참 다행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가끔은 아예 한쪽으로 치우쳤더라면 차라리 편했을걸 하고 생각할 때가 있지.
학창시절 두 세계 사이에 끼어있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어.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딱히 정확하게 짚어내지는 못해. 
모든 게 정상치 내에 있고,
분명 용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데
그럼에도 낯설다고 하지.
 
친한 친구 녀석이 언젠가 내게

내가 자기가 아는 한 우울함과 경계선이 가장 없는 인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난 당연히 모든 사람들의 디폴트 상태가
우울함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고.

거짓말이 아냐?
두려워서 솔직하지 못한 게 아냐?
내숭 떠는 게 아냐?

모든 사람들이 다 나같을 거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하더군.

아, 맞아.
생각해보니 바로 그 사람들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맞추기가 이토록 힘든 거였지, 참.

아아, 하지만 지금의 내겐
이거보다 훨씬 우울한 게 필요해.
이건 우울한 축에 들지도 않았다고.
오히려 희극의 기미마저 보였는걸.
게다가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잖아.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