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럴 때 제가 사실은 얼마나 내심 낭만적인 인간이며,
아무리 겉으로는 이성이, 냉정이, 차분한 관찰자가 어쩌고 해도
결국엔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를 좋아하는거야, 하고 깨닫게 됩니다.
시대적인 배경은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이걸 읽다보면 아무래도 제가 아는 몇 안되는 이쪽 시대물인 ‘로마 명탐정 팔코’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팔코를 좋아하는 것만큼 이 녀석은 그럴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다시 저 위의 결론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분위기가 정말 정반대라고 할만큼 다르네요.
물론 1인칭 주인공의 성격이 워낙 다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습니다만.
1, 2권은 워낙 내용이 어두운 데다 어딘가 약간 허술한 느낌이 들어요.
불안한 상태에서 잠에 빠질 때마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묘사는
그 시대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서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지나치게 반복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2권의 크라수스보다는 1권의 키케로에 대한 묘사가 더 마음에 드는군요.
키케로는 이제 갓 시작한 3권에서도 다시 묘사되는데
주인공의 평가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2권에서는 시빌레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 2권은 왠지 모르게 약간 미흡하다는 기분이 든 반면
아직 잡은 지 얼마 안 된 3권은 처음부터 마음에 듭니다.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필력이 늘어서인지 들뜬 기분이 사라지고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거든요. 이번 이야기는 어찌될지 기대해보려고요.
[비록 3권부터는 종이가 바뀌었는지 티가 날 정도로 무거워졌습니다만.]
덧. 얘는 공화정 말기, 팔코 시리즈는 제국 초기.
물론 팔코는 공화정 지지자였긴 했습니다만,
로마의 묘사를 읽으면 공화정 말기쪽이 훨씬 지저분하고
제국 초기 쪽이 아무래도 좀 더 활기차고 빠릿하지요.
……제가 여기서 스타워즈를 연상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겁니다, 그렇겠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