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로마시절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체스터입니다.
슈루즈버리에서 기차로 한시간 반 남짓 밖에 안 걸려요.
딱 제가 좋아하는 적당한 크기의 도시라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구나 날씨가 끝장으로 좋았죠.
영국 성들은 대부분 해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쪽 애들은 로마에서 직속으로 내려온지라 건축물들이 거의 다 네모반듯 합니다.
척 봐도 실용적으로 보이죠.
건축양식 이름 따위 저는 무식해서 몰라유. ㅜ.ㅜ
이쪽은 체스터 성당. 안뜰 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칙칙하지만 멋지더군요. 이쪽도 역사가 500년이 넘었던 것 같은데….에잇, 다 까먹었어요.
이 성당은 화려하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엄숙하거나 경건하다기 보다, 끄응, 뭐랄까 ‘엄격한’ 느낌이 있어요.
영국은 까마귀의 천국입니다.
아니, 까마귀는 물론이요, 온갖 새들이 아주 판을 벌여놓고 있어요.
산도 많고 들도 많고 특히 가는 곳마다 강이니 호수니 물이 많아서인지 온 도시를 오리와 거위들이 꽥꽥거리며 활보합니다. 가방에서 뭔가를 부스럭거리며 꺼낼때마다 쏜살같이 달려오죠.
하여간 어딜가나 오래되고 어둡고 죽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교회와 부속 묘지,
교회를 둘러싼 나이 많은 나무들에 까마귀들이 빽빽이 올라 앉아 지저..아니 노래를 불러대는 걸 보고 있으니 왜 그리 유령 이야기가 많은지 알 것 같기도 하더군요.
성당 안쪽 뜰의 분수대.
도시 주위를 옛 로마 성벽이 둘러싸고 있는데, 산책로로 이용됩니다. 대충 서울의 사대문을 기점으로 옛 수비용 성벽이 둥그렇게 그대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성벽을 한 바퀴 도는 데 반나절이면 되더군요.
오르락 내리락 계단도 있고요.
군데군데 보초탑도 남아있습니다. 물론 무너진 곳이 없다면 말이 안 되겠죠.
도시에 강이 흐르는데다 워낙 오래된지라 붉은 벽에는 초록색 이끼가 잔뜩 끼어있습니다.
중간에 거리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더군요.
성벽을 걷다 보면 시내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됩니다.
10월말이었는데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서쪽 애들이란. -_-;;;
게다가 들은 바에 의하면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다시 곧장 부활절 준비에 들어간다고.
어이, 어이!!!
그치만 영국의 박싱데이에는 아마존마저 미친듯이 할인을 한다고요, 엉엉엉.
연말이라 제가 돈이 없어서 그렇지. ㅠ.ㅠ
똑같은 자리를 밑에서 찍은 사진이어요. 저 다리 위, 시계 밑을 지날 수 있거든요.
이게 다리 위에서 찍은 시계탑.
번화가 광장의 중심이라고 할 기둥. 쟤만 어디 있는지 알면 길 찾기가 쉬워집니다. 흐흐.
영국 어딜가나 시내 한가운데 있는 막스 앤 스펜서.
지방마다 그 쪽 특색을 살리는지라 건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이건 시내에 있던 다른 교회. 한 도시 내에서 교회의 건축 형태가 비슷비슷하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이에요. 새로운 교회를 건축할 때 일부러 그런 걸 고려하는 걸까요.
묘하게 유럽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아니, 물론 영국도 유럽이긴 한데, 대륙 본토와는 좀 다르잖습니까.
그런데 체스터는 그 대륙의 분위기가 좀 있어요.
그렇지만 소박합니다. 살기에는 이런 곳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아아;ㅅ; 사진만 봐도 좋습니다. 정말 가고 싶어요. 우리나라도 옛날 집들 다 고대로 놔뒀어야 했는데 다 밀어버리고! 바보같은 잉간들! ;ㅅ;
저도 사진을 멋지게 찌고 여행기도 자세하게 쓸 수 있음 좋을 텐데 말이죠. 뭘 기록하는 걸 귀찮아하는 바보인지라. ㅠ.ㅠ
울 나라는 식민지와 전쟁이 아무래도 컸으니까요, 크흙.
오오 날씨…. 사진만 봐도 좋다는 걸 바로 알겠네요. 요즘 날씨가 너무 꿀꿀하다보니 저 하늘들만 봐도 기분이 상쾌해지는군요. ㅠㅠ
저 날은 정말 날씨가 좋았어요. 여행 내내 하루 맑았다 하루 흐렸다를 반복했지요. 전체적으로는 흐린 날이 더 많았긴 한데, 그래도 비가 안 내렸다는 걸 위안삼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곤도르의 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ㅠ.ㅠ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씨운이 좋으셨네요. 옛 건물과 조화도 보기 좋고 감각도 멋져요. 꼭 외쿡이 멋지다는 건 아니지만 우린 너무 왜곡된 서구 이미지(+일본식)를 좇다보니 세월이 갈수록 촌스러워지는 거 같아요. 멋스럽다는 느낌이 없네요.ㅠㅠ 적산가옥 같은 건 한국식과 결합된 형식이라 근대 역사를 품고 있는데 이것도 서울은 거의 다 밀어버렸잖아요. 바보, 멍충같은 인간들이에요!!!
너무 새 것만 좇는 것 같아요, 정말. 말로는 보수보수 하면서 다 때려부수고 새 건물 짓는 것만 생각하다니 너무 모순이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