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1933)

1933년 작, 작은 아씨들을 봤습니다.
캐서린 헵번이 나온지라, 후배 녀석이 빌려주었지요.
음, 솔직히, 살아 움직이는 케서린 헵번은 처음 봅니다. 항상 스틸컷으로만 보아왔기에, 어째서 그 배우가 “털털하고, 남자아이같은 느낌”을 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렇게 따지자면, 작은 아씨들은 최적의 선택이군요. ^^* 처음 등장했을 때, ’17살짜리 조가 아줌마잖아!!!!!’의 느낌이었습니다만[사실 네 자매가 모두 나이가 너무 많아 보여요…ㅠ.ㅠ], 후반부로 이동해 나이가 조금 들었을 즈음에는 괄괄한 성격과 어느정도 성숙한 여성의 성격이 어우러져 아주 잘 어울리네요. 음,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영화는 1933년 작으로, 당연히 흑백입니다. 아주 원전에 가깝게 묘사되어 있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스케이트 사건+조의 소설이 불탄 사건이 빠져 있다는 점일까요. 상당히 커다란 에피소드인데 통째로 빼먹었네요.

어렸을 적부터, 작은 아씨들은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도 그 책을 읽는 거의 모든 여자아이들이 그랬듯이 “어라, 조는 바로 나잖아”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항상 남자아이같고, 덜렁대고 실수도 잘하고…..처음 읽었던 어린이용 책은 메그의 결혼식으로 끝이 났었습니다. 어린이용이라 분량을 줄이려고 그 뒷부분을 빼먹은 건지, 아니면 어린이들에게 ‘중년 아저씨와 결혼할 수도 있다’ 혹은 ‘언니가 사랑하던 남자와 여동생의 결혼’을 보여주기가 찝찝해서 ‘젊은 이들끼리의 결혼’과 같은 동화속 해피 엔딩만을 보여주고 뒷부분을 통째로 날려버린건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속편인 줄 알고 읽었던 다른 책은[사실은 이게 제대로 된 녀석인] 조의 결혼까지도 다루고 있었는데, 에이미와 로리의 결혼을 읽고 무지 놀랐던 기억이 ^^* 역시, 어린 아이였던지라 로리를 놓치는 게 아까웠어요. 우핫!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만일 로리와 조가 결혼했더라면 많이 실망했겠죠.

몇년 뒤에는 작은아씨들, 그 후 이야기..라는 책을 몇 권 더 읽은 기억이 납니다. 조도 쌍둥이를 낳았고, 베어 교수와 학교를 운영하고, 거기 메그의 아이들과 에이미의 아이들도 학생으로 나오고….몇권 되었던 것 같은데 제대로 기억이 안나네요. 빨간머리 앤의 후속편을 읽을 것도 그 때쯤이 아닌가 싶습니다. [빨간머리 앤은 너무 많았어요 –;;;;; 게다가 걔네들 왜 그리 애를 많이 낳은 겝니까. 작은 머리에 애들 순서 쑤셔넣느라 죽는 줄 알았더랬습니다.]

역시 지금 보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천사표 사람들” 밖에 안나오는 책입니다. 티격태격 거리긴 하지만 정말 작위적으로 보일 정도로 사이좋은 식구들[가족애], 기꺼이 전쟁터로 자원해 나가는 남자들[조국애], 선한 사마리안 그 자체의 마음으로 기꺼이 자선을 배푸는 사람들[이웃애], 나무랄 데가 없는, 도덕 교과서랄까요. 머리가 굵어서 그런지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런지 보는 내내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사라지지 않는군요.

흐음, 하지만………….역시 이런 이야기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쿨럭.
소공녀는 어린 시절부터 싫어했기에 할말 없지만……비밀의 화원과 소공자가 다시 보고 싶습니다.

[왼쪽은 어린 시절의 로리와 조, 오른쪽은 유부남이 된 로리와 조.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저런 찌릿하면서도 슬픈듯한 애정, 정말로 좋아합니다. >.<]



덧. 그런데 첫 화면을 보자마자 생각난 것. 우와, 케이트 마님, 정말로 캐서린 헵번과 닮았군요! 광대뼈의 힘이란 놀라워라!!!!!! 크으, 역시 여성 동지 여러분은 우아하고 강해야 제맛입니다!!!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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