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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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연설”이 아니라 “왕의 치료사”라는 제목을 붙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영화입니다.
조지 6세의 개인사를 다루고 있어 약간 소품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데, 일단 잔잔하니 재미납니다.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시의 농담따먹기가 장난이 아녜요. 비꼬는 대사들이 참으로 주옥같습니다. ^^* 이녀석 DVD에도 “더 퀸”처럼 대사집을 붙여줘야 해요.
게다가 다들 연기들이 자연스러워서…ㅠ.ㅠ 인물들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마이크를 앞뒤로 잡아주는 것에서부터 안개 자욱한 거리에 이르기까지 장면장면이 영화라기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천천히 붙여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실존 인물을 클로즈업으로 잡는 장면들은 그 시간이 미묘하게 길어서 슬로우모션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요.

어렸을 때에는 에드워드 8세와 심슨 부인의 사랑 이야기가 더 유명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접할 수 있는 정보량이 늘어나자 오히려 ‘조지 6세가 왕이 된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었었죠. [몰랐던 분들은 영화에서 적나라하게 알게되실 겁니다.] 이런 점을 비롯해 영화에서 스토리를 떠나 소소한 정보들을 던져줄 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워낙 변화의 시대였던데다 엘리자베스 2세가 우리 시대와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

덕분에 집에 와서 “더 퀸” 영화를 다시 보고 있어요. “킹스스피치”에서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했던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왕비를 여기서 보니 또 느낌이 묘하네요.

콜린 퍼스는 말을 더듬으며 화를 낼때도 멋집니다, 흑흑. ㅠ.ㅠ
제프리 아저씨는 흠잡을 데가 없고요.
헬레나 누님은 이런 역으로 좀 더 많이 나와줘야 합니다!! 팀 버튼이 나빠요!!!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 역을 했던 제니퍼 일리는 정말로 제프리 아저씨 부인으로 나온 건가요, 엄마야. 이건 대체 누구 생각인가요. ㅠ.ㅠ
가이 피어스…으하하하하하하하, 난봉꾼 왕자 역이 너무 잘어울리지 말입니다.
심슨 부인은 실제와 너무 닮아서 신기할 정도고요.

감정을 크게 자극하거나 극적인 감동을 이끌어내지도 않고, 심각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않지만 한 개인이 단점을 극복하는 성장영화에 가까운지라 즐겁게 보고 나오실 수 있습니다.

덧. 생각해보니, 엘리자베스 1세와 엘리자베스 2세가 이러니, 언젠가 엘리자베스 3세라는 이름을 쓰게될 여왕은 부담감 장난 아니겠어요.

덧2. 콜린 퍼스가 킬트를 입고 나와요!!! 으하하하하하하!!!!

덧3. 영화 끝에 나오는 실제 조지 6세의 연설

콜린 퍼스가 연기를 잘하긴 정말 잘하는군요. “줄리 앤 줄리아”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았던 실존인물 줄리아의 영상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킹스 스피치””에 대한 11개의 생각

  1. 해망재

    그 킬트….는 둘째치고 킬트 아래로 슬쩍 나온 무릎을 보는 순간 어째서 제 연결고리는 오만과 편견의 그 -_+ 하인이 물 부어주는 격정의 샤워씬 -_+ 이 생각나버렸지 말이죠.

    전에 어느 영국 작가는 “심프슨 부인의 동상을 영국 곳곳에 세워서 그녀 덕분에 조지 6세가 왕이 된 것을 기념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 그런 말까지 했던 것을 읽은 적 있어요.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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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꺄앙, 격정의 목욕씬!!! 아아, 다시 보고잡구나, ‘오만과 편견’ 흑흑.
      무엇보다 난 ‘더 퀸’을 보면서, 영국 왕들을 연기하면 아카데미 연기상을 타고 보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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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isha

    전 이 영화 보면서 새삼 제프리 러쉬한테 감탄했어요. 얼마나 연기 완급조절을 잘 하는지! 배우 자체의 힘만으로도 혼자서 충분히 극을 장악하고도 남을 사람이 역할에 맞게 스스로 컨트롤하는 게 어찌나 능수능란한지…
    //[블랙스완]처럼 이것저것 감상문 써보고 싶지만 어둠의 루트로 봤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쓸 수는 없는 이 아이러니;; 흐흐흐;;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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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제프리 아저씨 정말 대단해. 진짜 흠잡을 데가 없다니까. 이 영화는 정말 제목을 바꿔야 함. ㅠ.ㅠ 라이오넬에게 비중을 그렇게 맞춰놓고서 이상하게 끝에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 아쉽지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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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스터

    “팀 버튼이 나빠요!”…에서 떠오르는 게 있어 어딘가에 썼던 글을 블로그로 옮기고 트랙백 날려봅니다..^^;

    그나저나 킹스스피치를 빨리 보러가야겠는데 말이죠..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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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으하하하하하!!!! 포스팅 읽었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이 유쾌한 사람들. ㅠ.ㅠ 이 삼총사가 영원히 갔으면 좋겠네요. ㅠ.ㅠ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헬레나 누님, 너무 팀 아저씨에게 얽매어 계시진 마시고, 흑.
      빨리 보러가세요. ^^* 요즘 영화가 막 쏟아져나오는 기간이라 조금 헤이해졌다간 영화들을 다 놓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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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디오티마

    콜린 퍼스는 말 더듬으며 화내도 멋질 것 같았어요.ㅠㅜ 어여 보러 가야겠어요. 그분을 뵈야죠. 예고편 영상에서 헬레나 누님도 깜놀했답니다. 진짜 “팀 버튼이 나빠요!”2222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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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얼마 전에 “싱글맨”을 봐서 그런지 콜린 아저씨의 저런 모습을 보니 더 모했지요. 전 헬레나 본햄 카터를 십대 시절 ‘전망좋은 방’에서 제일 먼저 본지라 뭔가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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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ponine77

    콜린 퍼스를 보면서 왕자와 참 어울리는 배우로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말을 더듬으면서 성질 부리니 귀엽기 까지도 하고…(때론 본인도 한마리 귀족 웰시 코기 같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헬레나 누님은 이거 보면서 최근 팀 아저씨가 너무 자신의 골방 캐릭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 아닌가…원래 이런 역 잘하던 배우인데…ㅠㅠ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오스카에서 각본상 준 이유가 그 농담 따먹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을 했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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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훈장 주렁주렁 달린 군복 정말 좋지 않습니까, 엉엉엉. 킬트도 좋지만 그 차림새가 어찌나 좋던지. ㅠ.ㅠ 아흑. 사실 헬레나 누님은 갑자기 그런 역으로 연속해서 나오기 전까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으니까요. 각본상을 탔으니, 꼭 DVD에 부록으로 책자를 넣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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