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역시 사람들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게 좋을 걸 그랬어요.
전 주변에서 하도 웅성거리길래
뇌를 무딘 손톱으로 박박 파긁는 정도의 신경질적이고 혹사시키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여러 개의 바늘을 세워 피부를 자근자근 긁는 거에 가깝네요.
어쩌면 사람들은 ‘힘든 것’과 ‘불편한 것’을 구분하지 않는 걸지도요.
불편할 수는 있어도 심리적으로 힘든 건…으음. 글쎄요.
이 정도 내용이 드문 것도 아니고.
스토리 뿐만 아니라 사건들이 너무 예상대로라서 조금 슬펐다고요.
“잘” 만든 건 맞지만서도.
마지막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묘하게도 주인공이 백조를 연기할 때 계속 신경쓰여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백조를 연기하는 니나의 얼굴이 너무 가식적이라서 토나올 거 같았어요.
“전 여리고 순결한 백조를 연기하고 있어요, 절 봐주세요. 예쁘죠? 가녀리죠? 착하죠?”
라고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넌 백조를 잘해’라고 말하니 영 이입이 안되더라고요.
“대체 어디가!!! 이봐, 당신 눈 삐었어!!!”
백조를 연기하는 척 하는 니나를 연기하는 나탈리랄까.
“전 여리고 순결한 백조를 연기하고 있어요, 절 봐주세요. 예쁘죠? 가녀리죠? 착하죠?”
라고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넌 백조를 잘해’라고 말하니 영 이입이 안되더라고요.
“대체 어디가!!! 이봐, 당신 눈 삐었어!!!”
백조를 연기하는 척 하는 니나를 연기하는 나탈리랄까.
물론 그 백조는 모든 게 니나의 “연기”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그녀는 진짜 백조도 아니에요.
삶에서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도 연기를 한 것에 불과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그 모습에 속아왔죠.
그걸 알아본 단장을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눈썰미가 없다고 해야할지, 소가 뒷발로 쥐잡은 격이라 해야 할지. -_-;;;
그걸 알아본 단장을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눈썰미가 없다고 해야할지, 소가 뒷발로 쥐잡은 격이라 해야 할지. -_-;;;
다만, 완벽한 흑조를 연기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백조의 이야기인데
저로서는 백조부터 제대로 연기하고 말씀하시지!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일어나서..ㅠ.ㅠ
클라이막스는 확실히 좋았어요.
화면에서조차 뿜어져 나오는 무대의 기란.
마지막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베스하고요.
릴리 역의 밀라 쿠니스, 정말 미인이더군요.
불편한것과 힘든것. 그렇네요. 저도 생각보다 많이 약했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아무 정보가 없이 갔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았을 듯. (이래서 개봉하고 늦게 보면 안돼 ㅠㅠ)
음, 한줄 정보만 알고 갔더라면 정말 더 나았을지도 몰라. 매우 신경질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납득이 가는 스토리라 오히려 정서적으로 덜 자극적이었던 거 같아.
뭔가를 보려면 아예 50자평도 읽지 말고 가는 게 현명할 때가 있어보여요. 요즘은 졸작도 입소문이 좋거나 마니아들이 생겨서 잘못된 바람을 타는 경우도 종종 봤고…하지만 아예 아무 것도 모르고 가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고…
요즘엔 영화잡지도 읽은 지 오래되어서 그런 비평과는 멀리 떨어져 사는데 애는 유난히 시끄럽더라고요. 확실히 사람들을 많이 ‘불편하게’ 했나봐요.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죽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지, 아니면 그러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공감대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음, 저는 극장서 못 보고 암흑의 루트로;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30분씩 쪼개서 봤는데요(…) 걸작이라고까지는 하긴 힘들지만 나탈리 포트만에게 있어서는 분명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겠다 싶었어요. 굳이 흑조로 변하는 시각적/분장 효과가 아니어도, 분장실에서 스스로 숨을 고르며 눈을 흡뜰 때의 그 모습은(스포일러;) 만약 큰 화면으로 봤더라면 정말 압도됐을 거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위노나 라이더의 연기도 참 좋았고…뭐랄까 배우 본인의 입장과 극중 인물의 입장이 묘하게 겹쳐지는 듯한 느낌이 더욱 서글펐달까요. 그리고 니나 엄마한테도 좀 감정이입이 되긴 했는데…극장서 제대로 봤더라면 이것저것 이 영화보고 쓰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그냥 입에 지퍼 채우기로 했어요. ㅠ_ㅜ 나중에 DVD로 보고나면 그때나…;;;
으익, 30분 씩 쪼개보기. 대단한 스킬이다. 나는 그러면 흐름을 다 까먹어서 제대로 감상 못하고 결국 포기해버리는데. 아, 나탈리에게는 매우 좋은 역할이었지. 원래 머리써서 연기한다는 게 보이는 배우인데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하지만 표정과 말투가 누군가를 계속 연상시켜서 죽는 줄 알았는데 그게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야. -_-;;; 난 발레를 보지도 않으니 연기의 모델도 아니었을 테고, 끄응.
위노나 라이더..ㅠ.ㅠ 감독 잔인하더라. 스타트렉에서 스파크 엄마로 나오는 것만도 충격이었는데, 흑흑. 그래도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적격의 캐스팅이었기도 해. 니나 엄마도 좋은 인물이었어. 이 영화는 주인공보다 주인공 주변인물을 통해 주인공에 관해 알게 되는 게 더 많은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