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대니 보일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음악과 영상을 이용해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어 환각을 이끌고 눈을 어지럽히고 이성을 실종시키고 한 시간 반 내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 것 같은 느낌으로 극장을 나오게 해요.
실제 사람은 제자리에 있는데 머릿속에서부터 몸 내부까지 온갖 곳을 다 쑤시고 갈구고 여행하게 만들거든요.
이건 속임수야!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감독이 전반적으로 초기로 돌아간 듯한 모습입니다.
사실 등산이라는 게 마약처럼 일종의 중독효과를 띄고 있으니 ‘트레인스포팅’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군요.
짧은 시간 동안 마음껏 만들었다는 느낌이어요.
그건 그렇고, 한 줄에 불과한 줄거리를 알고 영화를 보러가다보니
영화 초반부에는 “언제 떨어져? 언제 떨어져? 언제 떨어져?”
라면서 덜덜덜 떨며 보고
[그런데 일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더군요.]
중반 이후에는
“언제 잘라? 언제 잘라? 언제 잘라? 언제 잘라?”라는 살 떨리는 기대감 속에서 역시 덜덜 떨며 보게 됩니다.
비위…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감정이입이 특히 심하신 분께는 추천드리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전 뼈와 살이 튀기는 애들도 좋아하고 웬만하면 한 발짝 떨어져서 영화를 보는 스타일인데
이건 중반부터 제 팔이 저리기 시작해서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다리가 풀려서 계단 내려오기가 힘들더라고요.
실제로 1인극이고 줄곧 주인공과만 달싹 붙어 있는지라 심신이 대단히 피곤해지긴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감각적으로 꽤 잘만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길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에요. ㅠ.ㅠ
덧. 제임스 군, 힘든데 참 잘했어요, 홍홍홍.
제임스 군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내용 보고 헉! 루크님 설명 듣고 헉!!
감정이입 심한 편이라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이 소설 읽고도 빠져나오는 데 한참 걸렸었거든요. 에고고, 저는 그냥 이렇게 듣고 마렵니다.ㅜㅡ
게다가 감독은 또 얼마나 사람의 판단력을 흐려서 몽롱하게 만드는지..끌고 들어가는 게 수준급이라니까요. 영화 자체는 잘만들었는데 그 충격을 견디실 수 없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역시 중요한 건 화면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인 겁니다.
저도 정말 고어나 잔혹물 좋아해서 썰고 자르고 고문하고 하는걸 신나게 봤는데요… 나이 드니까 왠지 저도 막 아픈거 같아서 예전처럼 즐기지 못하겠어요.ㅠㅠㅠ 미국 영화나 드라마는 그냥 막 제발 좀 봐달란듯이 화려하게 피튀기고 썰려지고 해서 별 감흥없는데,간혹 칙칙하고 무미건조하게 연출하는게 더 살떨린다능..
근데 저거 저도 보고싶어지긴 하는데요…으음..의외로 몰입해서 보면 굉장히 스릴있을듯.
으하하하하. 정말 미국 공포영화..ㅠ.ㅠ 자르고 썰고 튀기고, 너무 적나라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죠. 게다가 울나라와는 성향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공포 영화는 색깔이 없는 게 더 무섭다니까요. 영화는 재미있어요. 짧고 컴팩트해서 금세 지나가고요.
전 몰입할 게 뻔할 뻔자기 때문에 패스.
…그것도 그렇고 애 낳고 나니 어찌나 맘이 약해졌는지 이젠 재난영화도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어요. ㅠ_ㅜ
일단 그대 몸상태를 생각하면 패스를 추천. -_-;; 아, 내 주변에서도 애 엄마들이 그비슷한 이야기 많이 하더라. 역시 어머니들은 다른가봐.
나도.. 무서워서 못 봄.
내용 듣고 진짜 보면 안 되겠다 싶더라니까. ㄷㄷㄷㄷㄷ
난 인셉션도 보다가 폐소공포라고 할까…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갑자기 패닉이 와서 중간에 극장 나갈까 고민했던 나..;;;;;;
그런데 대니 보일도 좋아하고.. 영화 보고 싶기는 한데… ㅠㅠㅠ
음, 확실히 그대는 좀 무리일지도. 아니 동물실험도 하는 녀석이 보는 건 왜 못하는 거지? 난 보는 건 잘해도 실험실에서 주사기 들라면 못할 거 같은데. ㅠ.ㅠ 헉, 인셉션 때도 그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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