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헐리우드 배우들을 보며 그네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 생각했더니만
얼마 전 고향에 내려가 누이가 옛날 앨범에서 찍어 온 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어째서 우리 삼남매는 저 훌륭한 유전자를 살리지 못했나 통탄했습니다.
아버지 중학교 3학년 때 사진.
사진이 조금 어둡긴 하지만 엄청난 미소년이에요.
하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에. 우오.
수많은 어린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거 같지 않습니까. ^^*
울 아버지 잘생긴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풋풋하셨다니. ㅠ.ㅠ
아니 그러니까 왜 울 오라비는 이런 유전자를 살리지 못한 거냐고요. 큰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박씨 집안은 얼굴 하나는 반반하다던데. 뭐, 얼굴형부터 체형까지 외가쪽을 빼닮은 저는 열외지만. ㅠ.ㅠ
이건….으음. 이 사진에 오라비와 누이만 있었으니 제가 태어나기 전이겠지요? 30대 후반 쯤 되실 겁니다.
돌아가실 때 얼굴 그대로예요. 주름살과 흰머리만 조금 늘었을 뿐 거의 이대로셨다지요.
아무리 봐도 참 멋쟁이에 잘생기셨습니다. ㅠ.ㅠ
유전자라는 게 참 놀라운 것이, 아버지 형제들은 다 비슷하게 생기셨고 저희 오라비도 친가 쪽 사람들을 닮았다는 게 딱 보면 보이는데도 아버지랑은 인상이 많이 다르단 말이죠.
지난번 설에 친척들, 그리고 이젠 훌쩍 커버린 오촌조카들을 보면서 디지털의 폐해를 실감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뭐해요. 디카 안에만 들어서 인화를 안하는걸. 컴 안에 저장해두면 뭐해요. 언제가지고 넣어두기만 하다가 잠깐의 실수로 날아가는걸. 적어도 앨범에 끼워놓으면 이렇게 오래 남아 후대에게 전해지기라도 하죠, 쩝. 찍는 게 많은만큼 사라지는 게 많아 남는 건 오히려 몇 개 안된달까요.
음, 다시 봐도 울 아버지 참 잘생기셨어요.
Sean Penn….? 분위기 비슷하신걸요. 멋지셨군요. 와우.
익, 그 말을 듣고 보니 턱이 정말 비슷해 보이네. 사실 눈이 제일 중요한데 돌아가신 분이라 왠지 선글라스 안 쓰신 사진은 넷에 올리기 좀 그렇더라고.
오, 진짜 멋지셨군요.ㅇ_ㅇ
근데 저희집도 참 희한한게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안좋은(외형적으로)부분만 어떻게 그렇게 속속들이 골라 모아서 태어났는지 미스테리지 말입니다..부모님이 보시고도 신기해 하셨음ㅎㅎ
근데 간만에 모여서 친척들 얼굴 관찰해 보면 유전자의 가계도 같은게 보여서 진짜 재밌어요. 올 설에 사촌언니네 갔었는데,사촌조카들 얼굴보니 진짜 저희 집안 얼굴들이 다 보여서ㅎㅎ
저는 외형적인 것은 물론, 내적인 유전자도 최악만 물려받았어요. 역시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아이라 그런 걸까요. 전 이번에 오라비랑 누이 어렸을 때 사진 보고 오라비 아들내미가 오빠 어렸을 때랑 똑같은 걸 보고 뒹굴었답니다. 누이의 딸은 제 어렸을 때랑 많이 닮았었죠. 저보다 훨 예쁘지만. ^^*
저도 부모님 결혼식 사진 보면서 ‘왜 다 퇴보했지’ 이랬습니;;; 다행히 첫째 조카가 그 유전자를 제대로 발현해서 뿌듯합니다. (… 그러고보니 한 세대 뛰는 건가요? – -;; )
헉, 우리집 식구들 중엔 그 유전자를 제대로 발현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조카들이 커봐야 알겠지만 흑흑. 아, 예쁜 외모는 격세유전인 건가요!
아버님이 정말 분위기 있고 멋지세요.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은 그나마 낫습니다. 제가 첫타로 탄생의 길을 온몸과 온 얼굴을 바쳐 닦아놓은 덕에 두 동생은 미인이거든요. 동생들만요. 커흐흐흐흐흐흡!!!
저희 삼남매는 묘하게 부모님을 닮았는데 하나같이 다 다른 곳을 닮아서. 마치 일부러 여러가지 조합을 실험해 놓은 것 같다니까요. 그래도 친가쪽을 많이 닮은 울 누이가 아마 제일 미인일 거예요. 아아, 저는 막내인데…왜 …하필…ㅠ.ㅠ 커흐흐흐흐흡!
선글라스 쓰고 계신 사진은 영화 스틸컷 같아요. 지금 봐도 세련된 스탈이세요. 루크님의 오라버니가 궁금해지려고까지 합니다.ㅎ
저희 아부지는 젊은 시절 사진과 20년 넘게 쓴 일기장까지 같이 태워버리고 결혼하셔서 결혼 후 사진밖에 없답니다.ㅎㅎㅎㅎㅎ 그 지역에서 날리셨다는데 엄마한테 올인하신다며 꼬투리 잡힐 증거물을 모두 없애고 결혼하셨어요. 그러고보면 저희집 유전자도 퇴보했나 봅니다. 남동생은 매우 조용히 늦게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아니 오라비는 전혀 저 얼굴이 아닙니다. 성질이 많이 예민해서 그게 딱 얼굴에 나타나요. ^^* 으악, 아버님 요즘 말로 과거은폐하신 건가요. 와하하하하하핫. 어머님이 정말 좋으셨나 봐요. 아이고, 그 사진들 아까버라. 그럼 디오티마님이나 동생분은 아버님의 과거를 전혀 모르시는 거네요.
ㅋㅋ 그렇지요. 고모들의 증언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장발이셨을 때 얘기를 듣다가 아버지한테 들켜서 고모님 혼나시고 그 뒤에 얘기는 아직 못 들었어요.큭~
헐…나도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다 아버지 판박이란 소릴 듣고 사는데 네가 이러면 곤란하다능? 나도 나름 잘 생긴 얼굴이라는…=ㅅ=;;
저 사진과 닮은 인증짤을 올리시면 됩니다요?
워리님 말씀이 정답이네! 흐흐흐.
헉 저것이 아버님 사진이었단 말입니까. 뭐랄까 진짜 한국근대문학여명기 어느 동인지에 실린 청초한 소설가 프로필 분위기 나시네요. 게다가 교복 입고 계신 모습은 거의 윤동주에 필적하는… 오오~~~
실은 저도 저 중학교 때 사진은 처음 보는지라 깜짝 놀랐어요. 울 아부지지만 너무 청초하신겁니다. 으악. 정말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거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