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을 녹음한 뒤 자살했다는
한 지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운명’ 앨범을 보내준 적이 있지요.
워낙 막귀에,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고 당연히 문외한이라
그 음악을 듣고도 사실 별 감흥이 없었어요.
무척 좋아하고 익숙한 곡인데도
흐음…..뭔가 재미가 없네? 정도.
그런데 얼마전 어쩌다 유튜브에서 카라얀 지휘 5번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처음 말한 곡이 왜 우울하다고 불리는지 알겠더구만요. -_-;;
한동안 저 “운명”만 듣다가 처음 들은 다른 사람 지휘의 똑같은 곡인데,
이런 젠장, 차이나도 너무 차이나잖아.
역시 하나만 들으면 모르는 거였어요. 나란히 비교하며 들어야 하는 거였군요.
지휘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첫번째 곡은 정말로 생기가 없습니다.
애가 운명이랑 열심히 싸우긴 싸우는데 어차피 결말이 정해져있다는 걸 알고 하는 싸움이에요.
극복은 무슨, 나중에는 애가 지쳐 나가떨어져서 바닥에서 처절하게 뒹굽니다.
그런데 카라얀은 운명이 막 통통 튀어요. 나중에는 즐거워 죽더군요. -_-;;;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원곡의 음정박자가 바뀐 것도 아니고, 지휘자는 그냥 강약조절 정도만 결정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참으로 오묘한 세계입니다요. 클래식 애호가들은 진짜로 이런 걸 다 느끼고 구분할 줄 안단 말입니까? 이런 괴물들. ㅠ.ㅠ
카핑 베토벤에서 운명 고향곡이 꽤 오래 연주되는데 그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을 두드리듯 무심하면서 격정적이었던 걸로 기억에 남네요. 예전에는 같은 곡인데 왜 이 사람 저 사람 연주를 다 사는지 이해 못했었더랬죠. -.- 교향곡도 마찬가지였고요.ㅎ
전 다른 사람 연주를 각기 모든다는 건 마니아적 사고로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걸 다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놀라웠어요.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베토벤 영화를 다 안 봤군요. 한때는 엄청 자료를 모으고 다녔는데. ㅠ.ㅠ
다른 이야기지만… 술을 잘 못하는 친구가 어떻게 술이 달 수가 있냐 술은 다 쓴 거 아니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스파이시한 맛도.. 어떻게 술에서 매운 맛이 나올 수 있냐고?? 결국 와인으로 비교해서 맛 보여주니 다 이해하더라구요.
으하하하하, 역시 몸으로 경험해보면 아는 거군요. ^^ 하긴 저도 나이가 훨씬 어렸을 때에는 술맛을 잘 구분 못했어요. 실제로 와인책을 읽으면 조금 한심하게 보이기도 하죠. 워낙 이상한 맛이 많으니 원.
영화나 연극으로 말하자면 지휘자는 감독입니다. 같은 대본을 놓고 어떻게 해석 차를 보이느냐가 바로 보이죠. 연주자들은 배우라고 보시면 되고…
저도 이론상으로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일단 무대의 시각적 효과를 모조리 제하고, 대사도 똑같고, 동선도 똑같고, 배우도 똑같고. 음색이 서로 다른 인간의 목소리도 아니고. 그런 부분을 다 제외하고도 저런 차이가 나온다는 게 신기하잖아요.
카라얀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중 하나가 그 ‘말랑한’해석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들은 카라얀의 정치성향보다는 그 대중취향의 말랑한 해석을 더 나쁘게 보더라구요, 전 라흐마니노프 피협 비교들어보고 그 ‘말랑한 해석’이란게 뭔지 알겠더란;;;;)
악보의 기호는 길이와 강약만 표시되어있고, 좀더 양보해서 ‘발랄한 걸음걸이의 속도’같은 표기도 있긴 합니다만… 최소한의 표기속에서 이러어~케 만들어내는 걸 보면 음악하는 사람들은 정말 개믈이에요……’ㅅ’);
오호, 저런 걸 말랑한 해석이라고 하는 거구나. 클래식을 한번도 다른 사람의 같은 곡을 비교하며 들어본 적이 없어서, 카라얀이야 이름만 알았지 신경이나 썼나. 흠, 그런데 네 말을 듣고 나니 이 아저씨 그림이 대충 그려지네.
조금은 알것 같아요. 제경우는 클래식은 아니고, 뮤지컬인데 학생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한동안 빠졌었죠. 그때 배우버젼이 다른 3개의 시디를 마련했어요. 작품하나하나마다 차이가 있는데, 뭐가 더 좋고 나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다 좋아하게 됐죠.
오리지날판은 오리지날판대로,영화버젼은 영화버젼대로, 최신 리메이크버젼은 또 그대로…말씀대로 같이 들어봐야 알수 있단 것에 동감합니다.예술가들은 그래서 넘 멋진거 같사와요.
저도 예전에 뮤지컬을 다른 캐스팅으로 두 번 보고는 즉석에서 왜 사람들이 같은 작품을 몇 번이고 다시 보는지 이해했다죠. 배우가 달라지니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이것도 재미나지 않나요? 연출이 같아도 배우들의 해석이 다르면 별 수 없고, 배우의 해석이 같아도 상대 배우가 달라지면 또 달라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