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곳에서 ‘귀엽다’는 단어가 ‘예쁘다’를 대체하고 있다.
물론 그 두 단어를 정황상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 아니 너무 자주 상당한 위화감을 느낀다.
자연스러운 언어가 아니다. 플라스틱처럼 만들어진 세계관이다.
언제부터 울 나라 남자애들이 귀여운 애들을 밝혔다고 그러시나.
소개팅을 시켜준다면 ‘예쁘나?’가 나오는 게 정상이거늘
도대체 언제부터 “귀엽냐?”가 먼저 나오고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짝사랑하는 남자선배에게 도시락을 갖다바치고
아무리 사람이 잘났든 모두가 꺄꺄거리면서 대놓고 그 사람을 떠받들고
결판이 아니라 결착을 낸단 말인가.
다들 일본 만화를 너무 많이 보셨다.
남자 작가든 여자 작가든.
2차원에서 나와 자신이 사는 세상을 둘러보는 게 좋겠다.
명실상부 창작하는 작가잖아.
설마, 이제까지 정말로 그런 3차원 세계에서 살았단 말인가?
전에 언젠가 모처에 학원물을 써서 들고 갔더니 리얼한 이야기 말고 바로 그런;;;;; 에피소드를 잔뜩 넣어달라는 주문을 편집부에서 하기도 하던걸요. 음;;; 나름 남녀공학 나왔고 그렇지 않아도 대학 1학년들 노는 꼴을 바로 눈 앞에서 매일 관찰하니까 고등학교 연애물에서 일어날법한 시추에이션은 다양하게 보고 있는데
정작 편집부에서 원하는게 고등학교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환상속의 그대 내지는 뭐, 일본 서브컬처의 흔해빠진 클리셰라면. (에구구구) 뭐 그래서 결국 그쪽 일은 관뒀지만 말이죠. 그런걸 요구하더라고요, 음.
일단 편집부부터 제정신이 아니로군. -_-.;; 그런 걸 원한다면 판타지를 그리라고 하면 되잖아.
말하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귀엽다는 게 예쁘다는 것보다 거부감(또는 부담)이 덜 한 듯합니다. 관찰해보면 예쁘다는 표현보다 귀엽다는 표현을 많이 쓰더군요.
그런데 막상 누나 얘기를 듣고 보니 ‘카와이~!’의 한국 버젼이군요. -_-;;
당연히 거부감이 덜하지. 그런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여. 분명 예쁘다고 말해야 할 시점에 귀엽다를 그보다도 더욱 긍정적인 어투로 쓰고 있으니 거슬리는 거지
그게 꼭 가와이의 표현만은 아닐 거 같아요. 가와이가 촉발제는 될 거 같아도요. 예쁘다로 표현이 안 되는 좋은 외모는 다 귀엽다로 이야기하는 건 꽤 오래된 전통(?)이라서요. 옛날 마이클 제이 폭스가 BTTF3 당시 인터뷰에 사람들이 전부 자기더러 다 귀엽다고만 하는 게 좀 어딘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얘기한 게 생각나네요. ^^;;
근데 도시락을 가져다 바쳐요? 다 학교식당일텐데… -_- 이런 …
제가 말하고 싶은 게 그거예요. 저희 때에는, 말하자면 ‘예쁘다’고 말할만한 경우가 아닐 때 ‘귀엽다’는 표현을 썼단 말이죠. 아니면 정말로 ‘깜찍한 경우’든가요. 그런데 요즘 넷에서는 예쁘다와 귀엽다를 이상하게 혼용하고 있어요. ‘응? 우리반에 저렇게 예쁜 애가 있었나?’가 아니라 “응? 우리 반에 저렇게 귀여운 애가 있었나?’라고 한단 말입니다. 미묘하게 이상해요.
그러고보니 서양애들의 cute는 특이하게 남자들한테 쓰이네요. 남자들이 cute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여자들 파워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으려나요,으음.
…생각해보니까
난 귀엽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
…………….아니 강아지한테는 귀엽다고 했던 거 같다.
쥐새끼하고…. 동물한테는 나도 귀엽다고 막 하는구나..
귀여운 사람 많은데. 이상하네. ㅋ
나도 거의 안 써. 고양이 새끼나 강아지한테는 쓰지. 하지만 동물의 경우도 다 자라고 나면 귀엽다보다는 예쁘다는 말을 더 쓰잖아. 게다가 원래 귀엽다는 건 원래 ‘용모’가 아니라 ‘행동’을 일컫는 말이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