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흑, 닥터 후 달리고 있는데 주변에서 막 ‘셜록’으로 유혹해요. ㅠ.ㅠ 제가 아무리 BBC를 사랑한다한들 이러면 안 되는데…흑흑. 왠지 1시즌 끝나고 데이빗 닥터 나올 즈음엔 ‘쉬는 시간’이라면서 저 자신한테 거짓말을 하고 보러갈지도요. 끙.
여하튼,
크리스 닥터에게 넋놓고 제대로 반한 그 순간.
겁쟁이처럼 문을 두드리다가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리다가 비웃다가 칼날같은 분노를 뿜어내다 다시 자괴감에 빠지는 저 순간. 아흑, 저 때 소름끼쳐서 죽는 줄 알았어요. 저 급격하게 날뛰는 감정의 널. 900살 먹은 타임로드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불안정한 인물인지 시청자들에게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바로 저 순간. 그리고 자기 인생 최대의 적에게 ‘자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발휘할 줄 모르는 잔인함.
그리고 마지막, 쐐기박기.
찬양하라, 크리스 닥터. ㅠ.ㅠ 찬양하라 스토리 작가. ㅠ.ㅠ 1시즌을 가장 사랑하는 건 역시 스토리의 힘이로다. 어째 1화부터 13화까지 버릴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어!!!!
나중에 데이빗 닥터가 달렉에게 보였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 ^^* 전 역시 이쪽 취향임다. ㅠ.ㅠ 이상하게도 크리스 닥터 쪽이 더 감정이 풍부하게 느껴지거든요. 음, 뭐라고 해야 하나. 크리스 닥터는 종류가 판이하게 다른 여러가지 감정이 서로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무작위적으로 뒤섞여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면, 데이빗 닥터는 기본적으로 비슷비슷한 감정들을 다양한 강도로 폭넓게 표현할 줄 안다고 해야 하나.
전 저 모습을 볼 때마다 존 심 마스터와 대적한 게 데이빗 닥터가 아니라 크리스 닥터였다면 큰일났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_-;; 그냥 지구가 날아가지 않았을까요. 크리스 닥터가 러셀 씨가 그리도 좋아하는 ‘널 용서할게’를 마스터에게 하는 날에는 그냥 그날 당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우리네 우주. 모다들 사이좋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도덕적인 교훈을 남기며 ‘”닥터 후 끝!”이라는 자막이 떠야 할 것 같단 말입니다. 전향 불가능한 놈이 개과천선했으니까요. -_-;;;
뭐, 저런 놈을 ‘데이빗 닥터’로 거듭나게 한 로즈가 진정 최강자라는 이론에 한표임다.
2005년 6화 ‘달렉’화의 특이점이라면 역시 로즈의 변화죠. 로즈는 여기서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누군가의 죽음을 결정하거든요. 그런 경험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 건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그런데 로즈 아빠 배우님, 존 심 씨랑 얼굴 스타일이 닮았어요. ^^*
그리고 생각해보니 닥터만 여자 동료를 까다롭게 고르는 게 아니라 로즈도 남자 동료를 까다롭게 고르는군요. 아담에서 잭에서 미키까지, 이 너구리 한 쌍, 서로 옆에다 본처 놔두고 열심히 다른 애들 간보고 있어. -_-;;;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어제는 드디어 최고의 공포 에피소드 중 하나인 “거리의 아이들”을 끝냈습니다. 캡틴 잭, 젊고 새끈하더군요, 으하하하하하핫. 그리고 새로운 사실 발견. ‘love the T-shirt’ 대사가 여기서 먼저 등장했다니. 왜 그 두 대사를 연관시킬 생각을 못했지.
아아, 크리스 닥터와의 작별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