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모리스”(2010)

꿋꿋하게 “내 사랑 필립 모리스”라고 쓰고 싶지만, 그래도 참아야겠죠.

친구의 친구의 양도로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흑흑, 고맙네, 친구. 친구분께도 고맙다고 전해주게.
일단 실화인데다 아실 분은 다 아실테니 미리니름 표기는 관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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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평:  한시간 반 내내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크학학학학학학학학학학!!!! 아, 이거 셉니다. 정말 세요. 제가 원체 로맨스에 약해서 워킹타이틀 류까지밖에 못참기도 하지만, 이 두 아저씨들의 애정행각에는 정말 두손두발 다 들었습니다.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부분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세어 보려다 말았어요. 이건 웬만한 할리퀸 저리가랍니다. 전형적인 로맨스예요. 심지어 스타워즈 에피 2에서 아나킨과 파드메가 너른 풀밭에서 뒹굴며 “나 잡아봐라~~ 호호호~” 기술을 시전할 때에도 이 정도로 민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진짜로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이 엄청난 러브스토리가 실화라는 거예요!!! 서로서로 자기 인생을 망쳐가며 사랑놀음을…ㅠ.ㅠ 아이고야, 정줄 놓고 뒹굴 정도로 웃겨 죽겠는데, 유머 뒤에 숨어 있는 스티브 러셀의 인생을 생각하면 – 더불어 필립 모리스도 – 짠해서 마냥 웃을 수가 없습니다. 낄낄대고 웃다가 결말을 생각하면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거죠.

일단 19금입니다. 두 배우가 키스를 할 때에는 남자들 목소리로 “으웩”하는 소리들이 크게 들리더군요. 여자분들은 최소한 절반 이상 즐기는 듯한 탄성을 지르는 것 같긴 했습니다만. [흠, 그러고보니 남자들은 키스신에는 격렬한 반응을 보인 반면 오히려 남자들끼리의 ‘섹스’ 신에는 아무 말도 않더군요. ‘섹스’는 상관없지만 ‘애정표시’는 참을 수 없다는 걸까요.]

대신 유머코드는 훌륭합니다. 최소한 2분에 한번씩은 빵빵 웃겨주십니다. 짐 캐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말재간과 사기 행각으로, 유안 씨는….유안 씨는…..

솔직해져 볼까요. 이 영화를 보러가시는 분들 중 많은 숫자가 “엄훠나, 꽃돌이 유안 씨의 게이 연기”를 구경하러 갈 겁니다. 오오, 찬양하시압, 감독님. 유안씨는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 이야기의 화자가 필립 모리스와 사랑에 빠진 스티브 러셀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카메라는 전적으로 그 “사랑에 빠진 시선”으로 필립을 바라봅니다. 진심으로 “사랑스러워 못견디겠어”라는 느낌으로 유안씨의 스트로베리 블론드와 푸른 눈동자를 클로즈업 해서 잡아줘요. 시간이 멈추고 모든 게 슬로우모션으로 돌아가며 머리 뒤에서는 후광이 비추고 묘하게 영국 악센트가 섞인 남부 사투리는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됩니다. 워낙 노골적인지라 웃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필립이 교도소를 가로질러 하얀 옷자락을 휘날리며 끌려나가는 연인을 뒤쫓는 모습은 로맨스 영화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명장면일 겁니다. [ㅜ.ㅜ 으학, 저 지금 이거 쓰면서도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게다가 유안 씨의 여성적인 그 머릿짓과 손가락은!!! 손가락, 정말 손가락을 눈여겨 보셔야 해요, 아악!!!!!!! 도대체 이브 누님은 전생에 무슨 우주를 구하셨길래 이런 요물을 데리고 사시는 건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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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담인 유안 씨가 이정도거늘, 짐 캐리의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 없겠죠.

이야기의 성격상, 많은 관에서 오랫동안 상영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전 이게 개봉에 시사회까지 한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마케팅과 배우 이름에 속아 보는 관객들도 나올 것 같은데, 이성애자 연인들에게 데이트용으로 추천해주기는 조금 힘들군요. 하지만 조금만 관대해진다면 코미디 영화로는 좋습니다. 눈요기 감으로는 더욱 좋고요, 훗.

아아, 오늘 기분 째집니다. >.<

“필립 모리스”(2010)”에 대한 14개의 생각

  1. 약토끼

    어머나..마지막 사진이 빛나네요~ +_+

    여러가지 이유로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손발이 오그라든다니 굉장히……….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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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지그지? 반짝거리지? 아아, 장난 아니게 오그라들어. 이렇게 닭살 돋는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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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evan

    극장에서 본 예고편은 단순하게, 사기치는 짐 캐리~~ 엄청 웃기는 코메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예전에 루크님이 언급하셨던 걸 기억하고 ‘헉..그 영화가 아닌가…’ 하고 있었습니다. ^^;;;;
    아… 오그라드는군요! 흐흐..
    개봉하자마자 달려가겠습니다. 으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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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저야 내용을 아는지라 예고편을 보면서도 킥킥거렸는데, ‘순수한’ 눈으로 보면 안 그런거였군요. ㅠ.ㅠ 그렇다면 역시 짐캐리+코미디라는 조합에 속는 사람들이 꽤 되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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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스텔

    오래 못 갈 것 같단 말이지…ㅠㅠ
    결국 디비디로 장만하여 봐야 할 듯… 어흑… 지방민의 설움…ㅠ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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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지방은 슬프죠. ㅠ.ㅠ 하지만 디비디! 디비디는 나오겠죠? 벌써부터 두 배우의 행각이 기대됩니다. 와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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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디오티마

    7월에 개봉하는 줄 알았는데 내일 개봉이네요. 아흑, 이거 어디서 개봉하는지 아직 못 찾았네요. 정말 좋은 친구분을 두셨어요.^^
    시사회까지 한 게 진짜 신기합니다. 윗분들에게 배우 이름만 내밀고 통과시킨 게 아닐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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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벌써 내일이군요. 정말 시간이 빨리 갑니다. 확실히 개봉관 찾기가 힘들 것 같아요. 차라리 예술영화라면 CGV나 모모에서라도 길게 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꼭 볼 수 있으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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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eponine77

    개봉날이 연기되었던데…일단 보셔서 부럽…그리고 외국에서는 개봉할때도 너무 야하다고 많이 잘랐다던데…도대체 어디까지 나오는 건지…좌우간 이거 보려면 각오(?)하고 봐야겠군요.

    그런데 이거 개봉..저는 6월 24일로 알고 있었는데…한주 밀렸던데요? 이번 주말에 상콤하게 보고 끝내려 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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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저런, 연기되었나요? 무슨 사정일려나…
      아니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야한 게’ 아니에요. 남사스러운 거지. ^^* 그런데 확실히 야한것보다 그게 더 임팩트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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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체셔

    저도 수요일 보고 왔는데 정말 대 염장질! 감옥이 신혼여행지같아;; 근데 웃다가 울다가..올 상반기 제일 재미있게 봤어요.중간에 나간 사람이 한둘 있었지만,나머지는 다들 푹 빠져서 보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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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아, 진짜 감옥 안에서 연애 염장질이라니, 나빠요오. ㅠ.ㅠ 흠, 그분들은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시간 맞춰 보러온 분들인가 보군요. 아니 사실 남녀로 바꿔놓으면 이것만큼 달달한 로맨스 영화가 어딨다고 그런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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