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겪은 부모님을 두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제 아버지는 희한한 데서 상당히 서양틱한 입맛을 갖고 계셨더랬습니다.
외제 초콜릿과 치즈와 정통 햄과 여러 양식 요리와 달콤짭짜름한 과자를 좋아하셨거든요.
심지어 어렸을 적 돈까스 소스와 피자와 치즈를 느끼하다고 못먹는 저를 입맛이 촌스럽다고 놀리실 정도였으니까요. -_-;;;; [전 토마토 케첩도 고등학교 때까지 역겨워서 잘 못 먹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느끼함을 제하려 찍어먹는다는데 전 도리어 토마토 케첩이 ‘느끼해서’ 서너번 이상은 도저히 안 들어가더군요.]
그 중에서 가끔 아버지가 어머니께 해달라고 하시는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콩 통조림에 스팸을 넣어 끓인 요리입니다. 그걸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버지는 그게 돼지고기와 토마토 소스가 어우러졌다는 이유로 폭찹이라고 부르셨죠. ^^
미군 부대에서 먹다 남은 재료를 이것저것 넣어서 끓였다는 ‘부대찌개'[전 이거 서울 와서 처음 봤더랬지요.]와 별 다를 바 없는, 미군용 통조림을 이용한 녀석이었습니다. 토마토 소스를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가끔 저녁식탁에 올라오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요. [사실 저희집 식구들 모두가 좋아하지 않았어요. 주로 아버지만 드셨죠. -_-;;;;]
……그런데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입맛이 참 묘하게 변하지 말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과거로 회귀하러 들어요.
어린 시절 먹던 그 맛이 그리워서…라는 말이 나오려면 적어도 40대는 넘어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며칠 전 우연히 친척과 함께 코스트코에 갔다가 이런 물건을 구했습니다.
그래서, 20년 전 그 음식을 재현해 보았지요. 역시 이 촌스러운 케첩 맛은…..ㅠ.ㅠ 그래도 예전만큼 콩 자체의 질감이 싫지는 않네요. 그 동안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강낭콩 요리를 먹은 덕인가 봅니다. 이젠 멕시코 음식점이 들어오기도 했고. [그래도 역시 콩 부리토는 싫어요. ㅠ.ㅠ]
이런 음식을, 그리고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을 찾는 건 어렸을 적 그 맛을 잊지 못해서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는 그게 다 전쟁의 부작용이라고 하시면서도 그것을 부인하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사실은 사실이라는 이유에서였죠.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군대도 가지 않은 여성동지인 제가 TV 앞에 앉아 행군 때나 먹음직한 이 ‘미국식 군용 식량’을 먹고 있노라니 아무래도 묘한 기분입니다. 의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어렸을 적에는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무의식 중에 전해진다니 정말 굉장하지 않나요.
그건 그렇고, 통조림 하나를 다 때려부었더니 많군요. -_-;;
이거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면 다들 뭐라고 하려나.
저것, 곰돌이가 맨밥에 저 베이크빈만 놓고 잘도 밥을 먹더군요;; 맛있긴 한데, 그것만 놓고 먹기엔…(그것도 요리도 데우지도 않고 깡통 통째로;) 뭐, 전 그 옆에서 맨밥에 김만 놓고 먹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치만, 맛있어보이는데…요………. 카레처럼 얹어먹으면 맛있겠…는데…쩝….
그나저나, 빅뱅이론 너무 재밌…ㅇ<-<
헉, 깡통째….강적이다! 난 이거 느끼해서 옆에 김치 같은 거 없으면 잘 못먹는데. ㅠ.ㅠ
빅뱅이론 잼나지! >.<
냉장고에 아버지 전용 마가린이 꼭 있었더랬죠. 윽- 저는 못 먹는 괴식이었어요. 어릴 적 즐겨 먹던 건 초콜릿이라 삼십 년 넘게 복용 중입니다. ^^;;
루크님이 만드신 음식에 들어간 콩은 좋아하는 거라 한 숟가락 정도 푹 퍼서 먹음 맛나겠어요.ㅎ 스팸은 맛을 모르겠더라고요.
오, 그 마가린 혹시 밥에 비벼드시기 위한 거였나요? 제 친구들은 그거 어렸을 때 자주 해 먹었다던데 저는 전혀 경험이 없거든요.
스팸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 보네요. 정말 어렸을 때만 해도 저거 하나 먹는 게 꿈이었는데 말이죠. ^^
우와, 이거 가끔 돈까스 옆에 나오는 그 콩인가요? 저 그거 좋아하는데~
네, 그겁니다. 가끔 샐러드바에서도 발견되곤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