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껏 군함이 침몰할 경우 당연히 함장이 먼저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부함장이든 누구든 남아있는 병사들을 지휘하고 수습할 하사관이나 장교를 하나 지정하고
계급이 제일 높은 사람은 일단 안전하게 대피하는 게 수칙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일단 병사들의 탈출을 지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죽은 병사보다는 생존해 있는 병사가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살아남은 후 사건 전말을 보고하고 책임을 지고 뒷수습을 하고 비난을 받을 장본인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지나치게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군대가 그 사람을 그 계급까지 키우기 위해 이제까지 들인 돈과 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전투기보다 더 비싼게 조종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생각해보면 열불 터지는 일이지만,
군이라는 조직에서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창창한 나이에 날벼락 같은 일로 목숨을 잃은 젊은 장병들이 안타깝고,
군과 정부의 후속 대처에 화가 나고
아직 실종되어 있는 이들이 죽은 게 아니라 선체 내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붙들고 간절히 빌고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볼 건 냉정하게 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긴 군대 근처에도 못 가본지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건 내 머릿속 이론일 뿐 실제로는 해군 수칙이 어케 생겨먹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잘 모르겠어.
일단 우리나라는 적어도 법적으로는 아직 전쟁중이고
따라서 확실한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주요 정보를 –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기기에 문제가 있었을 거라 추측하지만]
언론통제가 문제라면 최소한 가족들에게는 일대일로 사망을 통보하고 군이 그들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이번 일로 통탄하고 있음을 조용히라도 알렸더라면 이렇게는 안 왔을 텐데, 꼭 그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야 했나. 아무리 사태 수습에 정신하나 없다 한들 이런 걸 처리하는 부서 하나 없단 말인가. 군이란 원래 분업이 지나치게 잘 되어 문제가 있는 조직이 아니었단 말인가.
……군을 다루는 정부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해도 되는 건가, 이거.
군수칙은 모르겠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함장은 제일 마지막까지 자기 배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살아남은 병사들 중에서 제일 계급이 높은 사람이 선임의 일을 이어받아 나머지를 지휘하구요.
감동적이긴 한데,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니까요. 사정이 여의치 않는다면 이해하겠지만 처음부터 ‘난 죽어도 배와 함께 남겠으니 너희들 먼저’일 수는 없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탈출하기 유리한 위치에서 지휘하다가 마지막 순간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함장이 너무 무모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결국 갇히는 것만큼 바보 짓도 없을 거예요
전투기보다 더 비싼 조종사들이, 그 몇년전에 동일기종 연달아 사고나고 그럴때조차도 무사 탈출해서 살아서 돌아오면 역적, 죽으면 끝까지 조종간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식으로 미화하는 것 보고 정말 황당하기 이루 말할 수도 없었죠…..(먼산) 그러니까, 냉정한 것은 냉정한 것이고 디스 이즈 코리아…..(먼산)
엥? 실제로 그런 기사가 나온다고? 전투기에 탈출하라고 탈출석을 왜 달아놨다고 생각하는거야. -_-;;
불과 10년전에만 해도 무사탈출하면 까는 분위기였어요. 기체를 살릴 수 있었는데 성급한게 아니냐. 죽으면 미화는 아직도 하는 신문도 있는 듯 하지만.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공사 간 놈도 있는데, 그런저런 이유로 대한항공으로 가는 파일럿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어휴 앞날이 창찬한 젊은이들 죽은게 참 가슴아픈데 군 대처도 참 그릏드라. 사람 맘 달래주는게 큰 리액션이 필요한게 아닌데 사소한 걸 못해서 꼭 저 사단이 나니. 나도 군에 대해서나 이번일에 대해서나 걍 뉴스 쪼가리정보만 듣는지라 잘은 모르지만 그 와중에 살아남아 온갖 원망과 덤태기 다 쓰는 함장도 불쌍하고ㅠㅠ 함장이 젤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거고;; 함께한 장병들 반이 사라졌는데 그 밤중에 살아남은 사람들도 남은 인생 어케 살아갈지 참 걱정이다. 군에서 그런 후속조치도 잘 취해줘야할텐데 돌아가는 꼬라지보면 한 명 조지고 걍 무마할 것 같아서 답답함;;
텔레비전 보는데 정말 애들 나이가 89, 88이더라. 스물밖에 안된 아이들이 정말 허무하게 간 거지. ㅠ.ㅠ 유족들도 그렇고, 보통 사람들도 그렇고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는 부분도 분명 있긴 한데, 군이나 정부는 그걸 해결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열불이 터질 거 같아. 사소한 것이라도 조금만 보여주면 될 것을 단체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요즘 평소 돌아가는 꼴을 보건대 통수권자의 사고방식과 그쪽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어.
진짜 살아남은 장병들도 어찌될지….
이건 딴말이지만서도….얼마전에 군전투기 조종사 출신분한테 들은건데 실제로 예전에는 비행기가 추락할 때 ‘애기와 함께 산화한다’라는 말을 쓸 정도였대요. 그때는 나라에 돈이 없어서 비행기 값이 중할 때였으니까 그런말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요새는 조종사 한 명 양성하는데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니가 탈출하고 봐라!’라고 교육한다고 하네요. 얼마나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ㅡ.ㅡ; 돈이 얼마가 드네마네해도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생명이니까 예산이 없네마네하는 그딴말은 좀 집어쳤으면 좋겠어요. 운하판다고 지랄하지말고 군인들 처우도 좀 개선해주고 그래야할텐데….아오 안그래도 돈 쓸 때 많은데 꼴같지도 않은 운하 판다고 저 난리니…..ㅡ.ㅡ;
으, 애기와 함게 산화…ㅠ.ㅠ 탈출석이 고장나서 작동이 안된다면 모를까, 그게 무슨 짓이랍니까. 아마 그 뒤에 이어질 군사재판이니 뭐니 그런 고충을 겪으니 차라리 순직이 낫다는 주의였을까요.
전 사실 이번 일이 선체가 노후되어서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 사고가 난 걸로 보고 있어서 더욱 슬픕니다. 이놈의 자식들들 처음에 롯데월드 허가 내줄 때부터 알아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