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낙서] 끄적


그는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생각한다.
처음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를 생각한다.
처음 그들의 성스러운 책을 읽었을 때를 생각한다.
인간은 천사가 신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믿는다.
사고의 전환.
충격적인 시선.

꿈틀거리는 인간을 처음으로 내려다봤을 때를 떠올린다.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이롭고 불완전한 작품들.
연약하지만 끈질기고, 신성으로 빛나는 눈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것들.
 
그는 늘, 인간이야말로 저 위에서 아버지가 그를 굽어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믿어왔다.
 
단 한번도 그분을 뵙지 못했고
귓전에서 울리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영광은 몇 안되는 선택받은 자, 총애받는 자들의 것이었다.
아버지의 명령을 받드는 이들.
그분의 옆에 당당히 선, 나이 많고 현명한 형제들.
강력한 전사들.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이들.

그는 총애받는 자식은 아니었으되
늘 충실한 자식이었다.

그분이 계신다는 것을 알기에.
그분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을 알기에.
그분을 뚜렷히 증거하는 무언가가 살아 지상을 걸어다니고 있기에.
그릇이 아닌 그분의 은총을 입고,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충만했기에.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틈새를 누비며,
빛 잃은 초라한 날개를 퍼덕거리며,
밝음이 스러져 희미해진 세상 속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그는 조용히 절망한다.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홀로, 홀로, 홀로.
정적 속에서.

신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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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든 거 아무렇게나 꺼내기

[SPN 낙서] 끄적”에 대한 6개의 생각

    1. Lukesky

      악!!! 저 이거 즐겨찾기 하고 말았어요!! 악!!! 너무 귀엽잖아요! 보는 내내 실실거리다가 마지막 간절한 염원에 직격으로 맞았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억. 정워리 님 너무 좋아요. ㅠ.ㅠ 너무 뛰어나신 거 아닙니까요. 으어, 맘 같아선 수퍼위키 애들이랑 미샤 씨한테 트위터로 추천이라도 날리고 싶어요, 엉엉. 그래도 되어요? 그래도 되남요? ㅠ.ㅠ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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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worry

      수퍼위키에 골뱅이로 날려봤는데 반응 없던데요 – -;; … 그러고보니 미샤씨 트위터에 골뱅이해서 보내는 건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어요 ;; (해 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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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트위터에 미샤 씨 글이 올라오면 잽싸게 댓글달아야겠어요! 요즘 뜸하시네요, 흑.

      응답
  1. 디오티마

    이 글을 보니,
    “신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도 말고, 의심하지 말라”, “우리가 그 증거이다”라고 했던 옛날에 교회에서 들었던 설교가 생각나네요.

    응답
    1. Lukesky

      교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가르치는 게 당연하겠지요.
      생각해보니 전 교회에 발을 들여놓은 게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 어린 나이에 한번, 그리고 친구들 결혼식 때밖에 없네요.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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