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콩쥐랑 장난치다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의 피부를 발톱으로 긁혔습니다. 자주 움직여야 해서 상처가 벌어지는 곳이라 무지 불편하고 아프더군요. 이렇게 긁힌 건 처음이라 뾰루퉁한 얼굴로 삐친 척 등을 돌리고 가끔씩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며 “미워! 못됐어!” 투덜거리니 애가 의자 위에 두 다리를 올리고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애교를 떨면서 의아한 눈빛으로 갸웃갸웃 아양을 부립니다. “응? 왜? 무슨 일이야? 화내지 마아.”
아놔, 귀여워. ㅠ.ㅠ 그리고 웃겨. ㅠ.ㅠ
2. 미드소머 살인사건 중 한 화의 제목 “Who Killed Cock Robin?”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아니, 영국애들은 드라마 제목에 저런 야한 단어를 써도 되나??? 무서운 놈들!
……..몇 초가 지난 뒤에나 깨달았습니다. -_-;;; 영어 슬래쉬 팬픽을 읽다 보면 이런 황당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됩니다. 수뇌 팬픽 안 읽은지도 벌써 몇 주일이나 됐는데!!
이젠 술집에서 Cocktail만 봐도 헛기침을 하게 될 것 같아요.
3. “사람들은 어째서 이상한 것을 믿는가” 읽기 시작.
책 머리에 “이상한 것”들을 믿는 사람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옵니다.
초감각지각, 점성술, 아틀란티스, 유령, 노아의 홍수, 죽은 자와의 의사소통…
저는 종교는 믿지 않지만 귀신의 존재를 믿고[아직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꼭 한 번쯤은 만나거나 경험해보고 싶고] 초능력이 실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노아의 홍수”는 안 믿지만 전세계적으로 거대한 대홍수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믿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는 안 믿지만 “마녀”라 불리던 “현명한 여성들” 가운데 매우 똑똑하거나 영리하거나 독특하거나 손재주가 뛰어난, 남들이 보기에는 “마법처럼”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 믿죠. “아틀란티스”는 믿지 않지만 우리가 모르는 가라앉은 섬이나 문명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죽은 자와의 의사소통은 믿지 않지만 막연하게 영감이 뛰어난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전 책 첫머리에서 내놓은 이 설문조사에 ‘정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세부항목이 제시되거나. -_-;;; 저 같은 인간은 저거 대답하는 데 한참동안 머리를 굴려야 할 거라고요.
또는 제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서구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저 단어들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가령 ‘노아의 홍수’는 ‘성경’을 완곡하게 돌려 말한 표현일텐데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제가 쓸데 없이 생각이 많은 걸까요, 끄응.
덧.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 심령현상을 경험한 적 있음”이 67퍼센트라니. 그게 말이 돼??? 대체 누구한테 조사한 거지. -_-;;;; 저 나라에 왜 이런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는지 알 것 같습니다.
덧2. 귀신을 믿는데 종교, 다시 말해 서양인들의 “신”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 “인격신”이란 결국 동양의 “귀신”과 똑같고[그저 훌륭한 예언자들을 만났을 뿐], 따라서 종교에서 부르짖는 전지전능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인격신”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법칙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이게 동양적인 사고방식.
서양의 god과 ghost는 이거하고 또 의미가 다르죠. 으음. 역시 그놈의 언어와 사고방식의 상관관계란….
가끔 애완동물이 자기 딴에는 열심히 궁리하고 생각해 눈치를 보고 기분을 풀어주려 아양을 떨거나 하면 진짜 귀엽고 웃기죠. 그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껴요.
엄… 음… 전 건전하기 그지없는 틴무비나 틴드라마에 콜라얘기가 나와도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어요. 엄흠흠흠험.///////
으하핫, 글고보니 저 예전에 외국애한테 coke 달라고 했다가 갸가 “너, 방금 cock이라고 발음했어”해서 완전 뒤집어진 적 있어요. 이 두개 발음 정말 헷갈린다고요. ㅠ.ㅠ shit이란 sheet도, 흑.
Cocktail ㅋㅋㅋㅋㅋㅋㅋㅋ
홍수 설화는 빙하기 이후에 해수면이 왕창 높아진 것과 관련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봤어… ^^ 우리나라 서해쪽만 해도 거의 육지였으니까. 요즘도 그 어느 나라지? 섬나라인데 해수면이 자꾸 높아져서 국토가 줄어들어 있는 나라 있잖아.. 그거 같이 빙하기 끝날 무렵에 엄청 났을 거 같긴 한데…;;; 너무 옛날 일인가? ^^;
동양하고 서양하고 신적인 존재에 관념이 정말 많이 다른데.. 나도 동양쪽에 공감이 가는 편. 그런데 잘 몰라서…. ㅎ
cock robin은 게다가 떨어져 있어서 더욱 깜짝. ^^
응응, 나도나도. 전세계에 대홍수신화가 있는 걸 보면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그치?
나도 아는 거 하나도 없어. 쥐뿔도 모르면서 이것저것 짜맞춰 내게 제일 잘 맞는 걸 선택한 것 뿐이랄까.
그 정도로 저 귀엽고 발랄한 아이를 혼내셨나요? 적어도 손바닥 몇 센티 찢어지고, 손톱 시작하는 부위에 구멍 2개는 슝슝 나야 좀 다쳤구나 싶지 말입니다. ㅎㅎㅎ 눈치 보는 콩쥐, 너무 귀여워요. 그 큰 눈으로 갸우뚱까지 하면 코피 나겠어요.
홍수 설화, 종교, 귀신은 믿지만 사후체험, 천국 잠시 다녀온 간증은 믿지 않아요. 합리주의를 부르짖는 서양사람들이 점성술이나 심령현상에 집착하는 거 보면 웃기다 싶어요.
아니어요! 전 혼내지 않았어요. 그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며 삐친 척을 했을 뿐. ^^* 하지만 요즘 콩쥐가 정말 너무 제 손을 잘근거린다고요. 아파요, 흑.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인간인지라 극과 극은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 게다가 종교와도 연관이 있을테고 말이죠.
전 초자연 현상이나 미신이나 종교는 전혀 안믿는데,믿지도 않으면서 그런건 되게 좋아한다능..판타지도 그렇고요.전설이나 민속신앙같은거 기원 알아보는것도 재밌어서 좋아해요.
근데 전 그냥 문화적으로 따지면 서양쪽 신적인 존재쪽이 좀 더 취향이예요. 그쪽도 워낙 장르가 많아서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한데, 동양쪽은 사고방식이나 이래저래 저랑 코드가 좀 안맞아서..
저도 제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그래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더 좋아하는지 몰라요. 궁금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제 눈앞에 목격한다면 일단 이것저것 잔뜩 따지고 의심해서 못믿게 되겠죠. ^^
저도 어렸을 적엔 서양애들 걸 많이 읽어서 그쪽을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고나니 동양권이 끌리더라고요. 일단 낯설고 모르는 이야기가 훨씬 많아서요. 흠, 한국인이데 이쪽 이야기를 더 잘 모르다니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