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있었어요.
7호선을 타고 가다가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서 내리려고 입구 근처에 서 있었지요.
그렇게 검은 공간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밝은 전자 화면이 좌르륵 펼쳐지는 거예요.
“지하철 5~8호선 이용에 감사하네, 더 밝은 세상을 만들겠네, 편리하게 해 주겠네” 등등
이상오묘한 화면들과 문구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엄청난 속도로 깜박거리면서 부채꼴 모양으로 앞에서 뒤로 사라져가는데,
그 순간 뱃속이 뒤틀리더니 욕지기가 일어나서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사람들 지금, 그게 엄청나게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 쏜살같이 달리는 지하철 바깥쪽에 움직이는 홍보 화면을 설치한 거예요? 검은 바깥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심심해할테니 이리 하면 일석이조일 거라면서?
미친 거 아냐?
지하철이 멀미 안하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 너무 사랑하는 내가 그 15초 동안 직빵으로 속이 울렁거리면서 신체적인 반응이 올라오는데?
주말 오후에 기분 좋게 외출했다가 그 때문에 완전히 기분 잡쳤어요. 그 뒤로 환승역에서 내려서 다음 지하철 타고 다음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 속이 안 좋더이다. 저거 임상실험을 해 보기는 한 건가?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왜 여백을 여백으로 내버려 둘줄 모르는 겁니까? 젠장, 난 더 이상 창문을 바라보고 멍하니 서 있을 선택권도 없단 말입니까? 이건 권리 침해여요. 그것도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해치는. -_-;; 아우, 진짜로 정신나간 것들.
이건 지하철 공사인지 어딘가에 항의전화라도 해야지, 원. 그거 두번 봤다간 기절하겠습니다. 아흑,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나요. 누구 어디다가 항의해야 하는지 아시는 분? 5~9호선은 뭔가 회사가 다르다고 한 것 같은데 말이죠.
얼마 전에 저도 출퇴근 라인과 다른 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창밖으로 환하게 동영상이 나와서 깜짝 놀랐지요;; 쏜살같이 달리는 지하철 밖에서 지하철의 속도에 맞춰 점멸하는 화면을 두면 ‘화면이 움직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요즘엔 선풍기에 LED 달아서 선풍기가 돌면 허공에 문자가 나타나게 하는 기술로 유행하더라고요. 아무튼 왠지 특허와 함께 중소기업 또는 신기술 어쩌구 하는 정책으로 들여놓은 게 아닐까 합니다.(웃음) 그리고, 누나는 정확하게 설치 의도를 파악하신 겁니다!!
문제는 지하철 속도가 영상의 속도와 안 맞을 땐 옆으로 흘러가는 영상을 본다거나 자극적인 깜빡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불쾌감밖에 안 준다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거죠. 뭐, 항상 그렇듯이 국민의 공익을 위해서라는데 별 수 있나요, 이럴 때마다 ‘난 아닌데!!’를 외칠 수밖에. -_-
점멸하는 동영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벼? 이론적인 건 잘 모르겠다. 한데 진짜 계속 켜졌다 꺼졌다 하는 영상들이 벽에 좌르르르륵~ 붙어서 움직이는 걸 보니 토할 거 같더라. -_-;;
아놔, 공무원들의 저런 안일한 사고라니. 진짜 짜증나네. 게다가 그게 어디가 ‘공익’?
아, 1-4는 서울메트로, 5-8은 도시철도공사, 9호선은 서울시메트로9이라네요. OTL…
모션포스터라고 2001년부터 도입된 광고서비스라고 하는군요.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잔상효과를 이용한 동영상도 있다고 하고요.
5-8호선을 이용하는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은,
http://www.smrt.co.kr/vocsmrt/petition/m111112/list.jsp
이쪽에 글을 남기시거나.. 빠른 상담을 원할 경우 1577-5678이나 문자 010-5678-7851을 이용하시면 된답니다.
항의가 먹힐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ㅠㅠ
게시판은 영 마음에 안드니 전화를 해봐야겠어. -_-++
감사감사! 그런데 대체 이런 건 어케 검색하는겨? ‘지하철’ ‘불편’ ‘항의’ 그런 단어들 조합해서 뒤져서 찾아내는 건가? 난 역시 이런 데 능력 없구나. ㅠ.ㅠ
그 거 얼마전부터 집행하기 시작한 광고 상품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보진 못해서 모르겠지만 울렁 거릴 수도 있겠구만.
난 서울역 환승 버스 정거장 불빛도 너무 눈부셔서 불쾌하두만.
압구정에 갔더니 버스 정류장도 열심히 글자로 치장해뒀더라.
전기세 올린다면서 그런 건 대체 왜 만드는 게지. -_-;;; 아, 진짜 여백이 필요해. 눈이 너무 피곤하다고.
지하철 광고가 너무 과해서 여론도 일었는데 별 소득 없이 가라앉더라구요.
선택권이 없는 강제적인 광고 노출은 인권침해다 이런 요지였어요.
가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지하철 광고들은 난감합니다.
저도 멀미를 하는 편이라 제가 움짤 만들어놓고 화면이 빠르면 울렁거립니다. ㅡㅡ;;
인권침해 맞는 것 같아요. 전 노래방에서 가끔 무지막지 큰 소리로 흘러나오는 음악들도 소음공해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여러모로 조치가 필요합니다.
전 멀미가 너무 심해서 요즘엔 택시도 10분 이상 타면 위험해요. ㅠ.ㅠ
하긴.. 과하게 점멸하는 빛은 간질 발작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어디서 들은 거 같긴 한데;;;;;;;
난 어디서 봤는지 기억 안 나는 데 꽤 예전에 보고 오호 신기하다, 했던 기억이 나네.
현재 판매가 되고 있는 모든 게임에는 그 경고 문구가 써있습니다. 🙂 특히 어린이 보호를 위해 보호자가 읽어봐야할 부분으로 매뉴얼 첫 페이지에 나옵니다.
포켓몬이었던 거 같아. 나 그 이야기 들었을 때만 해도 전혀 실감 못했는데 내가 직접 겪고 나니까 뭘 말하는지 알거 같더라고.
예전에 포켓몬을 보던 아이들이 너무나 강렬한 빛의 점멸을 보다가 발작으로 여럿 쓰러져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그게 생각나네요;
그렇게 강렬하고 어지럽다니 쓰러지는 사람도 생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 웬만하면 책을 보거나 자기 때문에 창밖은 거의 안 보는데, 넋 놓고 조용히 서서 가고 싶어서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던 사람에게는 거의 테러일 거 같네요;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원래 지병이 있다거나 증세가 심한 사람들은 저보다 더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웬만하면 가는 길 내내 책을 읽는 편인데, 정류장에서 내리기 위해 문 앞에 서 있을 때에는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고개를 일부러 들지 않고 숙이고 있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진짜 테러예요.
지하철 문 바깥의 그 어둠을 즐기는 사람도 많을 텐데 말이죠. 절컹절컹하는 소리 들으며 멍하니 보고 있으면 가끔 쓸쓸한 감상마저 드는 것이 나름 도시의 낭만(?)인 것을요.TT
한순간에 사람 속을 훅하고 뒤집을 정도니 민원이 많이 들 법도 한데(뉴스에 나올지도;;), 곧 치워 주었으면 좋겠네요. 부디!
가끔 멍하니 쳐다보고 있노라면 스스로 최면에 걸린 것 같은 상태가 되죠. ^^ 몇 명이나 항의를 할지 모르겠지만 혼자라도 한번 해 보렵니다.
요즘은 여백의 미를 자꾸 뭘로 채우려해요. 가뜩이나 피곤한 교통 시설 이용까지 뭘로 꽉 채우고 싶은가 봐요. 틈새도 적당히 노릴 필요가 있건만…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니 사람들이 점점 더 여유가 없어지죠.
아프님 덕분에 저도 게시판에 달려가서 항의글 하나 올리고 왔어요! 7호선에서 5호선 환승하는 군자역을 통과하는 지점에서도 그 점멸광고가 나오고, 매일 7호선으로 퇴근(아침에는 안 나오는 것 같더군요..)하는 저에게도 미칠 지경으로 고역이었거든요. 꼭 어떻게라도 항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포스팅해주셔서 대공감+++++ 정작 도시철도가 승객들을 방해하고 있으면서도 또 열차 안에서는 ‘사용하시는 DMB의 소리를 낮춰..’어쩌구 하는 에티켓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방송내용은 공감하지만 저 점멸광고 구간을 눈을 감고 지나가고 있자면 ‘일단 댁들부터 잘 해야 하거등요!!’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어요..
아참. 눈팅족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너무 딱 제 마음같은 포스팅을 해주셔서 그만 머리를 빼꼼 내민다는 것이 혼자 난리를 치고 있었네요. ^^;;
안녕하세요. ^^
오,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전 게시판은 이름을 남겨야 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광고 계약 기간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하더군요. 저와 비슷한 항의민원도 들어오고 있지만 특이하다고 좋다는 사람들도 있대요. 광고 기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재계약은 정말 막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