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읽은 것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1 . “므두셀라의 아이들”
확실히, 하인라인은 ‘재미’와 ‘흥미’라는 측면에 있어서 진정 발군의 작가다. 일단 소재 자체가 누구에게서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낯설지 않으면서도 기발하달까. 주인공의 성격이 묘하게 거슬리지만 [차라리 “프라이데이”의 그 아가씨가 더 귀여웠던 듯]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결말은 다소 황당한 편.

“스타메이커”와 연달아 읽었기에 “유년기의 끝”과 더불어 세 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하고 기분이 약간 기묘해졌다. “신”과, 좀더 높은 차원의 정신이라. 그러고보니 어제 동양철학 교수인 사촌오라비와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스쳐지나가듯 나누었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2. “스타메이커”
스태플든 이 사람 뭐야, 진정 무서워, 젠장. ㅠ.ㅠ
처음에는 우주판 “걸리버 여행기”인가 생각했다가 [그러나 너무나도 진지하여 웃을 수 없는 풍자로다.] 점점 더 큰 규모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경악. 스타메이커의 인식(자각?)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줄거리도 없고, 인물들도 없고, 얼핏 지루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물 흐르듯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란 게 참으로 대단하다. 처음 주인공이 영국을 떠나올 때부터 그 의식이 탈출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스리슬쩍 이뤄져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다. 그 뒷부분에서도 마찬가지. 이 우주라는 것을 방대하게 그리고 있는 듯 보여도 실은 우리가 아는 소우주에 속해 있다는 것이 우습다. 실은 그 모든 경험들이 사유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사용자 삽입 이미지3. “파일로 밴스의 정의”
“스카라베 살인사건”이야 워낙 유명한 놈이니까 젖히고 – 나 범인 너무 빨리 알았어, 흑. – “겨울 살인사건”은 순간 내가 엘러리 퀸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영화화를 목적으로 한 약간의 미완성 원고라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그 영향 탓인가 싶다.
반 다인을 읽고 나면 역시 머리가 아파. 게다가 이 친구 걸 읽고 나면 담백한 경찰 소설류가 읽고 싶어진단 말이야[불쌍한 마컴]. 아니면 페리 메이슨이라도.

이상하게도 근래 반 다인이 여러 출판사에서 번갈아가며 나오는 한편[그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브라운 신부 전집], 내가 그리 바라는 엘러리 퀸과 세인트와 다른 시리즈 등등은 소식도 안 보이는 건, 혹시 반 다인의 저작권 시효가 다 되었기 때문인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4.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히치하이커” 때도 그랬지만 결말을 읽고 나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한번 다시 찬찬히 읽어야 하는 책. 단서들을 너무 중구난방 던져놓아서 놓친 게 너무 많은지라 어쩔 수가 없다.
무척 귀엽긴 한데, 황당함이 생각보다 썩 피부에 와닿는 편은 아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각각 통합되어야 할 여러 내용들이 생각보다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느낌? 전체론적이어야 하는데 그리 전체론적이라는 실감이 안 들어. 두번째 책이 나와봐야 알 수 있으려나. 이 아저씨는 역시 ‘바보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끄응, 하지만 역시 “성스러운”은 조금 뜬금없다고 봐. ㅠ.ㅠ 물론 그대로 옮겼더라면 지나치게 ‘미리니름’적인 제목이 되었을 거 같긴 한데. 이것 참 어려운 문제로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5. “마이더스의 노예들”
아아, 참으로 어렵게 구했도다. ㅠ.ㅠ 채스터튼의 “아폴로의 눈”이야 다 읽은 이야기들이라 괜찮았지만, 이건 꼭 읽고 싶었다고.
그건 그렇고, 대체 이 엄청나게 커다란 폰트와 구멍이 숭숭 뚫린 자간행간 뭥미. ㅠ.ㅠ 이렇게 여백이 많으면 집중력이 더 떨어지지 않나? 내가 이상한 건가.

개인적으로 잭 런던을 좋아하는 인간이라 다섯 편 밖에 안 실려 있다는 게 불만. 다섯 단편들이 모두 성격이 다른지라 상당히 만족스러웠음. ‘삶의 법칙”과 “잃어버린 체면,” “마이더스의 노예들”은 작가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그림자와 섬광”의 경우에는 헤에, 이 사람이 이런 글도 썼군,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마푸이의 집”이 가장 좋았다.

또 읽은 것들”에 대한 5개의 생각

  1. 하율

    아아 탐정 사무소 꼭 읽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성스러운… 정말 좀 황당하더라고요. 오역인 거 같던데, 의도적인 오역인 걸까요? 의도적인 거겠죠? 그런 거겠죠? =_= (그러나 스펠링의 유사성을 생각하면 또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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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잠본이

    별의 창조자는 솔직히 걸리버보다는 산해경(…)에 가깝죠. (읽다가 지겨워서 아직도 재개 못하고 있음 OTL)

    그나저나 하인라인은 어째서 하인리히로 잘못 불리는 일이 이렇게 잦을까 고민하는 1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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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와하하하핫, 그렇군요. 고쳐야겠습니다. ^^* 그러고보니 저도 무심코 ‘하인리히’라고 부르는 거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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