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안 먹은 게 진짜 그 때문인가 봅니다

콩쥐가 또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놈의 자식이 어젯밤 심지어 마취가 풀리기도 전에 뒷다리를 후들거리며 밥그릇으로 달려가더니 혹시나 해서 퍼놓았던 사료와 닭고기 가슴살과 물을 모조리 해치웠습니다. 의사선생이 “오늘 저녁은 밥을 안 주는 게 좋을 것 같지만…그래도 모르니 일단 놔둬 보세요. 하지만 안 먹을 것 같은데.”라고 했건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앞다리만으로 끙끙 기어가 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먹는 그 집념이라니!!!!!
[그리곤 속이 거북한지 꺽꺽대며 트림을. -_-;;;;; 넌 냥이가 아니라 금붕어냐. ㅠ.ㅠ]

진짜로 배에 염증이 생겨서 그동안 밥을 안 먹었나봅니다. 고름을 빼내고 나니 배가 편해져서 열흘동안 허기진 걸 채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제껏 그것도 모르고 심부전증인가보다고 혈액검사를 했으니 말입니다. -_-;;;;; 의사선생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으니 뭐라고 할수도 없고, 쩝. 하지만 마취 풀리기도 전에 바닥을 쓸며 기어다니는 바람에 꿰맨 자리가 터져서 붕대에 피가 흥건….으아아악! 그래서 결국 어제 제 손에 콩쥐의 피를 묻히고 말았지 뭡니까. 붕대를 품고 다시 감는데 애가 너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러서 저도 같이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많이 좋아졌는지 다시 제 배 위에 올라오더니[늘 느끼는데 이 포즈 너무 에로틱해요. -_-;;; 가슴 위에 네 다리 쭉 뻗고 올라타서 얼굴 맞대고 코 부비는 거 말입니다.] 또 밥달라고 난리. 나름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걱정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경험이 처음인데다 냥이 카페나 그런 데 들락거리는 사람도 아닌지라 모든 게 생소해서리 계속 블로그에 하소연을 하게 되는군요.

금방 나을거예요, 예, 그럼요. 흑.


덧. 어제 치료중에 의사선생이 제 얼굴을 보며 한 말. “수술 안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죠?”
…..네. 젠장, 진짜로 후회되더이다. 왜 괜히 멀쩡한 애 병신 만들겠다고 이 고생을 시켜야 하는지. ㅠ.ㅠ 미안해서 죽을 것 같아요.

밥을 안 먹은 게 진짜 그 때문인가 봅니다”에 대한 23개의 생각

    1. Lukesky

      어, 슬슬 그런 징조가 보여.
      그래도 울 콩쥐는 자기 먹을 건 알아서 조절하는 편. 조금씩 하루종일 먹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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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마리에

    수술하고서 항생제 같은 거 계속 안 먹여? 그렇게 염증이 생기다니. ㅜ.ㅜ
    밥도 잘 먹고 매일 병원가서 소독하고 치료하면 금방 낫겠지.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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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밥을 안 먹어서 항생제도 못먹였어, 흑. 응응, 어제부터는 눈에 띄게 좋아져서 평소랑 거의 비슷하게 징징거리기 시작했어. 도시락 싸고 샤워하는데 계속 꺙꺙 거리면서 뭔가를 호소했음. 근데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몰겄단 말이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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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약토끼

    무얼해도 여냐카고 스러질듯 아스라한 안타까움이 콩쥐의 매력! 이라고 생각하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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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

    아무래도 의사가 수상하지 싶습니다만. -_-
    그나저나 콩쥐 녀석 대단하군요. 뱃속이 그리 난리였는데 별 기색도 안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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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나도 맘 같아선 마구마구 의사선생을 막 비난하고 싶은데,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런 일은 항상 생길 수 있는 법이니 꼭 그분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그러게 말야. 어케 그렇게 조용하니 아픈 티를 안 낼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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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디오티마

    혈액검사 때 염증도 잡아내던걸요. 무슨 수치가 올라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콩쥐가 나아지고 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그 와중에 배로 올라와 부비부비, 골골골 하는 거 너무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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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러게요. 혈액검사를 너무 일찍했나. 당시에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고 나왔거든요.
      콩쥐녀석 예전엔 제 뺨에 집착하더니 요즘엔 제 목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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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Revan

    아… 이제 좀 힘을 찾았나봐요. 다행입니다.
    루크님 진짜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밥도 달라고 하는 걸 보면 금방 건강해질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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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더라고요. 게다가 전혀 예상조차 못한 일이어서. 넵, 금방 건강해질 겁니다.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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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소심늘보

    밥을 먹는 걸보니 금방 나을 거예요. 그런데 혈액검사로 염증을 알아내지 못한게 좀 이상해요. 백혈구 수치가 달랐을 텐데.

    배로 올라와 코를 부비는 콩쥐 너무 귀여워요. 염증치료도 했으니 이제 금방 건강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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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백혈구 수치도 정상이었어요. -_-;;; 뭐든 개인마다 차가 있으니 그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 때 혈액검사로 찾아냈더라면 콩쥐도 이런 고생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정말 일이 안 되려니 이렇게도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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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isha

    밥을 먹는다니 다행입니다. 아픈 녀석이 밥까지 안 먹으면 보는 사람은 얼마나 속이 탈까요. ㅠ_ㅜ 원인을 알았고 이제 그에 맞고 치료를 하고 있으니 금방 나을 거예요. 그나마 날이 시원해지는 요즘이라 더워서 상처 덧날 염려는 한결 덜 수 있을 것 같은데… 콩쥐 얼른 나아서 힘찬 꾹꾹이로 하루를 시작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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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정말 그나마 날씨가 선선해서 다행야. 한여름이었더라면 붕대가 어찌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무섭수. 윽, 힘찬 꾹꾹이, 그러고보니 어제는 평소보다 힘이 좀 떨어진 듯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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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울양

    다 나으면 이제 살찔 일만 남았네요~ 중성화 하면 공통현상이 다들 무지막지하게 찐다는 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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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와하하, 경험자들이 모두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우, 안그래도 수술하기 전에 제가 맨날 콩쥐 뱃살가지고 놀렸는데, 이제 찌는 일만 남은 겁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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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우아우 정말 그 구멍이야기는 충격이었는데, 그래도 이젠 잘 먹고 한다니 다행입니다. 맞아요!! 이제 완전회복, 완벽회복만 남았을거예요!! 콩쥐는 살이 포둥포둥해도 예쁠꺼예요. 원래가 예쁘 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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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얼굴이 너무 작아서리 몸통만 찐 거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막 웃겨 죽을 거 같아요. ^^ 이왕이면 얼굴도 동그스름하게 쪄 줬음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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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고양

    중성화 수술을 한 어린이가 크게 고생을 했군요- 괜히 고생시켰다고 속상해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저도 식구를 하나 거두고 있고 그분 이제 어언 12세.. 저도 직딩이라 수술한 애 수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부러 중성화시킬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10살 되던 해에 자궁축농증 판정을 받고 결국 개복수술을 해야 했답니다. 애가 밥을 거부하고 누워만 있길래 왜이래? 하고 무심히 넘기던 것이 이틀쯤 되었으니.. 아이가 고생한 시간은 대략 사흘 이상이었을 것 같아요.
    전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저희 식구에게 너무 미안하기만 하고- 그래서 주변에 동물가족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2세를 보지 않을 거라면 꼭 중성화해라, 그게 너와 아이 모두에게 좋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도 중성화하지 않고 둔 13살 된 아이를 생식기계 이상으로 떠나보냈었거든요. 너무 마음상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왕 머리를 내민 김에 잠시 참견해봅니다. 앞으로는 건강하게 잘 지낼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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