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루크 이야기가 나오길래 횡설수설.
전 이른바 루크 빠순이라, 스타워즈를 기본적으로 “루크 스카이워커의 성장기”라는 좁은 의미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프리퀄이나 EU 전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가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낮은 건 이 때문이죠.
전 클래식 때 다스 베이더 최강설을 부르짖는 팬들[예를 들어 우리 오라비?] 앞에서도 두 주먹 불끈 쥐고 루크 최강설을 외친 인간이라고요.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살라딘이고 베라모드고 아무리 강해도 흑태자 앞에서는 다들 버로우 타는 겁니다. 베이더고 황제고 요다고 루크한테는 잽도 안 돼요.
루크는 말이죠, 포스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시골에서 20년 동안 자란 주제에 하이퍼스페이스 통과하는 겨우 며칠 동안 수련하고 데스스타를 박살낸 인간이라고요. -_-;; 에피 5에서는 또 어떻고요. 에피 4에서 3년 지난 시점에서 한 1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광검을 포스로 들어올리려고 끙끙거리다 겨우겨우 해낸 주제에 몇 달 수련해 놓고는 다스 베이더랑 1대 1로 결투했어요. 뭐 그때야 당연히 개망신당했지만 베이더 입에서 “두려움을 다스릴 줄 안다”는 칭찬이 나온 건 대단한 거죠. 오비완이 잘 가르치긴 개뿔. 가르친 거 하나도 없음다.
……그리고 나서 사막에서 1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독학해서 광검 만들고 포스그립에 마인드컨트롤까지 섭렵. 거기다 비록 어둠의 힘을 썼다고는 하나 베이더한테 승리. -_-;;;
이건 날 때부터 먼치킨 캐릭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가장 큰 매력은 지난번에 멜렝 님과 두손 꼭 잡고 눈물 줄줄 흘려가며 토로했듯이, “손 하나 까딱하면 은하계 전체를 멸망시킬 능력을 갖고 있는데 애가 너무 착해서 차마 그 짓도 못하고, 주변에서는 애가 안 하는 건데 못하는 건 줄 알고 애를 지지고 볶고 굴리고 패고 욕하고 손가락질하고 말썽 피워서 뒷수습하게 만들고 등등등 괴롭히기만 하는데, 세상에 대놓고 말도 못하고 호소도 못하고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쓰러지지도 못하고 그저 가슴만 까맣게 태우며 꿋꿋히 걸어나갈 뿐.” 이라는 데 있습니다요. 그렇다고 주인공인 얘 때문에 다른 애들이 희생당하나? 아뇨, 심지어 것도 아니고 희생도 얘 혼자 다해요. ㅠ.ㅠ [한, 미안. 그래도 그대는 미인을 얻었잖수.]
아니, 그러니까 EU고 뭐고 다른 거 아무 것도 안 보고 영화만 봐도 애가 이런 성격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니까요. 팬들과 작가들이 알아서 일편단심으로 그렇게 만들어줘요. 애가 그냥 본질이 그런 걸 어떡하라고요. 흑흑.
문제는 그걸 묘사하기가 어렵다는 거지만. 그렇다고 애가 우유부단한 성격은 아니거든요. 고민은 죽어라고 하는데 일단 결단을 내리고 나면 그것을 실행하는 건 칼 같이 해내는지라, 이런 캐릭터를 제대로 그리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입니다.
스타워즈 소설을 몇 개 읽지도 않았고, 그것도 에피 1 나온 뒤부터는 거의 손을 뗀지라[그게 벌써 10년이군요, 맙소사. 아니, 그러니까 EU 작가들이 루크에 대해 ‘애정’을 좀 더 많이 보여줬더라면 나도 거기서 멈추지 않았을 텐데.] 그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루크가 먼치킨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단해진 건 프리퀄의 영향도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루크는 원래 설정 자체가 최강이라, 프리퀄에서 화려하게 그려놓은 구공화국 제다이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되거든요.
지난번에 TH군이 ‘루크가 마크 해밀이 아니라 키 훤칠하고 빠릿한 배우였더라면 지금 같은 루크 빠는 없었을 거야. 그리고 레이아 공주도 루크 누이가 아니라 애인이 되었겠지.’라고 말하는데 웃으면서 동감이라고 했었죠. 만일 그랬더라면 루크라는 캐릭터의 본질 자체가 바뀌었을 겁니다. [루카스 대마왕이 캐스팅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하죠. ….캐스팅은…..] 다시 말해 “엑스맨”의 제임스 군이 울버린보다 더 컸더라면 지금과 같은 영화팬덤은 형성되지 못했을…[읍읍!]
…그게 아니라 다스 베이더처럼 위압적이고 키가 2미터나 되는 인간보다[물론 기계장치 때문이지만] 루크처럼 작고 어리고 가냘퍼보이는 인간이 정신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훨씬 강인하다는 게 스토리 상으로도 훨씬 멋지지 않나요? [빼도 박도 못할 그런 취향 때문에 낚인 인간이 여기 하나.]
전 마크 해밀씨가 사고를 당한 걸 무척 안타까워하면서도[그 인간이 얼마나 미소년이었는데요! 진짜로 반짝반짝 빛난다니까!!!! 그런데 선은 굵고 남성적이야!! 아흑.] 어찌보면 에피 6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에피 5는 그렇다치더라도 에피 6에서는 그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무게감이 있고 표정 자체가 어두운 데가 있거든요. [제길, 게다가 검은 옷에 하얗게 빛나는 청회색 눈동자라니. ㅠ.ㅠ] 정말로, 진짜로, 배우 자신에게는 미안한 말인데, 마크 씨가 루크라서 참 다행이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이 들어주셔서 더욱 다행이고요. 크흑. [정말이지 루카스 씨는 캐스팅의 귀재라니까요.]
아우, 나 루크 이야기라면 밤새서도 할 수 있는데. 너무 여기저기 왔다갔다 두서가 없어서 그렇지.
덧. 삼천포, 그러니까 제럿은 2시즌에서부터 더 이상 루크와 같은 캐릭이 될 수 없다니까요. 물론 그건 ‘마지못한 영웅’ 주제에 ‘조력자’ 수준을 넘어 목숨까지 바쳐 도와주려는 형을 붙여놓고 주인공이 아니라 형 이야기만 죽살나게 해댄 제작진의 실수지만. ㅠ.ㅠ
스타워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심층적으로 루크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오오- 하면서 읽고 있다가 마지막 덧글에서 푸컥. 파달이 얘기로까지 이어지다니 ㅋㅋㅋㅋㅋㅋ
나는 에피 5의 루크가 제일 좋더라. 4에서는 너무 철부지 아이같고, 6에서는 너무 어두워. 5에서는 요다한테 성질 부리기도 하면서, 슬슬 운명을 받아 들이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여서리. 게다가 그 유니폼!! 너무 좋아 으흐흐흐
난 루크 생각만 한 20년 정도 한 인간이라…ㅠ.ㅠ 에피 5 루크 좋지! 애가 이젠 나도 어느 정도 잘 났다고 막 뽐내는게 아직 어린애가 가짢을 뿐이고..푸핫. 난 어느 루크가 가장 좋냐고 하면 에피 6긴 하지만 셋다 좋더라. 아우, 진짜 그 유니폼에 팔뚝 근육에, 으하하하.
저는 에피 6의 루크가.
사연많은 남자의 고뇌는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지요. (그건 그냥 이사람 취향) 그런데다가 그 시커먼 코스튬과 살짝 무거운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베이더 뚜껑 따는(;;;;;;;;) 루크의 그 표정은 뭐, 말할 필요도 없는 굿…… 이지만요 ^^ (그러니까 다스베이더를 좋아하지만 그걸 늘 뚜껑이라고 표현하는 이 사람이 문제)
그렇지. 알지 말아야 할 걸 알아버린 그 고뇌하는 눈동자란 말이지. ^^*
그런데 뚜껑따는…이봐, 난 순간적으로 킬빌1의 그 장면을 상상해 버렸잖아. -_-;;;
저도 딘걸 님처럼 에피5를 제일 좋아해요. 파일럿 루크, 로그 루크 너무 좋지 않나요.^^ 가장 좋아하는 조종을 하면서 동경하던 우주에서 언제나 꿈꾸던 영웅이 되어 싸우던 에피5 시절의 루크가 제일 보기 행복하고 좋아요. 에코베이스에서의 폴짝폴짝 기운찬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제다이 루크는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운명과 어른들 욕심에 제멋대로 휘둘린 결과라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파서TT(거기에 또 발리는 거지만) 에피4에서 에피6까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변한 루크지만 가장 중요한 엑기스는 영원히 변하지 않은 점이 정말 사랑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가슴 아프기도 하고… 어우, 저도 루크 얘기라면 밤새서 할 수 있어요. 아아, 루크…;ㅅ;
진짜 마크 해밀 씨는 루크 그 자체인 거 같아요. 얼굴 몸매 성격 키(!!) 어디 하나 모에스럽지 않은 곳이 없는 모에덩어리에다가… 어쩜 배우 자체도 그렇게 사람이 맑고 고우신지. 저도 종종 그 사고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워 할 때도 있지만 에피4의 반짝반짝 자체발광하는 얼굴로는 에피6 특유의 체념한 듯한 ‘나 우주 떠짊어졌소’하는 표정이 상상이 안 되어요;; 하여튼 해밀 님 만세, 루크 만세입니닷!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블랭 옹의 ‘At the Brink of…’ 아껴둔 연재분 몰아서 읽고 끙끙 앓고 있던 차였는데-_-;;(곧 완결날 삘이더군요) 루크스카이 님의 애정 가득한 루크론을 읽으니 마음이 훈훈따땃해졌네요.
그 인간들은 루크 인생 말아먹은 책임을 져야 해요, 진짜. 불쌍한 애 어깨 위에다, 그것도 아무도 없고 홀로 남았는데, 그렇게 커다란 짐을 안겨주고는 “넌 잘 할 거야”도 아니고 “하지만 딴 데 빠지면 안된다.”라니, 저 인간들은 양육이라든가 교육학 서적을 좀 읽어야할 필요가 있다고요. 에피 5의 루크는 현실성이 강해서 좋아요. 애가 지나치게 성장한 것도 아니고 그 어설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잖습니까.
으하. ㅠ.ㅠ 마크 해밀씨, 진짜 모에 덩어리죠. 게다가 해맑고 곱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사람 알면 알수록 너무 웃기고 좋아서. ㅠ.ㅠ
전 아직도 프린터가 안 오고 있어요. 누이 손에 들어갔으니 한 1년은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으흑, 어쩌면 좋죠. 그 뒤에 읽고 싶어 죽겠는데.
전 마크 해밀의 루크를 싫어하지만, 누나의 말엔 크게 공감합니다. 크리스찬 베일 같은 사람이 루크를 했다면… 세상에 맙소사. 적절한 곳에 적절한 캐스팅이 중요한 거죠.
켁,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찬 씨라면 그냥 우주 날려버릴 듯.
난 루크보다 마크 해밀을 좋아했소. ;ㅁ;
…사고가 뭔가 찾아봤더니 교통사고였구나. 몰랐으…
아아아아. 나는 흑태자님. 넙죽 <- 뭐니? =_=; 레인저 시절 흑태자님 넘 좋았는뎅. ㅠㅠ
오오, 루크보다 마크 씨를 더 좋아한다니, 이건 참신한걸.
흑태자 멋지지. 특히 GS일 때 크흑. 그러고보니 한 때 창세기전 팬픽도 죽어라고 읽어댔었는데 말야.
“엑스맨”의 제임스 군이 울버린보다 더 컸더라면 지금과 같은 영화팬덤은 형성되지 못했을..
루크스카이님이 말씀하시는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와하하하! 제 의도를 이해하셨군요!
제임스씨가 휴옵뽜보다 키가 작은 비유에 저 역시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ㅠㅠ
제가 생각해도 훌륭한 비유였던 것 같습니다요. ^^*
>손 하나 까딱하면 […] 꿋꿋히 걸어나갈 뿐
초인○크하고도 통하는 점이군요.
초인로○는 본의아니게 남들 희생시키는 비율이 엄청 높다는게 다르지만 OTL
전 아무래도 취향이 한결같은가 봐요. 너무 한결같아서 문제랄까.
확실히 로크는…참으로 많이 죽어나가죠,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