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잃어버린 계절 (3)


다음 주말 윈체스터 가의 세 부자는 오랜만에 함께 사냥에 나섰다. 아버지 존은 이 모텔을 거점으로 주변 지역들을 마치 빗으로 훑듯 샅샅히 쓸어 내려가고 있었다. 사흘 거리쯤 떨어져 있는 마을에서 물귀신을 처치한 후, 존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샘이 건네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자신의 활약상을 풍선껌 불듯 부풀려 늘어놓고 있는 딘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딘은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채 남은 한쪽 신발을 질질 끌고 있었고, 찢어진 청바지에는 물 속에서 바위에 부딪쳤는지 희미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혼자 고개를 끄덕이던 존은 다음날 딘에게 새 청바지 몇 벌과 발목에서 죄는 군화형 신발을 사 주며 그 신발은 운동화보다 오래 신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샘은 하루 종일 운동장을 뛰어다니느라 너덜해진 신발을 아버지에게 최대한 어필한 끝에 새 운동화를 사고는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오랜만에 받는 선물이었다.

모텔로 돌아와 카운터로 향하던 딘은 총총거리는 걸음으로 사무실을 빠져나오는 달리아와 하마터면  정면으로 부딪칠 뻔 했다.
“뭐야, 신비한 능력이 있다면서 앞도 제대로 못보는 거야?”
딘의 볼멘 목소리에 달리아가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딘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달리아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딘을 째려보더니 다시 걸음을 재촉해 사라졌다. 딘은 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딘!”
리타의 밝은 얼굴과 목소리가 딘을 맞이했다.
“쟤 왜 저래요?”
딘이 엄지손가락으로 등 뒤를 가리키며 묻자 리타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내가 워싱턴에 간다고 했거든.”
“에?”
“사실은 말이야, 나 그 동안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통신 수업을 받고 있었거든. 그런데 성적이 좋아서 교수님이 혹시 대학에 갈 생각이 없냐고 추천서를 써 주셨어. 그래서 편입 신청서를 냈더니 연락이 왔어! 연락이 온 거야.”
리타가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나 워싱턴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어!”
“와, 그거 대단한데요. 그럼 누나도 이젠 커리어 우먼?”
딘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러자 용기를 얻었는지 리타가 밀물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호텔 경영학을 공부할 거야. 아버지 몸도 많이 좋아지셔서 이젠 혼자 모텔을 맡을 수 있게 되셨거든. 그러니까 응, 지금이라면 갈 수 있어. 나중에 돈과 능력이 되면 MBA도 시도해 볼 거야.”
“헤에.”
MBA가 뭔지도 모르는 딘이 말했다.
“그거 진짜 잘 된 일이잖아요. 그런데 달리아는 왜 저래요?”
 
리타의 표정이 다시 우울해졌다.
“내가 자기를 버리고 간다고 생각하나 봐. 내가 가고 나면 이 마을에 자기 혼자 뿐이라고.”
“자기도 나중에 대학에 가면 되잖아요. 한 2년 쯤 남았나?”
한번도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딘이 대수롭지 않다는 양 말했다.
“딘.”
리타가 서글픈 표정으로 웃었다.
“나도 그렇게 말했지만, 학비 문제도 그렇고. 달리아는 이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아. 고향을 등지고 싶지 않대.”
“그렇다고 누나를 못 가게 막을 순 없잖아요. 영원히 안 볼 것도 아니고 연락이 끊어질 것도 아닌데.”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리타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달리아와 꼭 닮은 동작이었다.
“나도 달리아 생각을 하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냐. 그 애를 혼자 두고 가는 건 가슴이 아프거든. 꼭 두 번씩이나 동생과 헤어지는 것 같아서.”
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기적인 녀석이네. 마녀들이 원래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 누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가게 해 줘야죠.”
“뭐라고?”
“네?”
딘은 자신의 말실수를 알아차렸다.
“어, 아무 것도 아녜요.”

“어머, 그런데…”
리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니 갑자기 멋있어졌네?”
“헤헤.”
딘이 콧잔등을 긁으며 보란 듯이 양팔을 치켜 올렸다.
“옷을 몇 벌 새로 샀거든요.”
“응, 무척 잘 어울린다. 여자애들이 줄을 서겠어.”
리타의 말에 딘은 멋적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 말에 다시 달리아가 떠올랐다.

“형!”
새 신발을 신은 샘이 뛰어들어왔다.
“아버지가 좀 있다 다시 떠나신대. 할 말 있다고 형 불러오랬어.”
딘은 급하게 몸을 돌렸다.
“어, 그럼 나중에 봐요, 누나.”
리타가 손을 흔들었다.  

가끔 카운터에서 얼굴을 마주치곤 했던 리타의 아버지가 다시 앓아 누운 것은 일주일 뒤의 일이었다.



– 계속


* 분량 조절 실패. 왜 대화만 쓰면 글이 쓸데없이 점점 길어지지? ㅠ.ㅠ

[SuPerNatural] 잃어버린 계절 (3)”에 대한 11개의 생각

  1. 딘걸

    진짜 누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가게해줘야한다니..다른 사람 경우라고 말은 참 잘한다 ㅋㅋ 정작 본인은 샘이 스팬포드 갈 때 어떘을랑가~

    갑자기 딘이 나한테 ‘누나’라고 부르는 걸 들어보고 싶어졌어. 음냐리. 누나,누나 예예~

    …………………….아침부터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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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 놈이라면 나중에도 연관시킬 생각 못 할걸. 딘한테 저건 ‘남의 일’ ‘남의 집’ 일이니까.

      그대 연하 취향 아니었잖소, 우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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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비날개

    새 신발 생겼다고 좋아하는 새미보니 너무 막내다운 게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워요.ㅜ.ㅜ 달리아한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딘희도 나중 생각하면 맘이 짠하고…..이런 내용 정말 좋아요. 주변 인물들한테 형제의 관계를 이입해 볼 수 있는 내용…..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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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사실 사내애들 옷과 신발 해지는 거 정말 장난 아닌데 말이죠.
      나중에 자기한테도 그런 일이 생기게 될지 딘은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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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디오티마

    달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두 녀석 다 귀엽군요.
    우쭈쭈쭈, 얼러주고 싶어요. 으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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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아직 어린 것들이라. ㅠ.ㅠ 그러고보니 저 나이 때 제가 어땠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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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우라포맨

    음….
    안녕하세요, 루크님. 우라포맨입니다.
    잃어버린계절 비번이요.
    1979124 198352 로는 안되는군요?
    그리고 아무래도 딘의 생일은 7자리.. 6자리로 어떻게 조합이되는지… ^^;;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밀글에 비밀댓글이면, 되지않을까요?
    ============
    라고 쓰고 달았더니… 네이버랑은 달라서 글을 읽을수가 없네요. ^^;;;
    obbear2005@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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