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거 아니었나?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가끔은 제 사고방식에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아직까지도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될 정도니까요.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조금 다른 언어를 사용한달까요.

아까 나마리에 양 글을 읽고 깨달았는데,
팬덤에서 ‘헐트’라는 단어 말이죠.

가령 제가 지금 한창 열 올리고 읽고 있는 스타워즈 팬픽션을 예로 들자면, 이런 두 장면이 있어요.
한 장면은 루크가 황제한테 잡혀서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도록 고문받다가 결국 굴복하고 시스로 돌아서는 장면이고,
다른 한 장면은 루크가 어쩔 수 없이 시스로 돌았다는 걸 알지 못하는 공화군 애들이 루크를 원래부터 적이었다고 판단하는 장면이죠.

전 두번째 장면을 ‘헐트’로 인식합니다. -_-a 아니, 물론 첫번째 장면도 눈뜨고 못봐줄 정도로 괴로운데[이건 즉 좋아 죽는단 소립니다, 네] 실제로 가슴에서 쓴물이 올라올 정도로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건 두번째 장면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육체적인 고통이 수반되면 ‘헐트’의 범주에 넣지 않는 것 같아요. 그 단어는 거의 심리적인 상처에만 사용하죠. 굴린다는 표현도 양쪽 다 지칭하긴 하지만 주로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데 쓰고 있고.

근데 다들 그런 거 아니었어요? ㅠ.ㅠ
내가 이상한 애였구나.

응? 그거 아니었나?”에 대한 20개의 생각

  1. 나마리에

    당근 두번째가 더 가슴이 찢어지지.. ^^
    그런데 나도 내 나름대로 정의 내린 단어들을 쓰기 때문에..;; 나도 그대 같은 경우를 많이 겪으며 살았다오.; 나랑 언어 사용법을 비교하면 안 돼.;;;;;;
    내가 ‘너무’ 헐트를 못 보겠다 할 때는.. 그렇게 잘 쓰여진 글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오.. 그야말로 괴롭히기 위해서 설정한 것들 그런 걸 말한 거거든..
    16화에서.. 딘이 ‘자신이 봉인을 깼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게 만들고. 뭐 그런 거.
    내가 샘 헐트를 좋아하는 건,,, 샘이 힘든 상황에 있을 때 딘이 (심리적으로) 괴로워 하는 거 보는 게 좋아. 크카카카카카카카카 <-뭐냐 이건? 어찌됐던 있을 수 있는 상황에 피와 살이 통하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심정을 덤덤히 보여주는 픽이 나는 제일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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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무슨 소린지 대충 이해는 간다만. 난 글 자체가 거지같지만 않거나 캐릭터가 한 부분만이라도 설득력이 있다면 대부분 넘어가는지라. 난 관대하거든. ^^*
      나도 샘이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딘이 더 괴로워하는 게 좋아! >.< 오죽하면 4시즌에서 그것 땜에 샘 충분히 안 괴롭힌다고 투덜거렸겠냐. 근데 샘헐트 팬픽들은 샘 괴롭히는 데 바빠서 그런 거 잘 안 그려 주더라고. ㅠ.ㅠ 딘 괴롭히는 애들은 그 와중에서도 샘도 무지막지 굴려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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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마리에

    아 다시 보니 살짝 오해가 있는 것도 같네?
    내가 16화가 너무 헐트라서 싫다고 한건 딘이 다쳐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버틴 봉인을 아들이 깼네 어쩌구 하는 상황도 싫고, 지옥에서 고문했던 것처럼 이승 와서도 고문을 하고 어쩌구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는 거였다오.; 난 10화에서 딘이 영혼들 고문했네 어쩌구도 무지 불편했어..

    그러니까 내가 그대보다 딘이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거 잘 못보는 건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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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마리에

      오호, 그대의 ‘헐트’를 알겠소. 그래서 핀트가 어긋났구만. ㅋㅋㅋㅋ
      게다가 나는 좀 과잉이라고 느낄 때에 ‘헐트’닷! 이라고 말하는데, 그대는 그대 맘에 들지 않는 ‘과잉’은 헐트의 범주에서 제외해버리니.. 뭔가 어긋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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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ukesky

      오, 실시간! 나도 그 부분은 너무 ‘과잉’이라서 별로야. 은근슬쩍이 부족하거든.
      음, 이제야 대충 정리가 되네. 내가 그대보다 캐릭터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걸 훨씬 좋아하는 건 인정하는데 ^^* ‘과잉’은 나도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그대는 그걸 이제껏 ‘너무’라는 걸로 표현했고, 내 경우에는 그게 아예 내 선택지에서 빠져 있었던 거지. 난 너무 노골적이거나 ‘과잉’의 경우 불편하다기보다는 외려 아무 느낌도 없이 냉정해져서 폭력과 마찬가지로 ‘헐트’라고 인식을 안하는지라. 그러고 보니 역시 내 언어가 문제였구만. 나는 저 단어를 ‘나’를 중심으로 말하고 있었나봐. 내탓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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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그래서 나는 ‘노골적으로 괴롭혔어’라고 말하는 걸 그대는 ‘은근한 헐트’라고 불렀던 거로군.

      그런데 대체 우린 왜 이런 걸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는 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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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마리에

      그대의 ‘노골적으로 괴롭혔어’ = 내 ‘은근한 헐트’
      이거 딱인걸..;; 내가 그대 팬픽 읽고 했던 말이지?
      나도 팬픽 용어를 통해 내 사고체계를 생각해본 결과 말이지, -_-;;
      난 ‘헐트’라는 단어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캐릭터의 감정보다 글 속에서 읽히는 창작자의 의도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것 같지 뭐야?
      냥.. 뭐 그렇다고. ㅋㅋㅋㅋ
      그건 그렇고 나 이런 거로 진짜 진지하게 토론하는 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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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클라삥

    팬픽에서 헐트는 육체적, 심리적으로도 다 쓰이지만 위의 경우에는 첫번째에 더 해당이 되는 것 같아요. 보통 torment까지 추가가 되지요.

    두번째 경우도 심리적으로 헐트이긴 한데 공화군 측의 오해를 듣고 루크가 ‘얼만큼’ 괴로워하느냐에 따라 헐트 여부가 더 명확해질 듯 합니다. 스타게이트 팬덤 쪽에서는 whump 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일단 whump가 들어가면 해당 캐릭터가 심신(emotional whump or physical whump)으로 고생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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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으, 역시 정의란 어렵다니까요. 클라삥 님 글을 읽고나니 더욱 명확해지는군요. 전 ‘헐트’라는 단어를 “실제로 그 캐릭터가 얼마나 괴로워하느냐”가 아니라 ‘읽는 내가 캐릭터가 얼마만큼 괴로워할 것이라 인식하고 있는가’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hurt라는 단어는 심신 양쪽 모두에 사용되는지라 영문팬픽의 설명문을 읽을 때는 첫번째로 이해하면서도 제가 말할 때는 두번째 의미로 말하게 된다니까요. ㅠ.ㅠ 전 정말 편협하군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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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소심늘보

    저는 헐트를 캐릭터가 얼마나 몰렸느냐, 혹은 꿈도 미래도 희망도 없다라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팬픽용어의 세계도 진짜 심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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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전 얼마나 가슴이 아픈가…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으, 기본적인 용어들만 알면 되는줄 알았는데 여기서마저 바보같이 착각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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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세이

    1번도 2번도 헐튼데… 저같은 경우는 오해가 수반된 헐트이기에 더 헐트받아요ㅠㅠ 신뢰 또는 배신… 그런 문제라서 말이죠. 1번은 그냥 나만 맞고; 끝나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건… 끔찍하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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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저도요! 오해 좋죠. ㅠ.ㅠ 특히 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속으로 문드러 빠진 애라면 좋아 죽어서…ㅠ.ㅠ 괴로운데 티 안내는 애들이 특히 좋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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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멜렝

    아아, 심오한 토론 속에 헐트로 뭉친 여인들의 은은한 동질감이 흐르는 듯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1번이 더 가슴 아팠어요. 황제님이 'Was it so hard?'하는데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더군요. 무너지는 건물을 나무젓가락 하나로 휘어지도록 버티다 결국 뚝 부러져 깔려 버리는데ㅠㅠ 제 속도 같이 부러지고...ㅠㅠ 어휴. 2번은 헐트보다는 '앵거'랄까...; 아니 루크가 지금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데 저런 답답한 소리들을 하고 있냐며... 화를 냈던 거 같아요. 보통은 심리적인 고통과 상관없이 육체적으로 굴리는 걸 hurt라고 인식합니다. 뭐 전 둘 다 좋아요 굴리기만 하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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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전 사실 과정 자체보다는 루크가 무너지는 그 순간이 진짜 크리티컬이었어요. 루크가 ‘무너진다’는 것 자체가 워낙 충격이기도 했고. 2번 같은 경우는 제가 인물을 괴롭히는 데에는 ‘고립’이 최고다!라는 철칙을 가지고 있어서. 아 진짜 공화군 애들 너무 미웠어요. ㅠ.ㅠ

      굴리는 거 죻죠. 으하하하하핫. 그것도 ‘굴려야 하는 캐릭터’들을 굴리는 건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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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디오티마

    저도 딘 헐트가 좋은지라…
    애가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상처 입은 마음으로
    동생 챙길 때 짠~하면서도 뭔가 더 괴롭혀주고 싶은
    느낌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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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딘이 원래 괴롭힘을 당하는 캐릭터죠. 속으로는 아파 죽겠는데 겉으로는 티 안내고 가벼워보이는. 그게 또 보는 사람을 자극해서 한번 무너뜨려보고 싶은 도전의식을 준단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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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therrion

    저도 두번째가 헐트..고문이나 폭력 장면은 전 비쥬얼적인 서비스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왠간해선 헐트라고 못느끼거든요;;;
    게다가 그런장면을 구구절절 구체적으로 길게 쓰는거 보면 지루하더라구요.왠지 보는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괴롭지?괴롭지?이부분에서 괴로워 해야돼.라고 강요하는거 같기도 하고;;;

    깔끔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거나, 아니면 정말 냉정하고 덤덤하게 짧게 쓰여진게 좋아요..

    저도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상황인가.가 헐트의 주요 포인트예요.ㅎㅎ 그리고 거기서 덤덤하게 허세를 떨어 줘야한다능.ㄲㄲㄲ 캐릭터가 정신적으로 무너질만한 상황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억지로 버텨야 하는게 최고의 헐트입니다.ㅠㅠ 뭐 이거저거 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요.

    아..한마디로 표현하자면,’아..죽지도 못해.”이걸까나..

    걍 딘이 헐트의 최고봉.;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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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맞아요. 비주얼적인 서비스!
      전 애가 속으로는 상처받고 아파 죽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 게 좋아요. 악의는 없지만 겉모습에 속아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죠. 독자들에게도 그 상황이나 인물의 심정을 설명하기보다 그냥 슬쩍 드러나는 것만 보여주는 게 좋고요. 그래서 아마 대개 주인공보다 조연을 더 좋아하는 걸 거에요.
      “죽지도 못해..” 좋죠. ㅠ.ㅠ 그 아슬아슬하고 간당간당하게 버틸 때의 짠함! 그래도 딘은 밝은 부분이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다른 애들에 비하면 ‘허무함’이 덜한 캐릭터예요. 딘은 샘이 상처를 주는 장본인인 동시에 버팀목이라는 이중창치가 붙어 있어서 어느쪽으로 건드리냐에 따라 정말 죽여주지요. ^^*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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