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저런

1. 우울함을 가중시키기 위해 콜린 윌슨의 “잔혹”을 읽고 있습니다. 나중에 나온 발췌판 말고[그런 주제에 완역이라고 사기치기는] 아는 분 제보 덕분에 헌책방에서 구한 두권짜리 말이죠. 한데 문제는 이런 잔혹한 인간성에 대해 읽고 있으면 감정적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냉정한 눈만 키우게 된다는 겁니다. 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2. 그래서 멜렝님이 추천해주신 스타워즈 팬픽을 읽고 있습니다. 20챕터짜리를 8장까지 읽었는데…헉, 이거 물건이잖습니까. 오오, 황제님 루크를 괴롭히는 법을 너무 잘 알고 계세요. ㅠ.ㅠ 인쇄하려고 한글파일로 정리하다보니 뒷편도 있는 것 같더군요. 얘도 끝났으면 읽어봐야겠어요. >.<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거라면 늘 환영이어요. 빨리 끝내고 두번째 추천 픽도 손대야 하는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팬픽이 길어지면 도저히 화면으로 못읽고 인쇄를 하는데, 지난번 이벤트로 받은 HP 프린터 검은 잉크가 지난번 수뇌를 비롯해 “오로지” 팬픽 인쇄 때문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ㅠ.ㅠ

3. 후배 녀석이 MMPI 검사지를 가져와서 친구들과 무더기로 앉아 했는데, 하다보니 심리검사 방법에 커다란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적으로 결과가 피검사자의 사고에 좌우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저 자신은 어떤 항목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표시했는데 주변인들은 모두 “너, 그거 거짓말이야!!”라고 외치는 식이랄까요. 아니, 하지만 난 정직했는데. -_-;;; 뭐, 장난으로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여하튼 결과가 무지 기대되는군요.

4.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런 검사를 할 때면 질문지를 읽고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저는 그게 특히 심한데 정확한 조건이나 상황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물병자리 설명에 그 비슷한 게 나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물병자리가 아니라 INTP(혹은 그냥 NT) 쪽의 성향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어떠한 질문에 대해 곧장 대답을 하기보다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 질문의 앞뒤관계를 알고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정보가 충분치 않으면 대답을 줄 수가 없거든요. 사정을 다 알고난 뒤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잖아요? 원래 인간이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인데다가. 음, 확실히 이런 성향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뭔가 이름이 붙어 있을 것 같군요.
 
5. 이런 분석적 인간의 비애는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게다가 입력치가 하나 어긋나면 결과치가 여러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슬래쉬 팬픽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애정관계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 전제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애들 태도와 사고방식에 변화를 줘야 하고,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행동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가능해집니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 상상력으로 메워서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는데 상상력이 부족하면 신빙성을 주기가 힘들어지죠. 잘못하면 인물 전체의 윤곽이 흐트러져 변덕스러워집니다. 한편 상상력이 과하면 인물을 아예 ‘자신의 것’으로 해석해 다른 인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생기죠. 그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분들은 정말 대단해요.  

…..그러니까 이런 쓸데없는 것까지 분석하고 앉아있는 저라는 인간은 말입니다. -_-;;;;;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군요, 젠장.

6. 요즘 제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건 우리 미샤씨 트위터인 것 같아요. 으핫.

7. 내일부터 또 열심히 일할 겁니다요!!!!

그런 저런”에 대한 10개의 생각

  1. 디오티마

    영맹에 가까운 저도 빠져든 미샤씨의 트위터에요. 이 아저씨 설정놀이에 빵 터지다 못해 가끔 실실 웃기도 합니다. 친구도 한 명 더 추가됐던데요. 서역언니들의 줄임말을 몰라서 이해 못할 때가 좀 슬프네요.ㅜㅡ

    슬래쉬 팬픽을 최근 몇 개 봤는데 뭐랄까 특정 공식에 대입하듯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양식을 무시한 채 남성역과 여성역으로 고정된 것은 보기 힘들더라구요. 루크님 말대로 재해석해서 다른 인물이 되더라도 공식적 관계로 빠지지 않는 게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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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영어 통신체 정말 알아듣기 힘들죠. 가끔은 검색을 해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게 많아요. 하긴 전 한글 통신체도 잘 못알아듣는지라.
      음, 그런 글들은…저는 공식에 맞춘 포르노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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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마리에

    그래서 저런 설문지엔 설문자의 신뢰도나 자기방어 척도도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소. ^^* 아니 잠깐, 당신 심리학 전공 아니었소?!?? mmpi 나도 함 해보고 싶당. 냥. 예전에 심리학과에서 mbti는 해봤는데. 그대 나랑 많이 비슷한 걸, 난 intj라오.

    그런데. 슬래쉬 못쓰는 분석글이……… 상상력보다….. 특정상황에서 행동 변수를 다 생각하려고 하니까 못 쓰는 거 아녀? 이 인물은 이 상황에서는 이럴 수밖에 없다! 할 정도로 몰아 넣어 버리시오!! ……냥;;;;;;;;;;;;; 그럼 후자가 되어버리려나? 냥.;;;;;;;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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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게 말이야, 과연 그 척도를 구분할 수 있는걸까, 싶은 게지.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남들은 아니라잖아, 쳇. 학부 때 배운 심리학 이론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소.
      어, 변수가 너무 많은 게 문제야. -_-;;; 그 중에서 하나를 꼭 집어서 발전시키려면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정도로 내가 납득해야 하는데, 그건 상상력의 영역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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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멜렝

    후후후, 드디어 블랭크 옹의 마수에 걸려드셨군요.+_+ 이거 정말 물건이죠. 황제님도 압권이지만 루크가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픈데 동시에 너무 멋있는 거예요.ㅠ_ㅠ
    후반부의 전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황제님이나 루크나 준비체조에 불과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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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으어!!! 저 방금 루크가 드디어 황제님을 ‘마스터’라고 부르는 데까지 읽었어요. 악악악! 이렇게 루크 팬심이 넘치는 글이라니, 너무 좋아요. ㅠ.ㅠ 아흐으으으으으윽, 괴롭힘 당하는 루크를 보고 있으면 정말 온 몸에 전기가 흐르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가슴이 바늘로 쑤시는 듯 쿡쿡거리는데 그래도 너무 좋단 말이죠, 엉엉엉. 게다가 사면초가야! 꺄아!!! ㅠ.ㅠ 근데 편집하다가 잠깐 봤는데 결국 루크의 운명은 그리되는 건가요, 윽. 내심 버텨주길 바랬는데, 흑흑. 이 시리즈 뒤편을 읽으면 또 다른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베이더의 운명처럼 죽기 전에나 빛으로 돌아오나요, 으어어어어어어, 루크는 정말이지!!!! 전 루크가 고문 당하는 게 왜 이리 좋죠, 엉엉엉. 역시 루크 팬들은 본성이 다 똑같은 게 틀림없어요!!!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다른 글들도 추천 받아요~! ㅠ.ㅠ 멜렝님 취향이라면 저도 두 손 꼭 잡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추천 포스팅에 올리신거 다 읽어버릴까 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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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멜렝

    (…두 손 꼬옥)드디어 홀로 불타는 외로운 마이너 인생에 빛이 들어오는 것 같네요. 제가 한참 이거 읽을 때 뭍에 떨어진 물고기마냥 얼마나 뒤집었는지 몰라요. 진짜 심장에 안 좋지 않나요. 팬픽 주제에 이렇게 온 마음을 너덜너덜 만신창이를 만들다니ㅠ_ㅠ 아직도 챕터 10부터 14까지는 트라우마로 남아서 다시 보기가 힘들어요. 솔로를 보내는 장면부터는 줄줄이 피눈물…ㅠㅠ Into the Storm은 트릴로지의 첫번째 시리즈예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거죠. 후후…; 지금 마지막 세번째 시리즈가 연재 중입니다. 자세한 전개는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작가 프로필페이지에 링크된 홈페이지도 한번 가 보세요. 시리즈마다 합성으로 만든 포스터가 있는데 요게 또 근사하답니다.
    루크는 원래 괴롭힐 수록 맛인 겁니다. 그럼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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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블랙

    ‘콜린 윌슨’이면 ‘풀리지 않은 세계의 불가사의. 1, 2’ (세계 불가사의 백과) 작가 아닌가요?

    그 책은 어째선지 먼저 한권짜리(세계 불가사의 백과)로 나온게 나중에 두권짜리(풀리지 않은 세계의 불가사의. 1, 2)로 나온것보다 더 볼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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