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양이 엄청나군요. 그런데 실제로 제 옷은 몇 개 안 됩니다. 대부분이 제가 하고다니는 꼴을 보다 못한 누이가 사주거나 물려준 옷이라서요. ^^* 덕분에 옷에 들어갈 돈을 책에 쓰고 있다지요. [흑흑, 정말 좋은 언니여요.] 문제는 잘 안입는다고 해도 누이가 준지라 버리기가 영….껄끄럽달까, 미안하달까, 비싸보인달까.
그래도 과감히 한 보따리를 갖다 내버리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 버리겠는 옷이 두개 나오는군요.
[#M_ more.. | less.. |하나는 이놈
원래는 얘도 누이 옷이었어요. 아마도 고등학교 때 쯤? 제가 평소에 무지 탐내다가 중학교 때 물려받은 걸로 기억합니다. 흐, 90년대 초반이군요. 상표는 뱅뱅. 당시 유행했던 사파리. 그 때 패션 기억하시는 분 있으려나.
양면입니다. 안쪽에는 주머니가 자그마치 여섯개나 달려 있어요.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었지요. 그리고 목 컬러 안에는 말아 넣는 얇은 모자가 들어 있습니다.
사랑해 마지 않는 놈이라 무지막지 입고 다녔고, 특히 고3 때는 친구들에게 “고시생”이라는 굴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꿋꿋하게 걸치고 다녔지요. 심지어 상큼한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도 “예비군”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입고 다녔습니다. 남자선배들 저옷 참 싫어하대요.
지금은 찢어지고 해지고 여기저기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만,
그래도 못버리겠군요. ㅠ.ㅠ 이 놈의 집착.
두번째는 이놈
와하하하하하하하하! 고3때 여름 교복입니다. 10년도 훨씬 더 된 놈이어요. 이른바 ‘은행원복’ ㅠ.ㅠ 동복은 그럭저럭 예쁜 축이었는데 정말 이놈의 하복은…ㅠ.ㅠ 하여간 하복을 입은 마지막 날, 친구들끼리 서로의 교복 윗도리에 메시지를 남겼더랬습니다. 입고 있던 걸 그대로 벗어서 적은지라 땀냄새가 나서 집에 와서 한번 빨았는데…..덕분에 수성펜으로 적은 글씨들이 다 날아가는 불상사가, 크흑. 아직도 그건 좀 많이 아깝지 말입니다.
뒷면도 있습니다.
아마 저 뒤의 문구들, 지금 읽어보면 다들 부끄러워서 안드로메다에라도 도망가고 싶을 겁니다. 제가 친구들의 교복에 쓴 글들도 마찬가지일테고요. 저중 몇 명은 애엄마가 되었고, 몇 명은 소식이 끊겼고, 그래도 다들 열심히 살고 있겠죠.
역시 얘도 못버리겠어요. ㅠ.ㅠ 아, 정말 이놈의 집착.
_M#]
….너의 염통은 이제 내거다 우린항상ㅇ 잠자리를 같이했지?????????? 푸하하하하하핳하하핳하
재밌는거 하셨네요. 전….음…..6-_-;; 교복물려주기에 넘겼던가…;
달콤한 아침. 우리는 문득 잠에서 깨어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배시시 웃었어. 그리고 몽롱한 기분으로 다시금 잠속에 빠져들었지. 종이 울리면 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만끽했고. 어른들도 우리의 다정한 한때를 방해하지 않았지.
…..모든 고3 교사들 사이에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과 청소시간에만 깨어있다는 우리의 전설에 가까운 악명이 퍼지기 전까지 말이다. -_-;;
즉, 토끼언니 이전에도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다……….(탕) 뭐 그런 것이겠지요….(덜덜덜)
전 애초에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중고 교복을 사서, 졸업할 무렵에는 걸치고 다니기도 어려운 누더기가 되어 있었지요. 그래도 그 와중에도 질기고도 튼튼한 코트만은 또 용케 팔고 나왔………..
고백하자면 내 여성편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오. 음, 역시 연애를 하려면 여자를 끊어야 할 것인가.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렵잖아.
엥, 교복에 코트도 딸려 있었어? 좋은 학교네.
와, 교복에다 쓴 롤링 페이퍼라니 ㅋㅋ 생각도 못했네. 저건 안 버리면 안돼?
그래서 챙겨뒀어. ㅠ.ㅠ
으하하하하 위의 점퍼를 남자선배들이(특히 예비역) 싫어한 이유를 알거 같네요.
왠지 분위기가 기억하기 싫은 추억을 떠올리게 할거 같은..
그쵸? 몇몇 예비역들은 제발 입고다니지 말라는 충고까지 하더라니까요.
교복 롤링페이퍼라… 액자에 넣어서 보관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ㅅ^
…..저런 건 액자에 넣고 보관하고 싶지 않아.
으아 저도 가을에 전세계약 만료라서 이사준비 때문에 옷정리 좀 해야하는데-_- 정말 입을 때는 얼마 없는 것 같은데 막상 열어보니 꽤 많더라고요;
…사실 옷 정리보다 시급한 건 책정리입니다만…; 양가 부모니들은 볼 때마다 만화책 처분하라고 성화신데 절대 버릴 수 없다고 굳은 의지를 표명하는 smk군; 만화책에 비하면 정말 얼마 안 되지만 동인지 정도만 처분할까라고 물으니까 기린이가 커서 볼 수도 있으니 일단 그것도 다 싸들고 가잡니다. 으하하;;;
책…..나, 새 집에 책장 여섯개가 다 안 들어갈 것 같아. 아니 별로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책장이 여섯개나 되지? ㅠ.ㅠ
그런데 그대, 결혼 하나는 정말 잘했구려. 딸내미 동인지까지 챙겨주는 아빠라니1!! 훌륭하잖아!! 으하하하하핫.
교복 입은 누나 모습은 상상이 안 되는군요;; 제 교복은 고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어느날 교복 장터에 팔아버리신 슬픈 사건이 있었지요. “네가 전에 먹은 고기는 교복 팔아 산 고기였다!!”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주신 어머니… -0-
나도 한때는 그 선망의 여고생이었다고. 결코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다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교복을 팔아 고기를 살 수 있단 말인가!!!!
misha/동인지는 보통 아가가 글을 읽기 시작하거나 삽화(…)를 볼때쯤 되면 처분들 하시더군…..ㅇ<-<
삽화!! 그렇군요!! OTL 자짓 잘못하면 어린 시절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을지도;
(그러나 내 딸램이라면 ‘오호~’ 이러면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이 기묘한 기대는…;;)
자물쇠가 달린 책장을 사.
그리고 아이가 대충 나이가 되면 “네가 나이가 찰 때까지 고이 간직했단다”라면서 열쇠를 넘겨주는 거야.
우오. 교복은 완전 루크스카이님의 역사의 산 증인이군요. 타임캡슐같아요!
두고두고 간직하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생각같아선 간직하고 싶은데 또 때로는 이거 남겨봤자 엇다쓰나…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