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마지막 편입니다.
드디어!
왠지 샘에게 죄책감이 좀 듭니다만. -_-;;
* 아시다시피, 4시즌 2화와 3화 사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M_ [SPN] Return (完)| less.. |샘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연습중인 육상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높았고 가을바람은 상쾌했다. 젊다 못해 아직은 덜 영근 근육들이 이곳저곳에서 꿈틀거렸다. 이곳에서는 아무런 갈등도, 어둠도, 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은 별천지였다.
그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연습 중인 숀을 발견했다. 햇빛 아래서 밝게 빛나는 소년의 모랫빛 머리카락은 어디서든 금방 눈에 띌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오래도록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던 숀이 마침내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장대를 쥐고 도움닫기 준비 자세를 취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소년이 달린다. 힘찬 두 다리가 크게 공중을 내어닫고 마침내 중력을 박차고 뛰어 오른다.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의 몸에는 가히 아름답다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고 샘은 생각했다. 가느다란 막대가 지면에 우뚝 서자 유연한 몸이 활처럼 휘며 가로대 위를 날았다.
그러나 그의 발꿈치는 그를 더 높이 올려 보내길 거부했다. 숀이 의식적으로 재빨리 다리를 걷어 올렸지만, 이미 한쪽 지지대에서 이탈한 가로대는 덜컹거리며 바닥으로 추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샘은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고 생각했다. 손등으로 가리개를 만들어 올려다보던 샘은 고정대를 벗어난 가로대의 한쪽 끝이 마치 필름을 거꾸로 돌린 듯 위쪽으로 급격하게 튕겨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숀이 안전하게 매트 위로 떨어졌다. 가로대는 충격에 흔들거렸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숀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샘은 웃을 수 없었다. 그는 딘의 말을 떠올렸다. 숀의 형 미치가 죽었고, 양부가 죽었고, 미치는 숀의 삼촌을 죽였고, 렉스를 죽였고, 짐을 죽였고, 편의점 아저씨를 죽였고, 앞으로 또 누구를 해칠지 모른다. 이제 그는 거기에 더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한 숀의 높이뛰기 기록이 그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말해주어야 했다.
어쩌면 하나쯤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냥 저렇게, 아무 것도 모른 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은지도 모른다. 소년은 어렸을 때 헤어진 형의 추억 따위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라면서 금세 잊어버릴 것이다. 자신을 부둥켜안고 울던, 어른들을 향해 고함치던, 추운 밤 한 이불 안에서 껴안고 함께 발장난을 치던 누군가 따위.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주었고,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 따위.
숀은 샘이 아니니까.
샘은 깍지 낀 두 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므로 딘도, 아무 것도 몰라도 될 것이다. 하나쯤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딘과 함께 만났던 셰릴이 숀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녀는 숀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더니 샘을 돌아보며 손으로 가리켜보였다. 숀이 눈을 찡그리며 샘을 바라보았다. 샘은 고개를 들었다. 숀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샘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탠드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년을 본 것은 그 때였다. 숀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 어지럽게 헝클어진 어두운 금발에 지저분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새파란 눈동자를 지닌 소년이었다. 미치는 꼬깃꼬깃한 점퍼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아무런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 샘을 마주보고 똑바로 섰다.
샘은 그렇게 지친 눈동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만난 지상에 묶인 영혼들은 모두들 분노에 가득 차 있거나, 광기에 번들거리거나, 텅 비어있거나, 장난꾸러기 어린아이 같은 유혹적인 눈매를 하고 있었다. 미치는 달랐다. 그는 삶에, 아니 죽음에 지친 눈을 하고 있었다.
“딘은 잘못 알고 있어. 숀을 위해서가 아냐.”
샘은 미치의 표정 없는 얼굴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너를 위해서야, 미치. 아무도 모르는 너를 숀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야.”
미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악수를 청하듯 자연스럽게 한 손을 쑥 내밀었을 뿐이다. 샘은 미치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의 가슴에, 마음에, 심장에 손이 닿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욕망하는 사람의 심장을, 아무런 장애도 없이 이렇게 한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샘의 심장이 수축했다. 미치가 손을 비틀었다. 샘은 비명을 지를 듯이 입을 벌렸다. 갑작스런 들숨으로 부푼 가슴이 통나무처럼 빳빳하게 굳었다. 샘의 팔다리가 파드락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누군가 옆에서 새된 비명을 질렀다. 당황한 발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미치의 어깨 너머로 놀란 눈을 하고 얼어붙은 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샘의 심장근육이 점점 죄어오는 손아귀 위로 부풀어 오르려고 비명을 지르며 발악했다.
“샘!”
멀리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심장을 더욱 아프게 옥죄어 온다고 샘은 생각했다.
샘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연습 중인 육상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날씨는 쾌청했고, 잔뜩 기합이 들어간 구호 소리와 고함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들려왔다. 간혹 며칠 전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는 친절한 학부모나 학생들이 샘에게 다가와 몸은 괜찮느냐고 물어보면 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그리곤 다시 연습 중인 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숀은 오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첫 시도에서 그는 가로대를 뛰어넘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추락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엉덩이에 걸려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가로대에 어깨를 부딪쳤다. 소년은 쓰러지고 좌절하고 화를 냈다. 짜증을 내며 장대를 내팽개쳤다가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 힘을 주어 끌어 당겼다. 소년은 다시 준비 자세로 들어갔다.
***
“이해할 수 없어.”
침대 위에 지친 몸을 접어 기댄 채, 샘은 나지막이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야. 숀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반대쪽 침대 위 한 가득 부품을 늘어놓고 총을 닦고 있던 딘이 코웃음을 쳤다.
“사냥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숀에게 미치가 여기 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왜 나를 공격했는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난 할 수 있어.”
샘은 고개를 돌려 딘을 바라보았다. 딘은 기름 먹인 천을 든 손을 멈추고 샘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다. 딘이 눈가를 누그러뜨리며 피식 웃었다. 샘은 어디선가 저렇게 지친 눈빛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는 천생 동생인 거야, 새미.”
딘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총을 닦는 일로 돌아갔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샘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딘과는 달리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샘은 딘의 가슴에, 심장 위에 손을 올릴 수 있다면 그도 딘처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도 상상 속에서도, 손가락은 전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 봐도 까딱도 하지 않았다. 샘은 침대 맡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숀은 아홉 번째 시도에서 가로대를 뛰어 넘었다. 소년은 매트 위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신나는 덤블링으로 자신의 성공을 자축했다. 장대를 주워들고 운동장 구석에서 까르르 웃고 있는 린다를 향해 뛰어갔다.
샘은 멍하니 땀방울에 젖어 빛나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품속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5분 뒤, 다시 전화기가 울렸다. 샘은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루비였다.
샘은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 끝
+++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이라 좀 서두른 감이 있어서 템포가 지나치게 빠르군요.
그건 그렇고 수뇌가 정말 기록 여러개 깨네요. 스타워즈 때도 안하던 짓을. ㅠ,ㅠ
[하지만 루크, 당신은 내게 있어 언제나 일순위!!!]
이제 재방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동안 알차게 충전했으니 슬슬 준비해야겠어요. ^^*
_M#]
스타워즈때부터 루크님을 스토킹… 해왔지만~
휘유~
정말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시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팬픽 덕분에 하루가 행복해질것 같은 예감에 부르르~ 떠는 우라포맨이었습니다.
비밀글님의 닉네임 기억하고 있어요. ^^* 흐, 하지만 댓글을 쓰신 시점부터 스토킹은 끝난 겁니다. 잘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셨길 바라요.
우우 샘 바보 ㅜ_ㅜ
천생 동생이니까요. ㅠ.ㅠ
‘너는 천상 동생인거야..’라는 대사가 맘을 짠하게 하네요. 그런 말을 하는 딘희의 심정이나 그런 말을 듣는 새미의 심정이나 이해가 되서 눈물이….ㅜ.ㅜ 마지막에 미치의 도움없이 장대를 넘은 숀을 보면서 새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딘희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될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하면 그저 맘이 아픕니다. 루크님 완결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멋진 글이었어요. 진짜 슈내의 한 에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ㅡ^
왓, 제가 원래 오리지널을 우선시하는 정전주의자라서요. 본편 형식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완결을 냈다는 게 제일 자랑스러워요. 워낙 귀차니스트라 중간에 포기하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이게 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덕입니다. ^^*
와우 잘 읽었어. 그래서 결론은 샘이 더 불쌍하다는 건가 ㅠ.ㅜ
다음 주면 4시즌 재개하는 구나. 슈내 5시즌 가게 되어 좋긴 한데, 이 사람들 스토리를 어떻게 전개할 건지 심히 걱정 되긴 해
아냐!! 둘다 불쌍하다고!!! 독백하는 샘보다 보이지 않게 고민하는 딘이 더 불쌍해, 흑! ㅠ.ㅠ
그러게, 앞으로 대체 어케 끌어가려나….4시즌 끝에서 둘이 완전히 갈라서는 걸로 클리프행어 만들어놓으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된다오.
축 완결! >.< 동생한테 슈내 얘기를 하면서, 형이 없으니까 샘은 루비에게 바로 의존하고 말이야 어쩌구, (루비가 해준 말은 형이 할 법한 말이었다고 샘이 그랬던가?) 그런 얘기를 했었거든. 그랬더니 동생군이 동생은 원래 그래~ 그러더군. 그냥 갑자기 생각나네. 미치나 딘의 지친 눈이라... 아, 새미야. ㅜㅜ 니가 이 누님 맘을 아프게 하는구나.. 사람들이 발룹발룹해도 나는 루비새미(루비님이 공. 푸헷. 농담.) 러브라인 괜춘했거든. 그런데 <리턴>에서 새미를 루비가 자꾸 불러내니까 막 미워진당. ㅎㅎ
외전… 있는 거죠? 저번에 예고하신 거 맞죠?
감사감사!!! 동생군 참, 그게 누나한테 할 이야기인가, 와하핫. 아, 정말이지 본편에서 새미를 더 괴롭혀주고 딘을 좀 놔줘야 하는데, 나도 불쌍한 딘을 더 그리고 싶단 말이다. ㅠ.ㅠ [이 놈의 괴상한 평등의식, 쳇]
게다가 내가 또 불만인게, 루비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중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단 말이지. 근데 흑루비는 단순히 ‘필요한 캐릭터’라는 느낌밖에 안 들어서 너무 아쉬워.
으, 외전….어떻게 하면 좋지. 애들을 생각보다 더 답답하게 만들어놓았더니 외전을 쓰면 애들 진도가 너무 갑작스레 빨라지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지가 않아, 끙.
답답한 녀석들이 일 저지르게 하려면.. 그대도 시리즈로 나가는 거야!! 꺄하하하.
아니, 아니, 급 진전 좋아.. 혈기왕성한 두 남정네가 확 일도 저지르고(쿨럭쿨럭) 그러는 거져. (쿨럭) -_-;;
.. 루비는 새미 이용해먹다가 막판에 뒤통수 때려야 진짠데.. 웅. 앞으로 어쩌려나..
혈기왕성……응, 몸만은 혈기왕성하지. ㅠ.ㅠ 아아, 샘이 덤비려면 딘이 어느 정도 확신을 줘야 하는데, 그 빌어먹을 자식이 찔끔찔끔 타이밍 안 좋을 때만 눈치주고, 샘은 또 그거 못 알아먹고, 내 머릿속의 얘네들은 대체 왜 이래. ㅠ.ㅠ
와 저 대사가…딱 첫째로군요. 빼도 박도 못하는 첫째. 맏이와 동생의 갭은 의외로 꽤나 크죠. 외전 너무 기대되요~
윽, 외전 없어요. 없다니까요, 엉엉엉. ㅠ.ㅠ 기대를 져버려서 죄송해요. 흑.
아…정말 천상 동생이네요.샘은. 정말 미치가 샘의 심장을 비틀었던 순간이 전 절절하게 이해가 가구요.
샘이 딘의 심장에 손을 대고 싶은거랑은 정말 차원이 다른 감정이잖아요.
딘도 분명히 느끼고 있을거예요..ㅠㅠ
그리고 숀이 미치가 없었어도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좋아요.
린다 한테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진짜 좋아요.;ㅂ;
동생들은 늘 스스로는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리에 머무르곤 하죠. ^^* 아아, 린다를 루비에 대치시켜 생각하신다면 과연 그 기분이 유지되실지….쿨럭.
워..워..루크님 감동의 도가니탕에서 절 한순간에 끄집어 내셨고…
아..뭐예요…이거 더럽게 슬프잖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