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과연 인간들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고 생각한다.
아무리 깔끔한 얼굴을 하고 순진한 척 엄살을 떨어보아도
그 속내는 아무도 모르는 것.
인간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자기자신을 합리화시키고 거짓말을 진실로 만드는 걸까…하고.
당신들은 비겁하다.
나라면 진실을 진실이 아닌 척,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닌 척 흉내내내는 것만 해도
엄청난 압박,
스트레스와 죄책감으로 인해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려버렸을 것이다.
그건 내가 너무 순진하기 때문,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켜야 할 것이, 죽을 때까지 내 손에 쥐고 가고 싶은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당신들과 달리, 그것을 진실보다, 자기 자신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위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는 명예를 위해, 명성을 위해
진실된 명예와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일면 슬플 뿐만 아니라
끔찍한 일이다.
이제 양심과 진실에 호소하는 것은 신물이 난다.
상대방을 나와 대등한 존재로, 나와 비슷한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인간이라면 지켜야할 그 무엇에 대해 호소하고 싶은 심정을 멈출 수가 없다.
여전히 인간들에 대해 절망하고 있음에도
소수의 인간들 덕분에 희망을 발견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소수의 인간들 때문에 좌절한다.
끔찍하다, 당신들이 있는 세상은.
당신들이 꿈꾸는 세상 또한 끔찍하며 당신들을 용납하는 세상 또한 끔찍하다.
당신들은 진실을 모욕하며 세상을 능욕하는 범죄자들이며
거기에는 일말의 동정의 여지도 없다.
당신들은 괴물이다.
시대가 낳고 인간이 낳은, 그러나 스스로 그렇게 변신하고자 하는
끔찍한 존재들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온갖 애를 써 보아도 남는 것은 경멸 뿐인
뻔뻔한 괴물이다.
내가 당신들을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바로 당신들 자신이다.
당신들의 한 마디 한 마디, 거짓에 거짓을 덧씌우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잠자고 있던 분노를 일으키고 가슴에 불을 지르고 머리에 얼음물을 끼얹는다.
당신들의 잠자리는 결코 편안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들의 그림자는 항상 비난을 업고 살고
당신들의 말은 끝없이 의혹에 걸려 넘어지리라.
당신들은 다시금, 이 더러운 세상을 살아가고자 발버둥치는 나의 한 부분을 죽였다.
당신들은 살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