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30제] 11. 라이트세이버

그것은 영원한 반신. 같은 시간 서로를 껴안고 함께 태어나는 쌍둥이 형제. 쪼개진 영혼. 목숨을 건 파트너. 차가운 금속의 살을 지닌 세 번째 손.
한 사람의 제다이 기사가 탄생할 때, 그의 라이트세이버 역시 생명을 얻는다.






“역시, 오늘은 오비완의 머리를 잘라주는 것이 좋겠어.”
콰이곤 진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워낙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탓에 몇 달 간이고 어린 파다완의 머리 모양을 방관해왔으나, 어젯밤 무심코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소년의 금발머리는 밤송이 수준을 넘어 고슴도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체 마스터가 파다완의 머리 스타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규칙은 누가 만들어낸 건지 그 낯짝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군. 보나마나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는 비인간족 파다완을 맞은 마스터일게 뻔해.”
콰이곤은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리며 컴링크의 버튼을 눌렀다. 귀에 익은 밝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마스터.”
“파다완, 나의 불찰로 네 용모가 더 이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졌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머리를 다듬을 도구를 가지고 건너오너라.”
“알겠습니다.”



콰이곤 진은 자신의 허리 근처에서 초롱초롱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는 초록색 눈동자를 내려다 본 다음, 소년의 자그마한 손 위에 다소곳하니 앉아있는 물체로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 다시 한번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환하게 빛나는 어린 파다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대체 왜 가져온 거냐, 파다완?”
“머리를 다듬을 도구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오비완이 미소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머, 머리? 아니 분명 다듬을 도구를 가져오라고 말하긴 했다만……혹시 이제껏 이걸로 머리를 다듬어 왔던 게냐?.”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네? 물론 저나 친구들은 실력 부족으로 불가능하죠. 하지만 이제 스승님이 다듬어 주시는 것이니 당연히 이걸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크흠, 하고 콰이곤은 헛기침을 한번 해 주고는 내친김에 깨끗이 정리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당연히? 물론 이걸 사용하는 기술은 아주 다양하긴 하다만 머리를 다듬는 일에는 그다지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구나. 무엇이든 ‘적절한 용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콰이곤의 말에 오비완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하지만 다른 제다이 마스터께서,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신 분들은 모두 라이트세이버 기술에 능통해 있어서 평소 생활에도 라이트세이버를 항상 이용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래서 언젠가 파다완이 되면 이걸로 머리를 다듬어주실 거라고……”

“다른???”

누구냐, 이 순진한 녀석에게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은 정신 나간 제다이느은!!!!!!!!!

“아, 예전에 마스터 윈두가 라이트세이버 수업 도중에 말씀해 주셨어요. 그러니 훌륭한 제다이가 되려면 라이트세이버를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된대요. 다른 마스터님들처럼.”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친구를 그냥 당장에!!!!!!!

콰이곤은 다시 헛기침을 했다. 망설이면서 입을 떼려는 순간, 소년이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마스터 윈두는 잔머리를 다듬을 때뿐 아니라 수염을 깨끗하게 밀 때도 세이버를 이용하신대요. 그러니까 항상 저렇게 매끈하고 반짝이는 머리에, 턱도 반질반질 하신 거예요. 정말 대단하죠? 전 아직 손목 돌리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요. 특히 성인용 라이트세이버는 아직 무거워서 힘껏 휘두를 때면 손목이 아파요. 그런데 라이트세이버로 잔털 하나 남기지 않고 머리를 밀려면 얼마나 수련을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그렇게 물어도 웃기만 하시고 개인차가 있을 거니 우리도 실제로 해 봐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또 방어나 공격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라이트세이버를 몸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게 진짜 실력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마스터 윈두께 모든 마스터들이 그렇게 훌륭한 실력을 지니고 있냐고 여쭤보니까…..”

“여쭤보니까?”
콰이곤 진은 헐렁한 튜닉 아래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힘없이 되물었다.

“네, 그러니까 머리나 수염을 기르고 계신 대부분의 마스터들은 라이트세이버를 그렇게 사용하고 계시다고 하셨어요. 특히 수염을 기르고 계신 마스터 콰이곤의 경우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했다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고 수염 끄트머리를 깨끗하게 정리할 줄 아신다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그때 다들 나이가 차면 꼭 콰이곤 스승님의 파다완이 되겠다고 했었죠.”

여기서 오비완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 행운아는 제가 되었지만요.”  

“그, 그러냐?”
콰이곤 진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라이트세이버 수업시간에 중요한 건 안 가르치고 이런 해괴망측한 소리만 해대고 있었단 말이지? 평소에 나더러 어린 수련생들이 뭘 배우겠냐며 좀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라고 한 친구가? 이런 포스에 벼락맞을 친구 같으니!!!

“저어, 그런데 스승님? 그럼 전 어디 앉을까요? 아무래도 제 거보다는 손에 익은 스승님의 라이트세이버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죠?”
콰이곤은 거짓 한점 없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세 번째 헛기침을 했다.

“에, 그러니까 말이다 오비완. 음…….갑자기 바쁜 일이 생각났구나. 요다 스승님과 상의할 문제가 있었는데 깜박 하고 있었다. 우선 네 머리를 다듬는 건……”
콰이곤은 오비완의 머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도저히 눈뜨고 봐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하자.”

오비완의 어깨가 마치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아래로 추욱 쳐졌다.

“할 수 없죠. 그럼 일이 끝나면 불러주세요.”
콰이곤의 입이 바싹 타올랐다.
“오냐.”

소년의 등 뒤에서 방문이 닫히자마자, 다혈질만 아니었더라면 제다이 카운슬의 일원이 되고도 남았을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은 번개같은 속도로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든 다음, 커다란 체구에 걸친 로브 자락 가득히 분노의 포스를 이글거리며 오랜 지기를 만나러 갔다.


[#M_외전: 애초에 그는 어떻게 라이트세이버의 달인이 되었는가|닫아주세요|
마스터 요다. 제다이가 되려면 아직 배울게 많이 남았나요?”
“흠, 흠. 많고 말고. 배울 것들이. 역시 급하구만, 성격이, 자네는.”
“죄송합니다.”
“흠흠, 특히 부족해, 라이트세이버 기술이. 필요해, 연습이.”
“그렇군요. 그럼 수행을 위해서는 어떤 연습을 해야 합니까?”
“이발.”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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