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30제] 12. 잠입

츄바카가 끌려나가며 울부짖는 소리가 동굴에 올려 퍼졌다. 뒤이어 여러 종족들의 웃음 소리가 음악에 뒤섞여 츄이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랜도 칼리시언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입 주위를 압박하고 있는 위장 마스크의 감촉이 평소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가모리안 경비병들의 시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이렇게 유리하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이 표유류를 닮은 종족은 시력보다는 주로 후각에 의존하고 있었고 암시장 어딘가에서 구해온 중고 제복과 장비들은 랜도를 훌륭하게 위장해주고 있었다.

그는 방금 대담한 협상을 마치고 혼자 떨어진 곳에 서서 음료수를 들이키고 있는 현상금 사냥꾼을 흘깃 바라보았다.
“제기랄.”

대제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승산 없는 도박에 손을 대는 건 젊은 시절 객기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끝도 보이지 않는 일에 무모하게 달려든 것일까.

처음에 그를 이 일에 끌어들인 것은 어여쁜 공주님이었다.
“당신은 이 일에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아요.”

그렇다. 솔로가 이 어두침침하고 죄악이 가득 찬 타락의 소굴에 벽걸이 장식으로 매달려 있는 데는 자신의 책임이 가장 컸다. 친구를 배신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나쁜’ 짓이 아니었다. ‘필요한’ 일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 없이 그러한 일을 거침없이 하는 것은 항상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일은 전적으로 랜도의 책임이었다. 그러니 그는 그 책임을 기꺼이 떠맡아야 했다. 예쁜 공주님이 정색을 하고 부탁을 할 때는 더더욱.

그러나 그는 달랐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앳되 보이는 청년은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요.”

폭력과 압박에 못이겨 오랜 도박 친구를 현상금 사냥꾼에게 넘긴 랜도에게, 어디선지 모를 곳에서 함정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달려온 이 친구는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종족 같았다.

“당신에게 우리의 의사를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면 그것을 따르십시오. 하지만…… 우리는 한 팀이지요?”
어쩌면 마지막 말을 하며 씨익 웃는 그 표정 때문에 자신은 여기 와 있는 지도 몰랐다. 명실상부 공화군의 일부가 되어 일하고 있으면서도 솔로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 때문에 확실한 직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솔로를 구해낼 계획을 세우고 또 파기하면서 아무말 없이 기회만 노리고 있던 랜도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있던 것 같은 한 마디.

이 기묘한 구속 아닌 구속에 솔로 역시 사로잡힌 것일까.

그래서 랜도는 지금 여기에 와 있었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해주던 공화군 장군들을 뒤로하고, 솔로를 구해내기 위해 몇 개월 간이나 이 타투인에서 가장 더럽고 지저분하고 끔찍한 곳에.

이제는 자신과 더불어, 비록 자유롭지는 못한 몸이지만 츄이가 함께 있었다. 심지어 젊은 제다이 친구 옆에 항상 붙어다니던 두 대의 드로이드 마저도 이 곳에 있었다. 한 명씩, 하나씩 동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 장벽을 뚫고 들어온 랜도의 뒤를 따라, 다들 자신의 길을 찾아서.

랜도는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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