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30제] 29. 추억

작은 오두막은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사막은 뭐든지 먹어치우려고 드는 습성이 있다. 4년이라는 세월은 이 게걸스러운 모래 사막이 홀로 서 있는 조그만 은자의 거처를 커다란 입으로 꿀꺽 삼켜 지루하고 바닥없는 뱃속에서 반쯤 소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잠시동안 황금빛으로 변한 집을 바라보고 있던 검은 형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모래의 파도에 휩쓸려 반쯤 부서진 문으로 다가갔다. 그 뒤를 키가 허리까지도 오지 않을 작달막한 그림자가 바닥을 미끄러져 따라가고 있었다.

튼튼한 집이었다. 집 안에서는 온갖 가재도구에 쌓인 몇 센티미터나 쌓인 노르스름한 먼지 뿐, 지붕까지 뒤덮고 올라탄 포식자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검은 후드의 사내가 자그마한 한숨을 내 쉬었을 때, 탁자 위에는 마치 모래 폭풍이라도 불어닥친 듯 소용됼이가 생겨나 은신처에 몸을 뉘이고 있던 묵은 먼지들의 질서를 흐트러뜨렸다. 그를 뒤따르던 작은 형체가 비웃는 듯 입을 열었다.

“삑 삐이이이익 틱”
그리고 방 한가운데 서서 어두운 그림자를 흩뿌리고 있던 사내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찾아야 해.”

그는 깊숙이 눌러 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젖혔다. 그늘진 모래빛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그러고 나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한참을 꼼짝않고 그렇게 서 있었다. 아니, 그의 눈동자는 좁은 오두막 안을 천천히 훑어보고 있었다. 어딘가 아득한, 묘한 눈빛이 하나뿐인 탁자와 낡아빠진 의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 곳이 바로 그를 처음으로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는 저 곳에 앉아 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쪽에서 통역 드로이드의 팔을 수리하고 있었지. 루크의 시선이 방을 반쯤 가로질렀다. 쓰리피오는 여전히 시끄러웠고, 알투는 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며, 아아 그래, 그리고 저 위에 공주님의 영상을 쏟아내었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때는 모든 것이 살아있었고 활기찼었다. 이 작은 오두막 안에 자리잡은 것들은 모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냄비 하나하나가, 지붕의 대들보 하나하나가 그와 함께 숨쉬고 있었다. 그 때의 생기에 비하면 지금 기둥을 기어올라가고 있는 지네가 시체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자신은 젊은 혈기에 가득 차 있던,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잔뜩 잘난 체만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실속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그는…..역전의 전사였다. 미치광이이긴 했지만.

다시 한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그는 아마도 전 우주에서 가장 훌륭한 미치광이였을 것이다. 아, 요다 스승님을 제외하면. 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루크는 살아 움직이는 노인의 모습을 눈 앞에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시간은 뒤죽박죽이었다. 그는 현실이면서도 과거였다. 이 곳에 둘러앉아 레이아의 메시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때가, 바로 어제인 듯 하면서도 루크가 태어나기 훨씬 전 까마득한 과거인 듯 느껴졌다. 그 몽롱한 기시감.

그는 조용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좁은 오두막 안을 거닐었다. 그는 소년 루크에게 담요를 건네었고, 머리 위의 선반을 뒤적거렸고, 절제된 동작으로 소년에게 공구 상자를 내밀었다. 그는 흔들의자에 앉아 잠자코 작은 아스트로메크를 주시했고, 인자한 푸른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주름투성이지만 여전히 강인해 보이는 손가락은 턱 위에, 이마에는 지혜가, 어깨에는 세월이 쉬고 있었다. 이 작은 세계는 그에게 속해 있었으며 모든 것은 말없이 그에게 복종하고 있었다. 소년이었던 루크도, 정신없는 드로이드들도, 심지어 꾸물거리며 쉴새없이 틈을 노리는 모래 바람도.

과거는 곧 현재고, 현재는 곧 미래다. 루크는 그를 만날 것임을 그 과거에 이미 알았었고, 그를 실제로 만났으며, 앞으로도 언젠가 다시금 만나게 될 것이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수없이 성장을 치러온 젊은이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이 공간은 죽어있는 곳이었다. 주인은 이미 떠났다. 육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눈 앞에 펼쳐지던 광경이 삽시간에 하얗게 사라졌다.

과거든 미래든, 다른 공간 다른 시대를 잠시 엿보고 돌아올 때면 항상 몸과 머리가 모두 멍해지곤 했다, 순간이 곧 영원이 되고 영원이 다시 순간으로 돌아올 때, 그 사이를 뛰어넘는 것은 어떤 존재에게도 힘든 일이다. 미숙한 자들은 그 빈 공간에 먹히기도 한다. 언젠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 루크는 어른이었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지배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단지,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

진실을 알면서도, 과거의 추억이란 항상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다.

모르는 사이, 푸른 눈동자가 물기로 흐릿해졌다. 이것 또한 일종의 부작용. 루크는 무리하게 눈을 깜박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스러운 대로,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야 한다.

“자, 그럼 알투.”
쾌활한 척 낸 목소리는 어딘가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주인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어느 순간에 날아갔다온 듯한 표정의 작은 로봇이 고개를 돌렸다.
“일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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