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넋두리를 하고 싶어 한다. 나도 안다. 나도 그렇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으로만 이루어지지도 않고, 밝은 면만 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안다. 당연하게도.
그래서 나는 너희들의 불평을 듣고, 고민을 듣고, 넋두리를 듣고, 맞장구를 쳐주고, 충고를 해주고, 실천을 맡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의 충고 가운데 대부분이 쓸모없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왜냐하면 너희들과 세상은 나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시에 내게 달려와 하소연을 늘어놓는다면,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고민과 고통과 불화와 갈등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나의 죄책감으로 그들을 밀어 올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만 즐겁게 살아서 미안, 너만 그런 고통을 겪게 해서 미안, 나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복해서 미안. 철이 들기도 전부터, 나의 인생은 이런 식이었다.

아아, 그래, 나는 너희들이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너희들은 ‘나’이기에 털어 놓는다 말한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너희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아니, 노력한다. 미안.

그래서 나는, 그렇게 모인 마이너스의 감정들을 눌러 담아 최대한 플러스로 바꿔보려 시도한다. 나는 너희들 앞에서도 플러스다. 플러스가 아니고는 살아갈 수 없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로 대응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인생은 그럭저럭 살만하고, 인간들은 사랑스러우며 세상은 더럽지만 아름답다.

하지만 순간, 어느 한 순간, 잠시나마 무심코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나는 마이너스의 세계로 추락한다. 거기에는 인과관계도, 사고도 없다. 순수하게 무딘 감성과 직관뿐이다. 이야기를 하라니, 대체 무슨 이야기를? 거기엔 두서도 없다. 그걸 끌어들인 건 나였다. 너희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분명 너희는 상처 입을 것이다. 아주 많이. 너희들이 나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음을 알기에, 나도 너희들을 상처주지 않겠다. 적어도 그렇게 하게 해 다오. 나는 죽어도 이성의 자락은 놓치않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발작은 혼자 있을 때만으로도 족하다.

제발.
이제까지 들어왔다고 해서, 이제는 듣지 않는다고 화내지 말아 다오. 누가 실망하고, 누가 배신감을 느껴야 하는지도 말하지 말아다오. 너희들의 감정은 저기서 시작해 여기서 끝나지만, 나는 여기서 시작해 여기 머무른다.
극한으로 몰지 말아다오. 내가 도망가지 않는다면, 잔인해질 테니까.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에 대한 11개의 생각

  1. 풀팅

    아마도 사람에게 사랑받는 자의 피할 수 없는 대가 같은 건가봐.
    당신에게서 풍기는 관용의 향기 같은 것이 있잖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지금 네가 듣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널 감히 비난할 수 있겠어. 아무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거 있는데. 우습게두 너한테. 너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줬다고 생각되어서, 난 그래서 너한테 미안해. 너의 애정에, 제대로 보답한 적이 없다고 생각되어서 미안해. 네가 어둠에서 허우적거릴 때, 제대로 도와줄 수가 없어서 미안해.

    분위기를 바꿔서, 마이너스에 마이너스 곱하면 플러스잖아.
    그러면 안될까?;;;;;;;;;
    안 웃기니? 미안하다…이따 때려 줘. -_-

    응답
  2. 해명태자

    웃고 있는 사람은 웃기만 하는 줄 아는 것이 불행히도…. 사람들 생각이잖아요. 웬만한 일에는 화내는 척도 안 하는 사람에게는 더 심하게 굴어도 된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예, 그래서 감히 제게 심하게 굴다가 폭격맞은 인간 주변에 꽤 되죠.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깜짝 안 하고 피식 웃고 넘기고 넘기고 했더니.)
    사람은 어차피 부족하니까…..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웃고 있는 사람이 어느날 웃지 않고 주먹을 날린다고 그걸 화내고 실망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고, 내 말을 들어주던 사람이 그러는 것 역시 마찬가지겠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언니, 주변에서 신뢰받고 계시는군요….. 라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사람 안 꼬이는 제 관점일지도 모르고…..
    많이 힘드셨겠어요. 🙂 사람이, 제일 좋고 제일 싫고 제일 무서워요. ^^

    응답
  3. 지영

    미안해 할 것도 없고,
    징징거리는 인간들 짜증난다 밟아버리고,
    실망이네 하는 인간은 짖어라~ 내비두고 사는 것도,
    꽤 좋습니다. 살만해요.
    좋은 사람? 니나 해 먹어라~ 하고 사는 겁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저란 인간 생겨먹은게 원래 그렇지요. 훗)
    힘내세요!

    응답
  4. 체샤고양이

    스타워즈 검색 타고다니다가 루크스카이님 홈페이지를 찾아서 읽어보고 친하게 지내고 싶단 생각에 MSN 추가 했습니다. 받아주세요. (하소연 아님 ㅡㅜ )

    응답
  5. lukesky

    …뭐, 지금 저도 하소연 중이니까요. 격려의 답글들 감사드립니다.
    비밀글 3님, 접수했습니다. ^^*

    응답
  6. 잠본이

    그래도 아는 사람이면 괜찮은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다짜고짜 붙잡고 자기 신세타령하는 거 들어주는 건 더 고역이죠.

    응답
  7. THX1138

    인간관계라는게 어렵죠 이렇게 해도 어렵고 저렇게 해도 어렵고 이말 들어주면 저기서 또 추근덕 거리고…

    응답
  8. 세류

    음…아닐 수도 있지만; 아론과 쥴라이가 문득 떠올랐음;

    지난 토요일 릭스 울집에서 모에모에하고 갔는데…
    힘내시게! 자네가 플러스라 마이너스들이 꼬이는(?) 거야…
    나더러 여인네 후린다고 뭐라 그러지 말고 -_-; 자네도 만만치 않아!!
    좀 한가해지면 자네의 플스로 자네 집에 모여
    로브 뒤집어 쓰고 라이트세이버 휘두르며 클래식을 보자!!!
    지금 내 노트북에 에피4 꽂혀있음 -_-;; (현재 직장)
    —-
    헉; 이걸 내가 공개로 올렸다니; 비공개로 올린다고 쓴 건데;;
    Sorry;;; 지금 고쳐봐야 너무 늦었을까..ㅠ.ㅜ..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