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
옷 살 돈이 있으면 책이나 디비디를 하나 더 사겠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고,
지금 내가 걸치고 다니는 옷은 대부분 지하상가나 길거리에서 파는 만원짜리 청바지, 셔츠나
아니면 친절하신 우리 누이가 불쌍한 동생을 위해 적선해주신 옷가지들이다.
하지만 간혹, 친구들을 따라 백화점이나 메이커 가게에 들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아주 황당한 경우를 접한다.
“이 옷은 지난 달에 나오셨구요…..”
“이 상품이 나오신지는 …….”
…………………………………….이봐요,
지금 당신, 옷한테 높임말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현대 사회에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땅에 떨어졌다지만
지금 이 옷을 사러온 당사자한테
“당신은 이 옷보다 못한 존재여요”라고 말하고 있는겨??????
이것봐요. 할아버지한테 앞에서는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도 반말 쓰거든????
아니 그건 둘째치고,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자기 스스로 옷보다 못한 존재라고 말하는 중인데 자존심 안 상해?
안 이상해?
아아아아아아아악!!! 제발 무생물한테 존댓말 붙이지 말란 말이다앗!!!!
대여섯번을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짜증이 팍 치밀어 올라서 결국 가게를 나오려는 순간 몸을 돌리고 그랬다.
“저기요, 그런데 옷에다가는 높임말 쓰는 거 아니거든요? 그럼 손님이 더 격이 낮다는 이야긴데요?”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그 아가씨, 잠시동안 어리벙벙한 표정을 하고 있더니 철두철미한 직업정신으로 대답했다.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교육을 그렇게 받거든요….”
……….내가 거기서 뭐라고 하리. -_-;;
그래서 친구들의 “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 하면 어떡하냐?” 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게를 나왔다.
아니, 그럼 거기서 대체 뭐라고 하란 말이냐. 손님을 맞는 가게에서 잘못된 어법을[때로는 잘못된 맞춤법] 사용하는데, 그걸 지적해주는 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나름대로 소비자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니란 말이냐? 그게 단순히 개인의 말실수라면 나도 용납한다. 그런데 그 백화점의 몇백명 직원들, 더 나아가 전국의 몇 천, 몇 만명이 그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을 물건보다도 못한 취급하고 있단 말이다. 이런 빌어먹을. 잘못된 건 지적하는 게 도리다. 그걸 입을 다물라고?
지금 와서는 왜 그때 좀 더 강력하게 나가지 못했나 후회중이다.
혹시나 근래에 백화점에 들를 일이 생기면, 그리하여 누군가가 또 그런 해괴망측한 어법을 구사하면
직원교육을 맡고 있는 부서를 물어봐서 담당자 낯짝이라도 좀 봐야겠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인사과에도 찔러줄까 보다.
손님 알기를 뭣 같이 안다고.
혹시 주변에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나 회사에서 직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면
제발 한 마디라도 충고해주길 바란다.
사람 대접 좀 받고 살자.
맞아요 맞아–; 상품에 대해 높임말 쓰면 사가는 우리는 상전 모시고 가란 건지 원–; 시장에서 " 이놈 집어 가슈!" 하는게 좋다니까요
그럼요, 아아….. 한국말도 못하는 것들이 한국놈들이라니, 화나죠.-_- 적어도 판매대상을 고객보다 높여서는 안된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바보들.
백화점 안 간지 계절이 참 많이 바뀌어서 몰랐는데…
직원 교육담당 얼굴 한 번 보고 싶네요. 개념탑재!
옷한테 인사해야 겠군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될텐데요; 알려줘서..
이해는 갑니다만…그 직원도 나름대로 불쌍해 지는 군요…OTL.
컥! 교육을 그렇게 시킨대요? 우와아~~~캡이네요…;;;
아비게일/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안하는 사람들도 더 이상해요. –;;; 이상하면 항의라도 할 것이지, 정말. 우에에에에엑!
해명태자/ 그러면서 쉬운 영어 철자 하나 틀리면 무식하다고 뭐라 그러는 꼴이라니. 한국말이나 잘 하면….–;;;
지그문트/ 아니, 공손함을 표하기 위한 높임말을 고객이 아니라 물건한테 쓰다니, 대체 어케 생겨먹은 개념이랍니까.
THX1138/ 집에 가서 고이 모셔두고 진지상도 차려드리고 문안인사도 드려야죠. –;;
funnybunny/ 뭐, 직원분이야 ‘시키는 대로 하니까 어쩔 수 없어’의 생각인 듯 했습니다만, 이제까지 아무도 그걸 지적해주지 않았단 말인가요…ㅠ.ㅠ
Hobbie/ 뭐, 가장 책임이 무거운 건 확실히 교육 담당일 듯 합니다만, 요즘엔 백화점 말고도 여기저기서 그러더라구요. –;;;;;; 다들 뭘 잘못먹었답니까. ㅠ.ㅠ
니케/ 얼마나 웃긴 세상인지요. –;;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수업을 열심히 안들었다는 증거가 딱 나는 겁니다. 아이고야.
허름한 옷 때문에 잔치에서 쫒겨나서 다시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왔더니 좋은대접 받았던 어떤 스님도 옷에게 음식을 줬었지요(…)
옷 님께서 나오셨군요…
무서워서 옷 님을 감히 걸치고 어디 다니겠습니까. 얼른 옷걸이에 가서 절이라도 굽신굽신 해야겠습니다, 이거.
일레갈/ 확실히 물리적인 부분을 현금으로 따지면 저보다 더 비싼 것 같더군요. –;;;;;
글곰/ 옷님이 너무 높은 곳에 계서서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어요, 정말.
‘옷이 날개다.’라는 만고불변(?)의 격언이 있잖아요.(방향엇나가는건가;;)
높임말도 쓰이는 곳이 다 다른데, 어째 물건에…;;;; 보통, 그냥 ‘나왔다’라고 하지 않나요???[그건 혹시 5년 전의 얘기인가….]
허헐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건 현금이고 그다음은 현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 물건들이고 그 다음에야 현금을 뿌리는 사람인 겁니까 -ㅅ-;;;
세이/ 날개님이 얼마나 높으신지, 원…
Mushroomy/ 그러니까 말입니다…ㅠ.ㅠ 당연히 ‘나왔다’가 정상이지요! 그러니까, 가장 문제는 직원들이 손님한테 말할 때는 ‘뭐든 간에 무조건 뒤 어미가 ‘하셨습니다’라는 겁니다. 문장의 ‘주체’가 누구인지[아니 무엇인지]는 상관없이 말이죠. –;; 너무 거슬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돌균/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말은 이제 열혈 애니에서밖에 볼 수 없다구….–;;
정말 높임말 이상하게 하는 사람들 많죠.
보험사 지원도 그렇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고가 고부가의 상품을 파는 사람들은 늘 희한한 높임말을 하더라구요.
보험상품을 두고 높임말을 하는 건 정말 온 몸이 꼬이게 만들죠.
전뇌인간/ ‘고가’이기 때문일까요? 그 생각은 못했군요. 보험사……–;; 보험사 직원들도 그럽니까? 맙소사…ㅠ.ㅠ
여전하구나. ㅎㅎㅎ ~시다 라는 높임말의 남용, 정말 짜증나는 일이긴 하지만 서비스업종으로서 사실 이해는 되는 부분이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