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잎 된장국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국은, 어머니가 봄에 끓여주시는 된장국입니다.
아시다시피, 된장국은 어떤 재료가 들어가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맛도 달라지지요.
[사실 아무거나 넣고 된장을 풀면, 그게 곧 된장국 아니겠습니까. -_-;;;; 아주 편리한 음식이죠. 덕분에 자취하면서 가장 자주, 잘 해먹을 수 있는 녀석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방마다, 집안마다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달라지고요.

심지어 저는 실과 시간인지 가정시간에 ‘시금치 된장국’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된장국에 시금치를 넣어 끓여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저희 집은 시래기(실가리 ^^*)가 가장 기본이요, 다음이 아욱이나 달래, 냉이, 쑥 등이거든요.
시금치 된장국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번에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쑥국과 함께 봄에 가장 자주 식탁에 등장했던 녀석은 바로 나물국입니다.
여기서 ‘나물국’이란, 보리잎을 넣고 끓인 된장국을 말합니다.
제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이기도 했지요. 쌉싸름한 맛은 거의 없고 무척 순하며, 향이 약간 신선한 기분이 드는데다, 조금 뻣뻣하고 씹는 맛이 있습니다.
아욱국의 무거운 맛에 비해 쑥국의 그 싸한 향과, 나물국의 가볍고 선선한 맛을 좋아했습니다.

어쩌다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울에 사시며 취미로 새싹을 키우시는 분께서 ‘보리잎으로 국을 끓여먹다니 어디서 그걸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어, 어라….시장에서 파는 게 아니었던가? 그게 그렇게 구하기가 힘든가?
몇 번의 이야기가 오고가다가 결론은 서울 사람들은 보리잎을 먹을 줄 모른다……로 귀결되었습니다.

어쩐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서울에 와서는 보리잎은 물론이요, 쑥으로 끓인 된장국도 본 기억이 거의 없더군요. [쑥이 비싼가, 혹시..T.T]
대충 전라도 지방에서 왜 보리잎을 먹는지는 이해가 갑니다.
봄이죠, 먹을 거 없죠, 보리추수는 멀었죠.
뭐든 먹을 것 없을 때 잎을 훑어다 국을 끓여 먹는 건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니까요.

제가 궁금한 건, 과연 그것이 전라도 지방에서만 먹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서울지방에서 보리잎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알겠는데….
농사를 짓는 지역이라면 위에서 말한 일은 흔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제 궁금증 풀어주실 분 안 계십니까? 에, 혹시 집에서 보리잎 된장국 드셔보신 분????
[제기랄, 쑥국이랑 나물국 먹고 싶어요…T.T 서울에서는 항상 시래기랑 감자국만 끓여먹어서…엉엉엉…]

보리잎 된장국”에 대한 22개의 생각

  1. 에베드

    아아~ 이 글 보니 저도 보리잎 된장국 먹고 싶어지네요.
    저희집은 어머니가 강원도 분이시라 토종 전라도 음식을 먹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라도니까, 참 맛난 것들을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한정식 먹으러 가서 배가 터져라 온갖 종류 반찬과 젓갈들을 먹구.
    …아침부터 침 고이면서 향수가……;ㅅ;
    저도 서울에 와서는 주로 시금치나 달래, 가끔 아욱이나 쑥으로 된장국 끓여먹었군요. 보리잎은 마트엔 아예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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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ono

    저희집은 부모님이 두분 다 강원도분이셔서 그런지 먹어본 적 없어요…;
    (지금 막 엄마님께 여쭤봤더니만, 강원도에서는 안 먹는다더라구요. 다른데선 보리잎을 넣고 끓여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언제 한 번 끓여봤는데, 깔깔해서 마음에 안 드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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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라피르

    저희 어머니는 경상도분에 이십년넘게 사는곳마저 수도권이신지라…
    보리잎된장국이란 말을 지금 처음 봅니다.
    에에~
    아욱이나 쑥된장국,시래기된장국 정도는 먹어본것 같군요.
    시금치 된장국은 달아서 안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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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ushroomy

    저는 냉이 들어간 된장찌개나 된장국을 좋아해요. 냉이의 알싸름한 맛이 배어서요. 뭐….. 배추 된장국도 썩 나쁘지는 않고… 그닥 가리는 게 없으니…. 그런데, 보리잎 된장국은 저도 처음 들어보는군요. 전에 아버지께서 시금치국 끓이실 때 된장을 풀어서 끓이시는 건 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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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일레갈

    저도 경상도인데 보리잎 된장국은 들어본 적이 없군요.
    저희 집에선 보통 청국장의 발효콩을 된장과 섞어서 된장국을 만들죠. 다른 집에서도 다 그렇게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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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Gerda

    전 충청도인데 저도 보리잎 된장국 처음 들어요. 대구집에서도 보리잎으로 끓이는 것은 본 적이 없어요. 맛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보리잎을 살 수 있다면 우리 토끼들한테 간식 삼아 주고 싶네요. 싱싱한 잎이면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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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풀팅

    당신께서 만약 제 친구이신 박모양이시면,
    – 보리잎 된장국은 저도 먹어본바 없소이다..
    – 쑥 넣은 된장국은 끓여줄 수 있으니 찾아만 와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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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ukesky

    에베드/ 앗, 그럼 에베드님은 보리잎 된장국 드셔본 적이 있는 건가요? ㅠ.ㅠ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서울 애들이라 다들 모른다고만 하네요…저희집은 부모님 두분이 모두 전라도 토박이셔서 ^^* 서울에 올라와서 몇 가지 당황한 부분이 있었지요. 아아, 된장국은 정말 좋아하는데 나물은 다듬는게 너무 귀찮아요..ㅠ.ㅠ
    mono/ 오오, 강원도에서는 안 먹는군요. 으음. 그래도 저희 집에서만 먹는 게 아닌 건 맞죠? 어머님께서 들으셨다고 하시니…아, 확실히 좀 깔깔한 맛이 있긴 하죠. ^^* 그래도 맛난데….
    라피르/ 그럼 경상도도 패스군요. 저도 시금치국은 달아서 별로여요. 시금치는 나물말고 다른 조리법은 좀 낯설더라구요.
    Mushroomy/ 냉이, 좋지요. 어렸을 때는 그 강한 향이 별로였는데 크고나니 또 달라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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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lukesky

    일레갈/ 으음, 저희집에서는 그냥 된장만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그건 경상도 특유의 방법일까요. 아아, 청국장도 땡기는군요..ㅠ.ㅠ
    Gerda/ 충청도에서도 안 먹는거군요. 많은 분들이 ‘처음 듣는다’고 하시네요. 이 작은 나라에서도…^^ 정말 신기해요. 보리잎을 서울에서도 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래시장 어딘가에 가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비밀글/ …..차라리 울집에 와서 끓여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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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lukesky

    물론 표본숫자가 부족하긴 하지만,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모두 제외되었군요….ㅠ.ㅠ 역시 전라도 고유 음식인가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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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yu_k

    와, 맛있겠네요…저도 경기도에 사는데, 보리잎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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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해명태자

    어머니는 경기도, 아버지는 경상도인데, 두분 다 보리잎으로는 끓여들이신적 없다 하시네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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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나마리에

    흠.. 저희집 고향은 충청도, 사는 곳은 경상도. 역시 보리잎은… 못 먹어봤어요.
    청국장 콩에 된장 섞어서 끓이면 맛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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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론

    정말 맛있는뎀…ㅜ.ㅜ
    동생이 수원에 사는데 홈플러스에서 보리잎 팔길래 사다 끓여먹더라…. 좀 깔깔하긴 해도… 그게 묘미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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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지그문트

    저도 경상도 토박이… 보리잎이 음식의 재료가 된다는 얘긴 처음 들어요;
    대신 된장국에도 해물을 자주 넣는답니다.^^
    전라도는 곡창지대인데도 봄에 먹을 것이 없었군요. 에, 에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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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lukesky

    yu_k/ ‘먹는 건지도 몰랐다’가 지배적인 의견이군요. 우와.
    해명태자/ 맛있어! 맛있어!
    나마리에/ 으음, 안먹어보셨다는 분들께 한번쯤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드는군요. 그렇게 맛난 녀석을!
    아론/ 그치, 그치?? 아아, 역시, 동향 사람만 알아주는구려….ㅠ.ㅠ 홈플러스라니, 홈쇼핑이야? 거기서 보리잎을 팔아? 음, 그 씹는 맛, 좋아…^^*
    지그문트/ 전라도는…사실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더 먹을 게 없지요. 다 위에다 가져다 바쳐야 하니까요. ^^* 뭐, 봄에는 워낙 먹을게 없기도 하고요. 음,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을 많은, 아니 거의 모든 분들이 모르신다고 하니 조금 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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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아론

    나도 자네에게 끓여주고 싶소만… 철이 지났소… 뭔 초봄 음식을 초여름에 찾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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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rumic71

    저희 부모님은 북남남녀 커플인데, 주로 아욱이나 시래기입니다.
    * 홈플러스는 할인마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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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돌.균.

    아욱이나 냉이 쑥은 많이 먹어봤습니다만, 역시 보리잎은 먹어본적이 없군요. 아버지 어머니 두분다 충청도 분이시고 살기는 대구서 살았지만 보리잎은 확실히 못들어 봤습니다. 기후의 차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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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lukesky

    아론/ 나도 철 지난건 알아….ㅠ.ㅠ 하지만 이렇게 글로 쓰고나니 정말 먹고 싶어졌다고, 쳇.
    rumic71/ 할인마트 이름이 홈플러스? 오오, 처음 들어봐요. 시래기 국 좋아요!!!!!!!
    돌균/ 으음,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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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아론

    홈플러스는 삼성테스코…의 것이던가..거기던가… 암튼 삼성계열할인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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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핑백: SPAC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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