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
친구녀석이 말한 적이 있었다.
“인간은 무엇이든간에 순위를 매기는 동물이야.”
응,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사물에 있어서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분명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나로서는 정말로 상위에 위치한 소수의 몇 개를 제외하면 다른 것들은 모두 비슷한 범주에 속한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다를진대, 내가 저 사람과 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다를진대, 이 사람과 저 사람중에 누가 더 좋아…라고 물었을 때 그걸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사람과 저 사람이, (혹은 이 책과 저 책이, 이 영화와 저 영화가)
“좋아한다”는 하나의 기준으로 순위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인가?
너무 오랜만이잖아, 나하고는 왜 안 만나줘? 나보다 걔가 더 좋은거야?
………………..아니, 난 단지 먼저 잡은 약속에 우선순위를 둘 뿐이다.
이 책보다 더 책을 더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횟수로 따져보면 이 책쪽을 훨씬 더 많이 읽은 것과 비슷할 따름.
어째서 그게 일치해야만 하지?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기대’를 만날 때마다 신기하다.
이상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는 인간들에게 기대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믿음과 기대는 다르다. 사람들은 가끔씩 그걸 헷갈려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 녀석이 거절했다면, 그것은 거절한 것이다.
녀석에게도 삶이라는 게 있고, 생활이라는 게 있고, 사정이라는 게 있다.
나는 부탁을 했고, 녀석은 개인적 이유로 그것을 거절했고, 나는 이해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능하다면, 거기서 끝이다.
누군가는, 그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어째서 타인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미리 기대하는 거지? 어차피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수가 없잖아.
응, 그러니까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실망하는거지.
엥? 왜 안다고 생각하는데?
넌 안 그래?
알리가 없잖아. -_-;;;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정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둔감한 탓인지,
나는 타인의 악의를 거의 느껴본 적이 없다.
친구들은 그것이 내가 그들에게 악의를 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무엇에 대한 반응이, 보통처럼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서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당황스럽다고.
내가 보기엔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다들 제각각인데,
그리고 나도 그 다양한 반응 중 하나일 따름인데,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한 범주에 집어 넣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왜? 누가 제발 설명좀 해줘, 대체 어떤 부분이????
어렵다. 너무나도 어렵다.
그 판단 기준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스스로는 아주 상식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상식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나의 상식이 올바른 상식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에서 통용되지 않고 다른 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상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엉????
정말 어렵다.
맞아요 어려워요 어째서 그냥 좋아할 순 없는걸까요
어려운거예요. 어려워요.
전 애초부터 남들의 예상을 좀 많이 깨고 다니기 때문에 그런건 없더군요; 그저 옆에 조금 있어보면 적응합니다(…)
물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대하지만요. 일종의 선을 긋는다고나 할까.
‘네가 이런 모습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상식이란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강압적인 무언가. 과연 그이들의 상식이 ‘길거리에서 이야기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받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는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적어둔 이야기만으로는 결국 ‘너는 나를 중요하게 대해야 해. 우리는 그런 사이잖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걸.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사이’라는 말의 거리와 관계의 무게는 상호 동의 하에 정확히 계량하고 맞바꾸는 게 절대로 아니니까. ‘상식’을 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비상식적인 사람들이라고.
핑백: far from Rea..
순위를 둔다는 것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이 간다.
돌균/ 음, 그러게 말야.
THX1138/ 어려워요, 많이 어려워요.
일레갈/ 저는 옆에 오래 있던 사람들한테도 ‘난 그나마 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놀란다니까’라는 말을 듣는지라… -_-;;; 하기야, 어쩌면 친한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선을 긋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유차/ 음, 그게…..정말 뭐라고 말하기가 힘든데 말야, 사람들은 내가 상식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걸 "네가 옳아"하고 인정은 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 실천에 옮기긴 힘들어"라고 말해. 그러면서 "하지만 저건 틀렸잖아. 저러면 안되는 거 아냐?"라고 하는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응, 사실은 하면 안되지만 다들 하고, 살다보변 하게 되는걸, 어쩔 수 없어. 난 이해가 가."라고 말하지.
하지만 난 그게 이해가 안 간다고. -_-;;; 대부분의 사람들과 나는 허용할 수 있는 부분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서로 반대야. 커다란 틀 안의 생각은 일치하면서도 말이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째서 자기부터 바뀌지 않는거지? 그게 옳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되잖아. ㅠ.ㅠ
응, ‘나와 너 사이의 관계’라는 건 정말 이중 수갑이야.
파벨/ 그렇지?????
디테일하게는 다를지 몰라도 크게는 저하고 참 비슷하시군요.
ㅠㅠ
회사 mt를 다녀와서 지금, 조금 괴로워졌습니다.
나마리에/ 블로그 다녀왔습니다. 많이…….괴로우시겠습니다. ㅠ.ㅠ
나는 단순명쾌한 자네가 좋소..ㅎㅎ..
세류/ 하핫, 감사하군요.
누가 누구에게 우선한다, 라니;; 각자의 의미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그 의미들을 무게의 잣대로 잴 수 있다는 걸까요. 약속도 먼저 잡은 약속을 지키려 애쓰는 건 당연한 거고;;
…그런데 의외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더라고요. ㅠ_ㅜ
(뭐, 회사에선 어디를 가나 단 하루만에 ‘하여튼 특이해’란 말을 듣고 있으니 할말은 없습니다만-_-a;)
misha/ 그러게요….ㅠ.ㅠ 어째서 특이하다는 걸까요. 크흑.
음, 슬× 씨는 귀여우니까 전부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