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 저는 주도하기보다는 ‘반응하는’ 스타일입니다. 말하는 것 보다는 듣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이 없는 타입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는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상대방이 입을 열어주어야, 즉 대화 자체가 존재해야만 제가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탁구공 대화’에서 저는 날아오는 공을 받아치는 데 익숙하며, 공이 중간에 떨어졌을 경우에 자진해서 다시 날려주는 쪽을 택합니다. 그래서인지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지요.
그렇게 탁구공이 제대로 왔다갔다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기는 힘든 법, 대화는 두 종류의 난관에 봉착합니다. 하나는 상대가 공을 치지 않을 경우. 서브를 몇 번 날려 봐도 돌아오지 않는 공은, 포기해도 좋습니다. 공을 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상대방의 확실한 의사 표현이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는 조용히 앉아서 상대가 공을 날려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기다리면 상대방은 거의 예외 없이 행동을 취하게 되어있다는 겁니다. 그 때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면 미약하나마 대화는 완성됩니다.
사실 진짜 난감한 상황은 혼자서 게임을 모두 차지하려고 드는 사람입니다. 서브를 보내고 나서 반응을 기다리지 못하고 쏜살같이 코트를 넘어 달려와 자신의 공을 알아서 받아치는 이들. 이들을 상대하는 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공을 칠 기회를 주지도 않으면서 받아칠 준비 자세를 취해주지 않으면 마음 상해하거든요. 문제는 ‘대화를 주도’하는 것과 ‘말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화란 적은 말로도 이끌어갈 수 있으며 주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주도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 사실은 딱 한마디가 중요한 것이죠.
불행히도, 앞서 말했듯 제 대화법은 ‘반응’을 보이는 걸 주로 하고 있기에 어떠한 모임이 있을 경우 제 주위에는 항상 두 번째 부위의 사람들이 몰려들게 됩니다. [나중에 선배나 동기들이 와서 ‘너 진짜 대단하다’라고 말할 정도로……말입니다.] 그런 만남을 한 번 갖게 되면 돌아와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혹시 나도, 어디선가 저러지 않았을까….하고 말이죠. 혹시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공을 빼앗아오지는 않았을까, 상대가 치고 싶어 하지 않는 공만 골라 보내면서 불평을 하지는 않았을까….
확실히 저는 대화를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래도 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성과 반성, 그리고 시도를 통해서요. 앞으로도 역시, 갈 길이 멀겠지요.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화는 어려워요.
지난번 대산 대학문학상 수상작 중 희곡작품에서 본 대사인데,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어느날엔가는 내 말을 모두 녹음해보려고 녹음기를 하나 몸에 준비해서 하루종일 돌아다녀봤어. 그리고 나서 나중에 들어봤더니 전부 내 말만 하고 있더라고. 분명히 대화를 하는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말은 내 말대로 나의 독백, 상대의 말은 상대 말대로 그의 독백처럼 들렸어."
소통한다는 건 한없이 어려워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언어란 참 쉽고도 어려우면서 책임감이 무거운 말이라고 생각해요.
뭐 저 역시도 대화를 주도 하는 편이 아닌 들어오는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지만요.. 물론 주제에 따라서 막나가는 편이기도 하지만 서두요.. 쉽게 내뱉은 말은 그 것의 배가 되어 부매랑처럼 돌아오기 마련인거같습니다.. 혼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건 쉽지만 상호간의 교류는 어렵더라구요. 말도 잘 않나오고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가 앞으로 몇년을 더 살진 모르겠지만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진 마스터 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 말하는 방법을..
말이란 어렵죠. 머리속에서는 온갖 멋있는 말 조리있는 말들을 정리하지만 정작 말을 하면 두서없이 너무 길게 말하게 되더군요. 내가 하면서도 말이 너무 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확실히… 말은 어려워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게 말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생각해보니 ‘혼자서 게임을 차지하려고 드는 사람 쪽’에 속하는 군. 말을 하다보면 멈추기가 어려워서 on_
전 대화가 통하는 상대만 골라서 통하는 주제만으로 대화를 하는 편이라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중입니다만, 나중엔 어떨지 모르죠. 모이는 자리마다 관심사나 성향이 다르니 거기에 그저 맞춰주는 식이랄까요. 그래서 결국은 대화하기 편한 자리만 골라 다니는중입니다 ^ㅅ^
ㅁAㅁ/ 저도 녹음기라도 하나 들고 다녀야할까봅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과의 소통도 어려우니 타인과는 오죽할까요.
토치로/ …….아마도 평생동안 노력하다 끝날 거 같아요, 그죠? 이놈의 상호작용이란 대체 뭔지….크흑. 특히 저는 표현체계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오해를 많이 받거든요. -_-;;;
덧. 저기….ㅠ.ㅠ ‘않 나오고’가 아니라 ‘안 나오고’입니다. [앗, 마음상해하시면 안 돼요! ]
THX1138/ 전 항상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서 ‘이렇게 말할걸!’하고 후회하는 타입이라죠. 게다가 뭔가 설명하다가 말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그 중간에 길을 잃어버려 횡설수설……그래서 될 수 있으면 번호 매겨서 딱딱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파벨/ 그대가? -_-;;;;;;; 괜찮아,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는.
돌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기도 하더군. 근데 위험해, 자기한테 맞는 상황만 골라다니는 것도.
대화…ㅜㅠ 그래서 인간관계가 이렇습니다. 잘 못하니까 잘 안만나게 되더라구요.-_-;;; 역시 맘편하게 왕따가 좋아요.(퍽)
루드라/ 아니 루드라 님의 인간관계가 어떠하시길…..[퍽!]
저 역시 말다해놓고 ‘이게 아닌데 이렇게 말하려던게 아니었는데’라고 후회합니다. 저 역시 말잘하다가 중간에 혼자 어버어버 거리고 흥분해서 더듬거리고… ㅜ ㅜ 논리정연하신 분들이 아주 부럽습니다.
대화를 탁구로 비교하시는 게 많이 공감가네요. 저도 듣고만 있는 게 사실 편하긴 하지만 상대가 같은 마음이라면 역시 제가 먼저 말을 꺼내는 스타일이에요. 루크스카이 님처럼 조금만 받아주면 좋겠는데 미소만 띈 대회의 블랙홀이면 정말 난감하죠. 대화하기 싫은 건가… 입 다물고 있을까… 하고;;;
마음 상할테야 크흑.. 철푸덕 꺼이꺼이~
THX1138/ 천성인가봐요…ㅠ.ㅠ
지그문트/ 대화는 탁구시합에 자주 비유되니까요. 정말 조금만 반응하면 될 것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해요. 그래서 결국 말을 계속하는 수 밖에는…ㅠ.ㅠ
토치로/ 헉, 안 돼요!! ㅠ.ㅠ 그러지 말아주세요!
호오..글을 읽다보니 나는 어떤타입인가 생각하게 되네요.. 다른건 몰라도.. 웃겨야 되는 상황일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주도를 하는타입이 아니라 다른사람말에 보충하기식의 대화법을 저는 구사하지요.. (이런것도 대화법이라 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