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입학, 시험 비리….

서강대 교수아들 부정입학 사건
교장/교감까지 시험조작 가세

부정입학과 관련해 점점 더 많은 소식들이 밝혀지고 있군요. 사실, 서강대 사건은 기가 막히다고 해야겠습니다.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다른 교수들까지 끌어들인 경우니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삐뚤어진 부모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대체 이 교수의 말을 들은 다른 교수들은 제정신이 있는 인간들이랍니까] 두 번째 기사는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받고 시험성적을 조작하거나 시험지를 빼돌린 경우들입니다. 그 학교 참 볼만하군요. [사립학교 법, 어떻게든 개정을 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이렇게 교사들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저만해도 부모님이 두 분 다 교사셨고 오라버니도 교사인데다, 아버지 쪽 친척들도, 어머니 쪽 친척들도 한 집에 적어도 한명씩은 교사를 하고 있거든요. 친구 중에도 몇 명 있고 말이죠. 초등학교 때는 엄마를 개인적으로 아는 선생님들이 꼭 한 명씩은 계셨고 중고등학교 때는 간혹 아빠한테 수업을 받았다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오히려 그랬기에 제 부모님은 저나 담임에게 신경을 쓸 수 없었다는 겁니다. 아빠는 교직 외에도 다른 일 때문에 바쁘셨죠, 엄마는 직장에 다니시니 학교에 못 찾아오시죠, 운동회, 소풍, 졸업식, 입학식 모조리 부모님 학교랑 겹치죠. 스승의 날 때 작은 선물을 하나 가져다드리라는 명령을 받았던 것과 1년에 한번 정도 학교에 담임을 뵈러 오셨던 것 정도가 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원래 이정도가 정상 아닙니까?]

중학교에 다닐 때쯤이 되면, 아이들은 교사들에 대한 욕을 입에 달고 삽니다. 호칭을 붙이는 경우도 거의 없고 별명으로, 그것도 인기가 없는 선생들에게는 민망할 정도의 별명을 붙여 이놈저놈 하며 부르기가 일쑤죠. 무심코 한동안 저도 그렇게 어울렸다가 어느 순간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지금 누군가는 내 아버지를 그렇게 부르고 있을 거라고. [당시 중고교 선생님이셨거든요.] 내 또래의 아이들이 이렇게 모여 우리 아빠를 별별 별명으로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우리 아빠는 스킨십을 좋아하시는 분이었고 저는 사춘기 시절 한 때 그걸 꺼려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참 민감할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소위 여학교에서 나쁜 손버릇을 가진 교사들을 욕하면서 혹시나,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기도 했더랬지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아빠가 중학교 때 가르치던 아이를 만나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 그 학교에 OO 선생님이라고 있지 않아? 어때?” 그나마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긍정적이었기에 안도했었지요. “어, 좋아. 좀 특이해. 가끔씩 애들 책상에 걸터앉아서 수업해.”
그래도, 한번도 부모님의 도덕성을 의심해본 적은 없습니다. 머리가 좀 굵어지고 약간은 세상을 알게 된 후에 두 분이 얼마나 소위 ‘미련하게’ 세상을 살아오셨는지 눈에 보일 정도니까요. 특히 해마다 찾아오는, 이젠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제자들을 만날 때는 더욱 그렇죠.

그래서, 교사들의 비리를 듣게 되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됩니다. 아무래도 인간이란 자기 처지를 생각하기 때문인지 그들의 자녀들을 생각하게 되죠. 대체 이런 사태를 겪은 아이들의 생각은 어떠할까….뭐 그런 것 말입니다. 교수 아버지가 가져다 준 모범답안을 외운 학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빠가 해 주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 비리로 잡혀 들어간 저 교사들의 자녀들은 또 어떤 생각일까. 어떻게 자랐을까. 아무것도 몰랐다가 원망을 하고 있겠지? 시험성적 조작을 받은 학생들은 엄마아빠가 돈을 가져다 바치고 얻어온 그 부정의 혜택을 입고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까, 정말로 만화에서나 보는 것처럼?

아무리 현대 사회에 교사의 위치가 격하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저는 교사란 다른 직업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입장에 있으니까요. 동시에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나 지식을 떠나서 말이죠.
물론 저런 교사들은 소수일 따름입니다. 한참 치맛바람과 부정입학이 날리던 시기에도 실질적으로 저런 돈교사들은 학교에 몇명 안 되었어요. [뭐 지방의 초등학교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애들 사이에 떠도는 입소문이었으니까 확신은 못하겠지만, 의외로 아이들이란 눈치가 빠른 존재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소문들의 대부분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비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환부를 도려내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전에도 한번 썩을 대로 썩어서 터진 적이 있었죠. 아마도 얕은 상처는 나았지만 깊은 상처들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터지지 않는 것보다는 차라리 터지는 게 낫습니다. 모르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밝혀지는 것이 낫습니다. 환멸이 밀려와도, 알고 분노를 터트리고 대책을 논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니 제발, 분노를 터트리는 데서 멈추지 말고, 5년 계획을 세우지 말고 10년, 50년 계획을 세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졸라 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정입학, 시험 비리….”에 대한 8개의 생각

  1. 일레갈

    제 고3시절 담임선생님의 아들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반 친구녀석이 한 명 있었는데 그걸로 많이 놀렸죠. 괜히 그녀석 이름을 크게 부른다던지 -_-;
    제 은사분들은 다들 선생님으로서는 합격점이었지만 꼭 어딘가 한 군데씩 문제가 있더군요. (특히 고등학교) 옛날에는 그게 좀 불만이어서 선생님들을 무시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저도 참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도 다 인간이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말이죠. 정말 단점이 없으면 대접도 잘 못받는 교사하겠습니까, 교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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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프

    누나 부모님은 참으로 멋지셨군요. 비록 그게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말이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프다는 꿈을 품은 적이 있었어요. 어쩌다가 교직 개설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가버려 교사의 꿈은 멀어졌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특별하다고 생각해요.(가르친다는 의미에서 연장선에 있는 교수와는 다르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종종 회상하며 웃음과 쓴웃음을 짓게 만들지 않습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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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핑백: 내 마음 속 폭탄상자

  4. lukesky

    일레갈/ 담임선생님과 이름이 같은게 아니라 담임선생님의 아들과 같은 이름? 그, 그거라면 그다지 놀릴만한 건덕지가 없어보이는데요, 음 -_-a
    확실히 인생에서 존경할만한 스승이 한명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프/ 멋지신 건가…….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 나도 교사가 되어보려고 했었어. 하지만 대학원에서 안 받아주던데? ^^* 한국의 유카리 선생이 되고 싶었는데 말야!!
    확실히, 어린 시절에 만나서 그런지 추억이 많이 남는 사람들이긴 하지, 교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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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일레갈

    음… 말로 하자니 좀 이상하지만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들이 함부로 찍찍 불러대는 것도 꽤 기분 상하는 일이었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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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돌.균.

    저런 인간들 밑에서 배우니 수능 부정이 나오는 거겠죠
    누나가 선생을하면 멋졌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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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세이드 륜

    앗 저도 부모님 두 분 다 선생님이세요>_<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알기 때문에 언론에 무뇌스러운 일들이 보도되도 별 걱정은… 근데 가끔 곤란한 일도 있더라구요. 담임쌤이 아버지 한해 후배거나ㅡ_ㅡ; 어머니랑 담임쌤이 알고있던 사이라거나;;;
    전 복이 많아서 그런지 학교 생활 12년 간 이상한 선생님은 한명밖에(하필 고 3 때;) 안만났지만, 안그런 선생님이 더 많을거라고 지금도 생각해요. 그리고 말씀하셨듯이 그분들도 사람이니까… 저런 치명적인 결점이 아닌이상은 그냥 다 고맙더라구요. 그리고 저런 사람도 소수라고 믿어요. 루크님 글이 많이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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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ukesky

    일레갈/ 흐으, 담임선생 아들 이름도 알고 있었다니, 대단!
    돌균/ 음……사이코라고 불렸을지도…
    세이드륜/ 어라, 저와 비슷하시네요. 전 중고를 모두 공립 여학교로 다녀서 인지 별로 맘에 안드는 이상한 선생들이 산더미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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