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아톤을 봤습니다.
주변의 평 때문인지 기대를 너무 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떻게보면 스토리의 커다란 굴곡없이 감정의 흐름만으로 진행될 내용을 상당히 스피디하게 끌어냈더군요. 시간이 그렇게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헐리우드 영화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만약 이게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초원이와 코치의 감정 교류와, 초원이로 인해 삶을 되찾게 되는 코치 쪽에 훨씬 부각이 맞추어졌겠지요. 다행히도 이 영화는 어머니와 초원이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어머니의 자각이 ‘과장’되지 않게 그려집니다.
조승우는……….정말 물이 올랐더군요. 마지막으로 초원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저는 ‘제로영역’을 떠올렸습니다. -_-;;;;;; 중간에 한강 강변이 그렇게 예쁜 곳인지도 처음 알았어요.
영화속에서 자폐아란 감정의 표현을 하지 못해 타인과 교류할수 없는 장애라고 나옵니다. 그렇다는 것은 곧 타인과 감정을 나눌 수 없다면 지능이 5살 근처에서 멈춰버린다는 의미일까요. [극중에서 초원이의 지능을 5살 정도로 설정했기에] Emotion과 Intelligence는 사실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겠지요. 정신과 육체가 그러하듯이.
초원이의 마지막 웃음은 감동적이면서도 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예전에 조카가 태어났을 때, 그 어린아이가 울고 웃는 것을 보면서 친구가 한 말이 있습니다. ‘갓난 아이의 웃는 것은 생존본능’이라고 말이죠. 그런 아이들에게 울고 웃는 것은 정말로 ‘삶과 죽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욕구가 부족하면 욺으로써 그것을 요구하고, 만족되면 웃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웃음이라는 것이 ‘애정’을 끌어낸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울지 못하는 아이는 금방 죽을겁니다. 그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부모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웃음은 좀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그 표현수단들이, 어느정도에 이르면 생활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됩니다. 울지도 웃지도 않는 인간은 갓난아이와 다른 의미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힘들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초원이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충족을 위해, 웃기지 않아도 웃는 법을 배우고 슬프지 않아도 우는 법을 배웁니다. 그것이 사회입니다.
초원이는 진실로 기뻤기에, 미소를 지었을 겁니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러했겠지요. 하지만 웃는 법을 배웠다는 것은, 얼마 안가 웃기지 않아도 웃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능만으로 둘러싸여 있던 세상을 벗어나 이 현실에 부딪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의도로 ‘웃는 법’을 배우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되는 한 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제기랄, 역시 표현 능력이 한참 부족하군요. 여하튼, 제게는 그 활짝어린 미소가, 영화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결코 속이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청년이 달릴 때 싸아~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던 마음이 다시 철커덩하고 가라앉는 기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바보처럼, 참으로 바보처럼.
2.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을 봤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악평을 들어서 기대를 단단히 한 탓인지, 저는 그다지 나쁘지 않더군요. 뭐랄까, 아직 읽지도 않은 원작의 분위기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느 한 부분에 만능인 소년소녀들, 그리고 계속해서 그들을 덮쳐오는 변장의 명수이자 악당 백작과 하나하나 밝혀지는 비밀. 이것만 보면 아주 단순한 어린이용 환타지 소설이 되어야 합니다. 다만 거기에 매치되지 않는 것은 아주 음울한 분위기. 안개어린 배경, 소년소녀들의 불안과 눈물…이겠지요. 아무래도 영화는 그 두 개가 한꺼번에 어우러진다는 것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일관성도 없어보이고 스토리도 이상하고 인물들도 과장되어 보일테지요. 그 모순된 요소를 모순된 그대로 짚어내지 않으면, 재미가 없을 수 밖에요.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 어떤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변장을 거듭해가며 과장스러운 연극조의 몸짓으로 올리버를 괴롭힌다고 칩시다. -_-;;; 가해자는 우습지만, 피해자는 우습지 않습니다. 그 불균형을 받아들일 수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따라서 짐 캐리는 훌륭했습니다. 그렇게 연극조로, “나는 나쁜 놈입니다”를 얼굴에 써붙인 밀랍인형처럼 과장된 목소리로 악역을 해낼 수 있물도 흔치 않을 겁니다. 주드 로는 목소리가 정말 섹시하더군요..크윽. 두 아이들 역을 한 꼬마 배우들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 특히 바이올렛 역의 아이는..뭐랄까, 눈에 무척 익은 얼굴이었어요. 한참동안 생각해본 뒤에 떠올린 건 소피 마르소+스칼렛 요한슨이었는데, 가끔씩 비버리힐즈의 셰넌 도허티를 연상케 하더군요. 어떻게 클지 기대됩니다. 클라우스 녀석도요.
영화가 끝나고 반디스에 가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샀습니다. 로봇 비전을 끝내고 읽어볼 생각입니다. 레모니 스니켓 시리즈를 사고 싶었지만, 1,2권이 품절이라고 하더군요. [벌써???] 게다가 표지가 짐 캐리가 나온 영화용 하드커버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제가 원하는 건 나니아 연대기처럼 세트로 된 페이퍼북이었거든요. -_-;;;; [영화가 나왔다는 이유로 원작 표지에 영화 스틸 컷을 붙이는 건, 출판사의 입장은 백분천분 이해되지만 제 취향은 아니라서요] 그렇다고 한글판은 사고 싶지 않으니………아마존에 주문을 해야하는 걸까요..쿨럭.
3. 다음으로 노리는 건 그때 그사람과 클로저입니다. 으흐, 설 때 다 볼 수 있으려나…ㅠ.ㅠ
1. 말아톤에 대해서는 악평하시는 분들이 없더군요. 조승우 씨의 연기나 무난한 연출 칭찬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2. 원래 우리 나라에서 서구 특유의 개그나 환타지성이 크게 환영받지 못하지요. 캐리 형님은 여전하시군요…
음,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지능이 멈췄기 때문에 타인과 교류를 잘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자폐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복잡하더군요.;)
정말로 재미있나 보네요. 예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언뜻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리뷰 감사합니다! 저도 저 두 영화는 봐야겠어요…
말아톤 봤습니다. 제게는 무서운 영화였어요=_=;;; 저 역시 그 마지막 미소는 좋게 볼 수만은 없더라구요. 조승우 씨 연기 참 잘하더군요. 아아…orz
클로저 보고 싶습니다 ㅠㅠ
영화 번개는??? OTL
말아톤은 저도 보고 싶어요.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가능하려나… 훗~
짐캐리때문에 본 영화였는데….
소재도 좋았고… 연기력도 너무 좋았는데…. orz
영화가 지루함을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때문에 좌절스런 영화를 봤습니다…하하;;
냉혈한/ 1. 개봉 시기 자체도 아주 잘 맞춘 것 같습니다.
2. 전 사실 반지가 개봉했을 때 인기 끈 걸 보고 무지 놀랬었어요. 성공 못할 줄알았거든요..ㅠ.ㅠ
캣시스/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닭과 달걀의 문제이기도 하니. 장애의 종류야 확실히 이거다! 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지요. ^^* 영화, 잘 보세요.
엠/ 헉, 엠님도 얼음집 블로그가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음, 확실히…뭐랄까 무난하긴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다른 방식에서 바라보면 다른 식으로 섬짓하고 무섭기도 한 영화지요. 순수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게 일면 슬픈 일이긴 합니다만….조승우씨가 더욱 앞으로 나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클로저….ㅠ,.ㅠ
電腦人間 / 으헉……………..으음, 영화번개는..뭐랄까…예매하기가….ㅠ.ㅠ 쿨럭. 으음 5명 내외라면 어찌 될지도…ㅠ.ㅠ 원하시는 분과 영화 보실수 있길 빕니다!
아리망/ 안녕하세요. ^^* 레모니 스니켓은 친절한 해리포터 시리즈보다도 더욱 원작을 읽은 이들을 위한 서비스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책 네권을 한꺼번에 진행시킨데다 망원경의 비밀 또한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속편이 나오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저는 말아톤에 대해서 쓰지도 못 했는걸요.^ㅂ^
홍보용 거품만 조심 하면 잘 볼 수 있는 영화인데, 내용에 대해선 입을 뗄수가 없었어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안녕하세요. 트랙백을 하지 않고 글을 조금 인용하고 싶어서 흔적 남깁니다. 레모니 스니켓에 대해서 쓰는데 바이올렛 배역의 소녀에 대해 쓰신 부분이에요. 이글루 주소를 남길테니 혹여 보시고 싫으시다면 연락주시는대로 지우겠습니다.
http://crazyfou.egloos.com/
휴지심/ 원래 감상문이란..내킬 때 쓰지 않으면 영원히 쓰지 못하는 녀석이라…..ㅠ.ㅠ 너무 칭찬일색이라 오히려 조금 꺼려지는 부분도 있더군요.
씨리얼/ 레모니 스니켓에 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런 인용이라면 안 지우셔도 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