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내추럴 1시즌 13화 “루트 666”

[수퍼내추럴] “Walk Away” – James Gang

아래 “Walk Away” 를 작성하다가 생각이 계속 흘러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 놈의 글쓰는 버릇은 정말 최악입니다. 글이 삼천포로 빠지다 못해 삼도천 건너까지 흘러가요, 쩝. 아무래도 마감 스트레스를 이런 거 쏟아내는 걸로 해소하고 있는 듯 -_-;;

“루트 666″에서 딘이 큰 마음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은 고백 – “난 귀신을 잡으러 다녀” – 에 대해 캐시는 “미친 거 아냐?”라고 반응합니다. 그리곤 자신과 헤어지기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딘을 먼저 차버렸죠. 이 최초이자 마지막 실연[그 전까지는 아예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으니]은 딘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사람들에게 마음의 벽을 더욱 견고하게 쌓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딘이 얼마나 커다란 상처를 받았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1시즌 8화 “벌레”에서 보여준 딘의 행동이 더욱 의미깊게 다가옵니다.

8화에서 딘은 자신들의 말을 믿어주는 소년 매튜에게 “아버지에게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 말고 거짓말을 할 것”을 당부합니다. 물론 딘은 그 전부터도 늘 사람들에게 늘 거짓말로 얼버무리곤 했습니다만 8화에서는 딘의 거짓말이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각돼요. 저 녀석 무슨 강박관념이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요. 특히 인디언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에는 정면으로 “넌 거짓말쟁이야”라는 타박을 들을 정도죠.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전 “아니, 이 아저씨가 남의 속도 모르고!”라고 투덜거렸습니다만, 할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딘 같이 뺀질거리는 녀석이 와서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으니 아니꼬워 보이는 게 당연하겠죠.

캐시의 에피소드는 파일럿에서 딘이 샘에게 던진 “제시카는 네 실체를 아니?”라는 질문을 자동적으로 연상시킵니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형제의 성격은 확연합니다. 평소에 밥먹듯 거짓말과 사기를 치고 다니는 딘은 몇 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거쳐 열렬한 사랑에 빠진 [샘은 형이 하룻밤 상대가 아니라 한 여자와 일정 기간 동안 데이트를 했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상대에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이것은 그가 캐시를 “미래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그리고 분명 캐시도 그걸 고려하고 있었고요.] 한편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될 수 있으면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샘은 1년 반 이상 데이트를 했고 같이 살고 있으며 청혼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여자친구 제시카에게 “자신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평생 사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다고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딘은 앞으로도 계속 사냥을 할 예정이며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적어도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지만, 샘은 “사냥”을 영원히 그만두고 과거를 버리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쓰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다시 말해 두 형제 모두 자기 자신에게 있어 최선의 판단을 내린 셈이죠.

딘은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기에 소수의 사람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 캐시를 만난 뒤에 그는 조건없이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났다는 사실에 가슴 설렜을 겁니다. 딘에게는 속을 털어놓을 사람,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 자신을 비난하거나 “거짓말쟁이”라고 쏘아붙이지 않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샘이 이미 대학으로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이의 존재가 더욱 절실했을 겁니다.] 딘은 소수의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 외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서는 기꺼히 감내하는 성격이지요. 속으로는 상처받을 망정 그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삶 자체가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가 남을 희생시키느니 차라리 자신을 희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사람을 얻는 데 실패했고, 이로써 더욱 깊은 고립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동생과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증가했음을 뜻하죠.

아, 그러나 샘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소수의 사람들이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타입입니다. [두 형제에게 “사랑하는 단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게 좋아,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한테서는 사랑받지 못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게 좋아”라는 그 흔한 테스트를 한다면 꽤 재미있을 겁니다.] 샘은 정직하고 온화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며 자신이 상처받기 싫은만큼 남에게도 상처주길 싫어합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자신도 그 중 한 사람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희생’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동생의 특권이기도 하지요.

동생들은 늘 “형이[혹은 남들이] 가진 것과 같은 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아이들을 생각해 보세요. 꼬마애 둘을 나란히 가게에 데리고 갔다면 형에게 큰 것, 동생에게 작은 것이 아니라 동생의 “나도!!!” 공격 때문에 결국은 같은 것을 사 주게 될 겁니다. 나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형은 천원짜리 과자 사주고 동생한테는 오백원짜리 과자 사주는 부모가 어디 있나요. -_-;;; 형이 대학교 들어갔을 때 컴퓨터를 선물로 받았다면 네살어린 동생은 4년 뒤가 아니라 아마 1년 뒤인 고등학교 입학할 때 똑같은 선물을 받을 겁니다. [옙, 형님들,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그래서 샘은 모든 것을 갖기를 원합니다. 만일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면 적어도 많은 것, 남들과 같은 것을 갖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그는 가족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택했죠. 제시카는 그러한 새로운 삶을 의미하는 새로운 가족이고요. [물론 둘다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샘은 형과 아버지도 포기하지 않았을 겁니다만.]

13화는 딘이 중심이긴 하지만 저는 샘의 반응이 좀 더 감정적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6화 “skins”에서도 그랬지만, 형의 속내나 비밀을 알았을 때 샘의 반응은 “어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파가 없어요. 아직 우애를 다지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해도 18년을 같이 살았는데 말이죠. -_-;;; 이렇게 눈에 잘 띄지 않고,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살짝 엇나간 곳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감정들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샘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자질구레한 곳에서 실종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게 감독 탓인지 배우 탓인지는 알 수가 없군요.

확실히 제러드는 미묘한 표정연기보다는 강렬하게 터져 나오거나 폭발하는 쪽이 훨씬 인상적입니다. 젠슨은 그 반대고요. [그러니까 베드신만 봐도…푸하하하핫] 배우 자신의 성격 탓도 많이 좌우하는 듯 해요. “난 이블샘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럴만도 해 보입니다. 그 쪽이 훨씬 잘 맞고[아우, 샘 눈 가늘게 뜨면서 야비한 표정 짓는 거 정말 최고지 말입니다. ㅡ.ㅜ] 원래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걸 좋아하기 마련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역시 이야기가 점점 더 가관. -_-;;;;;; 실연에서 형동생 관계에서 이젠 배우까지 와 버림. 스타워즈는 십년 넘게 봐서 대충 정리라도 되지, 이건 뭐. ㅠ.ㅠ

수퍼내추럴 1시즌 13화 “루트 666””에 대한 6개의 생각

  1. sinful lip

    맞아, 난 그래서 캐시가 더 미워! 딘과 러브씬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진짜 상처준거잖아 흑..근데 그대 마감에 쫒기는 거 맞아? 이리 장문의 글을 올리다니 ㅋㅋ 나야 즐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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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덕분에 그 전날 무지 늦게 잤다는….ㅠ.ㅠ 아아, 이건 마감 도피증이야, 흑흑흑. 미칠 거 같아,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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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마리에

    덕분에 겨우 문제 해결했네. 자네 아니었으면 이글루스가 도산했나 하고 있었겠어. 노트북으로 들어가서 운영자한테 질문했더니 간단히 해결;;
    딴 소리였고.

    으아.. 너무 … 슬퍼. 딘 이야기는 왜 이렇게 읽고 읽고 또 읽고 슬픈 것이야!!! ㅠㅠㅠ
    글 읽고 나니.. 딘이 정말 캐시를 사랑했구나,, 싶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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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어제 하루 이글루스가 이상했던 것 같아. 그리고 짐작대로 어제가 그, 연령 무시기가 실시되는 날이더군. 제길.

      캐시의 심정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딘 인생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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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맞아요, 맞아. 엉엉엉. ㅠ.ㅠ 하지만 동생한테 그런 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딘도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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