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내추럴 2시즌 18화 “헐리우드 바빌론(Hollywood Babylon)”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편 중 하나입니다. 제작진이 대놓고 “에이, 요즘 너무 심각한데 우리 오랜만에 좀 놀아보죠?”라고 만든 게 눈에 보이거든요.
아, 맥지 아저씨[총제작, 가끔은 감독] 정말 어쩔 거예요. ㅠ.ㅠ 영화 촬영할 때 얼마나 위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쪼였으면 이런 에피소드를 만드냐고요. 크핫. 대놓고 영화 제작자 바보 취급해, B급 공포영화 비꼬아[뭐 이것도 애정이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만. ^^*] 형제들은 노골적으로 “PA(제작부 말단들)가 뭐야?” “몰라, 노예 비슷한 건가 봐.” 같은 대사를 치고 있고, 세트장 지나가면서 “길모어 걸스 촬영장이에요. 운 좋으면 배우들도 보실 수 있어요”라는 설명을 넣지 않나[사진만 봤는데 이 시리즈에서 제러드 미모 정말 후덜덜하더군요.]
무엇보다 공짜음식이라면 환장을 하는 딘의 식탐이 그야말로 절정을 달리죠. ^^
하지만 이 사악한 인간들은 아무리 낄낄거리는 와중에서도 가슴 아픈 한 대목을 넣는 걸 잊지 않습니다.
세트장에서 사람이 죽고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고 형제는 공포영화 세트장에 몰래 숨어들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합니다. 한데 샘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딘은 허리에 무전기를 차고 머리에는 헤드셋을 끼고 다른 스태프들과 친분까지 쌓아가며 당당하게 PA 짓을 하고 있지요.
“형님아, 지금 뭐하삼?”
“어? 내가 뭐?”
“허리에 찬 그건 뭐고 머리에 쓴 그건 뭔감. 대체 왜 노예짓을 사서 하고 있는겨.”
“응? 아니 뭐 하다 보니 괜찮더라고. 꼭 내가 팀의 일원이 된 거 같아서.”
……저, 이 장면에서 정말 뿜었어요. 야, 이 사악한 것들아, 이 와중에서까지 애를 갈구냐!!! ㅠ.ㅠ 라면서 말이죠.
윈체스터 형제는 살아오면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늘 떠도는 삶을 살았고 어딘가에 익숙해지기 전에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야 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샘이 활쏘기가 아니라 축구를 배우고 싶어했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돈드는 축구더냐, 새미야. ㅜ.ㅠ 파파존 등골 빠진다.]
하지만 새미가 결국 축구팀에 들어가고[게다가 상까지 타고] 학교생활에 성공한 반면, 딘의 언행은 그가 동생이 조금이나마 맛본 것을 손가락 빨며 곁눈질로 구경만 하는 데 그쳤으리라고 짐작케 해 줍니다. 딘은 동생을 돌보느라 제대로 친구를 사귈 틈도 없었을 겁니다.[비슷한 상황에 처한 소년이 불평을 늘어놓는 좋은 예가 있지요. “아기와 나”라고.]
딘이 아버지와 동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유도 당연합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집단에 소속되고 그러한 각각의 집단에 적당량의 애정과 집착과 책임감을 분배합니다. [“드래곤 라자”를 보세요.] 그건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넘어 자아와 정체성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지요. 그러나 딘이 가진 것은 오직 가족뿐이었고, 따라서 그의 애정은 한 군데에 집약되었습니다. “헌터”라는 집단에 속해있긴 하지만 이들은 그 특성상 개인적이고 매우 폐쇄적이며 타인의 울타리를 넘어가거나 그 안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경계한다면 모를까 -_-;;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과 욕구는 누구나 다 비슷합니다. 소위 인간에게 넌덜머리를 내는 족속은 그만한 경험치를 쌓았거나 사회성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딘은 그런 경험을 할만한 선택의 기회도 부여받지 못했고, 아버지의 교육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람들과 담을 쌓았을 뿐 늘 다른 인간들과 부대끼고 싶다는 욕구를 여전히 품고 있지요. [게다가 딘은 기본적으로 마초잖아요. ㅠ.ㅠ]
그래서 저 대사가 싱글거리는 딘의 입에서, 너무나도 가볍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러나왔을 때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무서웠어요. 그 동안 내내 입꼬리를 치켜 올린 채 기분 좋게 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팍! 하고 “어이 -_-;;;;;” 하는 표정이 되었더랬지요. 저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이, 들뜬 듯한 얼굴이 갑자기 안스러워 보이는 겁니다. [그 대답을 들은 새미의 표정 역시 ‘의혹’에 가깝지요.]
이런 사소한 한 마디, 한 장면을 발견할 때마다 기쁨과 환희에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습니다. 역시 제대로 된 팬질을 시키려면 이런 것들을 툭툭 내던져줘야!!! ㅠ.ㅠ
앗! 우리 정말 생각이 비슷한가봐..무서운데 ㅎㅎㅎ
헉, 나 방금 그대 블로그 가보고 엄청 놀랐어. 우리 정말 왜 이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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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아아아 저도 저 대사에서 찡했어요 ㅠㅠ
슈내 제작진은 사악한 존재(!)라는 사실은 저런 사소한 것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는 거죠… (?)
저게 아마 3시즌쯤에 나온 대사와 상황이었다면 샘의 표정은 좀 달랐겠지요. 그 생각을 하면 더 마음이 찡해요.ㅠ.ㅜ
저런 와중에 저렇게 치고들어오면 진짜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