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성술 살인사건
사실 저 표지의 책을 읽은 게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고로 10년도 훨씬 전에 출간된 녀석이었죠. 신판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번역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제 느낌은 그야말로 “80년대의 냄새가 물씬” 정도군요.
사실 처음에 무척 당황했어요. 이 장황하고 촌스러운 문체는 무엇이란 말이냐. 나, 이거 계속 읽어야 하나. 하긴 제목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어, 등등등. [저는 오늘 인터넷 서점을 뒤지기 전까지 이 녀석이 이렇게 유명하며, 신판이 나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지 한 동안 눈에 이상하게 계속 띄길래 빌려온 거였거든요.]
추리소설로서의 수법 자체는 꽤 좋은데[비록 이미 익숙한 트릭이라 할지라도] 글 자체에 몰입이 잘 안 됩니다. ‘발로 뛰어다니는 나’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모으기 때문에 이들과 동일시하거나 적어도 한 편이 될 필요가 있음에도 매력이 전혀 없어서 집중이 안 돼요. 이 일본판 홈즈 탐정님과[뒤팽도 조금 섞어 놓은 듯한] 왓슨 치고는 무척 적극적이고 꼼꼼한 친구분[탐정 A의 파트너, 라고 하기엔 참 말이 많으시더군요.]의 앞서거니 뒤서거니는…그러니까….재미가 없습니다. -_-;;;;;;;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는 형식은 다른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이들과 같은 말투나 대화 형식도 꽤 흔한 모양새인데, 이들의 “연극적인 행동”들은 너무 붕 떠 있어요. 인물들을 제대로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두 사람은 서로 어울리지가 않아요.]
어차피 기대를 안 하고 손을 댄 작품이긴 한데, 점수를 잘 주지는 못하겠군요. 추리소설은 트릭만으로 점수를 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2. 마법 살인
조나단님의 “최악의 표지 어워드”에서 보고 “어라, ‘드레스덴 파일’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라고 빌려온 놈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저 표지가 더더욱 ‘죄악’으로 보입니다. 무슨 생각이었던 거지, 이 편집자. -_-;;;]
필립 말로보다 약간 덜 회의적이고 약간 덜 시니컬하고 약간 더 순진하고 약간 더 착하고 약간 더 사회적이며 여자들이 약간 덜 꼬이는, 그러나 충분히 귀엽고 멋진 마법사 탐정님 되시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청소년 소설에 가까운 데가 있어요. 웬만한 할일 다하고 충분히 영웅적인 주인공인데도 “어른”의 느낌이 아니라 아직 덜 자란 “소년”의 느낌이 나고요. [마법이라는 배경과 얽혀 더욱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자주 나타나는 모건 아저씨만 아니었더라면, 혹은 조금만 미묘한 부분을 살렸더라면 점수를 조금 더 줄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상큼발랄 즐겁게 읽었습니다. 사이파이 채널에서 만들었다는 TV 드라마를 찾아봐야겠어요.
사실 이 책의 가장 깨는 부분은 작가 설명에 있습니다. 아픈 동생에게 “반지의 제왕”과 “한 솔로 어드벤처”를 갖다준 누나나, 그 두 책을 동시에 읽고 이 세계로 빠진 작가나,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_-;;;; 재미있는 건 “마법살인”을 읽고 나면 왜 후기에 저 이야기를 집어넣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단번에 작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3. 홍루몽 살인사건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홍루몽”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기야 한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이름 달린 게 어디 한두 개 인가요. -_-;;;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솔직히 어떤 식의 글일지 잘 감이 안 잡혀요. 이 보다 열배는 길고 열배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열배는 묘사가 많다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요.
책의 분위기는 무척 마음에 듭니다. 마치 화첩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비현실적인 세계의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아주 잘 살아 있어요. 반 홀릭 씨의 ‘공안소설’과는 매우 다르지요. [따라서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환상소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부는 봄날 벤치에 앉아 읽기에 적격입니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의 그 소년, 유령이라고 생각한 건 저 하나 뿐입니까?
덧. 그러고보니 세 개 모두 “살인”이라는 단어가 들어있군요. -_-;;;
살인 마니아시군요(…)
살인살인살인………
놈놈놈도 아니고 말이죠 (……………..)
저 마법살인…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나온 건데.. 교정까지는 참여했는데 경영악화로 편집자들 다 쫓아낸 다음 사장 혼자서 디자인해서 낸 책이에요. ㅠ,ㅠ 흑흑. 애정이 담기지 않은 디자인이랄까 그런 거죠. orz
헉, 그런가요? 역시 출판사의 적은 재정악화인 듯 합니다. 흑흑, 아무리 그렇대도 저 번개사진은 좀….ㅠ.ㅠ 이왕이면 애정을 담아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악.
전 홍루몽 살인사건을 다 읽은 다음에 이야 이거 홍루몽 팬픽인데? 싶었어요…;; 이 책하고 홍루몽하고는 완전 다른 책이어요 ㅠ.ㅠ 그냥 홍루몽 읽고 팬심(캐러모에)과 망상 작렬!! ..같은 느낌?
스카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흑
Zannah/ 으하하핫, 저 세권을 나란히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직원 무슨 생각을 했을지….
하율/ 그렇군! 팬픽이었군!!!!!
3. 저 책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기나긴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만…트랙백 드릴게요. 의외로 원작을 좋아하실 듯하기도…탐미와 허무주의와 주지육림이 철철 흐르기는 하는데,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기는 부분도 종종 있고요. :]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흑, 그런데 원전의 분위기는 유페미아님 설명을 들어도 잘 안잡혀요. ㅠ,ㅠ 덕분에 궁금증은 더해만 가지만요. 그런데 저도 "미소녀" 부분은 정말 히껍하면서 읽었지 말입니다. 도대체가 빠지는 적이 없으니, 원.
"탐미와 허무주의와 주지육림"은 무척 마음에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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