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끊임없는 뉴스검색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동영상
고양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희 어머니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음, 정확히 말하자면 동물을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죠.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라면 질색을 하시고요.
저는 몇년 전 고양이를 입양받아 키운 적이 있습니다.
한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와 따로 살고 있는 제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더니
급기야는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제가 출근을 한 사이
만지기도 싫다고 이모를 시켜 우리 꼬마를 이동장에 넣어서는
수의사인 사촌언니네 병원에 보내 어디 보내버리라고 하신 탓에
결국 포기하고 키우던 꼬마를 다른 집에 보내야 했던 일도 있습니다.
그때 여지껏 부모님과 웬만한 말다툼 한 번 안 해본 제 인생 처음으로
“밥상을 뒤집어 엎어버리겠어!!!”하고 생각했었죠.
그로 인해 깨달은 사실이 있으니
자고로 반항이라는 건 나이어린 십대 시절에 실컷 해 둬야 한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고 나면 부족한 경험과 온갖 어택 때문에 반항다운 반항 같은 건 꿈도 못꾸니까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말한 사람 대체 누굽니까. -_-;;; 자식도 자식 나름이고 부모도 부모 나름이죠.]
그리고 몇년 뒤, 명절이 되어 집에 내려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차저차 하다 족보 이야기가 나와 집안 식구들끼리 앉아 박씨 집안에 관한 신문 기사를 찾아 읽어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집안과 얽힌 고사가 하나 있었는데 대충 기억나는 대로 설명하자면,
연산군 시절, 유명하신 박씨 조상님 한 분이 남쪽에 귀양내려와 있다가 임금님의 부름을 받고 다시 한양에 올라가게 되었답니다. 아, 나를 용서해주시려나보다 라는 마음에 즐겁게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고양이 한마리가 길을 가로막더니만 다른 길로 막 따라오라고 꼬이는 거예요.[옛날 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그런 거 있잖습니까, 네.] 그리하여 그 고양이를 따라가던 조상님은 예정일보다 며칠 늦게 궁에 도착했는데, 그 사이 중종반정이 일어나서 세상이 바뀌어 있었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예정된 날짜에 궁에 도착했더라면 사약을 받았, 아니 목에 칼이 들어왔나? 음, 어찌되었건 죽었을 거라는 사실이었지요.
그리하여 가슴을 쓸어내린 조상님은 내려가는 길에 그 고양이를 만난 일대 땅을 사들여 사당을 지었다나 어쨌다나…..음, 이 대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리고는 후손들에게 고양이 덕에 목숨을 건졌으니 앞으로 내 후손들은 결코 고양이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답니다.
여하튼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는 의기양양하여 어머니께 말했습니다.
“거 봐! 집안 내력이 이렇다잖아!! 그런데 왜 엄마는 고양이를 싫어하고 막 내다 버리려고까지 그래!”
어머니는 아주 태연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난 심씨야.”
. . . . . . . .
OTL 완패 ㅠ.ㅠ
ㄷㄷㄷ 어머님 강하시군요.
반항이라면 전 나이 스물에 들어서 느즈막이 반항을 시작해 서른이 된 지금까지 반항중인…[십대때 못한 한을 이제사 푸는 건지…]
그대가 반항하면 확실히 부모님이라도 조금 무서우실지도……ㅠ.ㅠ
맞아, 나이들어 한 푸는 거 못할 짓이지. 남들한테 욕을 들어먹기도 쉽고.
아니 따로 사시는데 고양이 좀 키우면 어때서…..
괜시리 제가 울컥하네요-ㅜ^
제 말이 말입니다! 아 진짜, 억울해 죽겠어요.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살면서 알아서 하겠다는 건데.
헉 그렇지요. 어머님은 다른 성씨^^;;
정곡을 찌르셨지요. ^^
으하하하 ‘난 심씨야’ OTL 모르긴 몰라도 울 엄마도 분명 저러실 거예요;;;
울 어마마마는 ‘고양이’라는 낱말을 발음하는 것도 너무너무 싫어하셔서 ‘고씨’라고 하신다죠-_-
근데 왠지 ‘고씨’라고 부르니까 더 귀여운걸. 알고보면 미샤냥네 어머님 괭이들을 좋아하시는 거 아냐?
그 고양이 왜 안보였나 했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고만ㅋㅋㅋ……….
그게 눌재 박 상 선생에 관한 고사였지. 연산군 때의. 연산군 후궁의 아비를 장살-백성 수탈한다는 죄로- 했던지라 그리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갔던 건 아니었다능.
참,오타… 중정반정이 아니라 중종반정…
저런, 올라갈 때부터 불안햇구나. -_-;;; 아, 오타 땡큐.
아아아아아아~~~ 녹아요~~~ 녹아요~~~
저건 고양이의 탈을 뒤집어쓴 천사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