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블 데드” 보고 왔습니다.

우선, 아직 버릇이 안 되어 카메라를 안가지고 간 게 참 아쉬웠습니다. 공연장 바깥에 전기톱과 지하실과 좀비 손이 설치되어 있더라구요.[하지만 손 안에 채워진 솜은 미스!!!] 거기서 단체사진을 찍는 팀도 있더군요. 아흑, 부러버라. 전 친구들과 카메라아~~~를 징징거리며 핸펀으로만 몇 번 찰칵하고 끝나고 말았습니다만.

일단 “공포”는 버리고 전략적으로 “웃기려고” 만든 작품입니다. 그 점에서는 약간 실망했어요. 아니, 물론 원작 자체가 코미디긴 하지만, 그래도 1편은 정통 호러영화에 가깝잖습니까. 하지만 뮤지컬은 1, 2편을 한데 합쳐 거의 콘서트에 가까운 코미디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숲속의 산장과 좀비는 그저 ‘맥락’에 불과한 거지요.

무엇보다 뛰어난 점은 현지화라고 하겠군요. 은어와 성적 대사가 난무하긴 하지만 대사와 가사의 재기발랄함에는 절로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진짜 센스 최강이에요. “우하하하학, 저게 뭐야아!!!”라고 외치면서도 그 순간만은 박수를 치며 폭소를 터트리게 되는 기발한 소품들도 귀엽고요.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만, 간혹 뜬금없는 대사나 웃기려는 요소 때문에 상당히 어수선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시잖아요. “이블데드”는 “싸구려와 어설픔”이 생명이지요. 푸하하하핫.

객석의 숲속 장치가 좋았습니다. 공연장이 작은 편이라 가족같은 분위기도 공연의 흥겨움에 한 몫을 더하고요. 스플래터 존은 약간 실망. 피를 뿌려야죠오!!!! 묻히는 게 아니라아!!! ㅠ.ㅠ 제가 본 공연은 동호회 같은 곳에서 단체로 나왔는지 앞쪽에 다들 도끼가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더군요. 전에 공연을 본 분들인지 이미 핏자국도 묻어 있었고요.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역시 다르더라는. [아흑, 근데 무작위로 뿌려진 그 붉은색, 탐나더이다] 비명을 지르긴 하지만 다들 신나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 [역시 그게 하이라이트죠. ㅠ.ㅠ] 그리고 그 판초!!! 판초오!!! 국방색만 아니었더라면 당장 손에 꿰차고 날랐을 거예요! 아흑, 왜 그리 예뻐!!!!

넘버는 웃기는 게 많았는데 정확히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가사를 듣느라 귀를 쫑긋 세워서 멜로디를 놓쳐버리기가 십상이거든요. [하지만 역시 가사!!!! 가사가 최강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 뮤지컬에서 중요한 건 노래가 아니니까요. 앵콜 부분에서 배우들이 서로 다른 배우들의 넘버를 부르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상당히 멋진 서비스더군요.

프로그램을 안 사서 배우들 이름을 잘 모르겠군요. 저는 “류정한/ 김재만” 캐스팅을 보고 왔습니다. 솔직히 애쉬보다는 스콧 킴재만 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좀 더 튀었고, 전체적으로는 여자배우들이 더 눈에 띄더군요. “어떻게 저런 웃음소리를 내지?”라고 닭살 돋게 했던 애니 역의 배우가 나중에 노래부르는 걸 듣고 “뭐야, 저 허스키보이스는!!!”이라고 경악했고, “셰릴” 역 최혁주 씨 진짜 귀여웠어요. 아구.

“이블 데드”라는 뮤지컬을 보러가시는 분들이라면 대충 성향이 있겠지만,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러 가셔야 합니다. 작고 어설프고 노골적이고 실없는 농담을 발 구르며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한껏 즐기고 돌아오실 수 있을 텝니다만 안 그런 분들은 ‘뭐야, 이거’라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덧. 저도 “S마트!! S마트”에 취직시켜주세요. ㅠ,ㅠ

뮤지컬 “이블 데드” 보고 왔습니다.”에 대한 7개의 생각

  1. 191970

    류정한씨도 좋지만 류정한씨 원래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조정석 애쉬쪽이 더 좋을 거 같아요. 🙂 이쪽 애쉬는 정말 완전 귀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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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ponine77

    끙..부럽습니다. 보려고 찍어놓았던 작품인데..여태 못 보고 있거든요. 게다가 돌아오는 5월달에도 찍어둔 공연이 많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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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191970/류정한 씨도 귀여웠어요. 그 뻣뻣한 몸이 진짜 애쉬같아서. 푸핫!!! >.< 우어, 저한테 조정석씨는 "바람의 나라"의 호동 역으로만 기억되고 있어서 잘 상상이 안 가네요.
    eponin77/ 재미났습니다. 원없이 손뼉치며 웃고 나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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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ukesky

    4mysoUl/ 매스컴에는 꽤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어쩌면 제가 관심있게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
    Gullveig/ 저런, 요즘 바쁘신가 봅니다. 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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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솔직히 류정한 보다는 조정석씨가 낫던데…
    류정한씨는 골수팬들이 너무 그를 신성시하는데…
    이해 안감… 최고 과대평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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