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그래24의 은총을 받아 서울극장에서 하는 “버킷 리스트”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늘 그렇듯 가기 전에 알고 있던 정보라고는 모건 자유인 아저씨와 잭 니콜슨 아저씨가 나온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목록을 “버킷 리스트”라고 부른다는 사실하고요.

무척 재미있게 보고 돌아왔습니다. 우선 두 아저씨, 아니 이제는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배우들의 평소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온 까닭에 무척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두 주인공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잭 니콜슨 아저씨는 늘 그렇듯 재미있고 냉소적이지만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괴팍한 백만, 아니 천만장자 노친네고, 모건 아저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며 하느님과 선의 존재를 믿는 모범시민이죠.

그런 두 사람이 말기 암환자로 죽음을 앞두고 한 병실에서 만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무척 자연스럽게 역할극을 하고 있는 배우들입니다. 평소에 그들이 보여주는 이미지 그대로, 즉 예측과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습니다. 모건 아저씨의 느릿느릿한 나레이션은 쇼생크에서 이미 진가를 발휘했고, 잭 아저씨는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에서 이미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안전빵이지만, 성공했어요.

잭 아저씨의 입담과 그 얄미울 정도로 이죽거리는 표정은 정말 끝내주게 귀엽습니다. 심지어 뚱뚱한 몸에 환자복을 걸치고 항암치료 때문에 구토를 하러 화장실로 달려갈 때에도 “지나치게” 비극적이지 않아요. 그게 바로 영화의 두번째 장점이죠. 가장 감동적이고 슬픈 순간이 되어야하는 장면에서조차 기가 막히게 웃음을 뽑아냅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담담하고, 감정을 쥐어짜지도 않습니다. 가족과 관련해 지나치게 착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어느 쪽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조금 허술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화면은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 아프리카아!!!!! – 이렇게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냐는 생각도 들지요. 생각해보면 두 사람, 하는 일도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이들은 소위 죽음을 앞에두고 무언가를 후회하거나 지나온 삶을 숙고하러 간 게 아니예요. 말 그대로 “자신에게 남아있는 걸 즐기러” 갔지요. 죽기 전에 한번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음을 뽑아내려고 말입니다.

상당히 짧습니다. 기껏해야 90분이예요. 스토리는 리플릿에 나온 정도가 다고요. 치밀어오르는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릴만한 장면도 드뭅니다.[글썽거리게 해놓고 웃음으로 씻어버리거든요] 볼거리라고 해봤자 풍경 몇 개, 배우들은 이미 쭈글쭈글한 노인네들이죠.

하지만 즐거우실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덧. 저는 개인적으로 언제 죽을지 알고 싶어하는 4%의 인간인지라, 그들처럼 실컷 즐길 수 있었습니다만, 영화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문제는 항상 “남은” 자들이지요.
덧2. 제게도 토미 같은 비서 하나만 주세요. >.<
이름과 얼굴이 아무래도 너무 익어서 찾아봤더니, “윌 앤 그레이스”의 숀 헤이스였군요. 으흑, 그 때 자료도 그렇게 산더미처럼 뒤져놓고 잊어버리다니!!! ㅠ.ㅠ 여전히 귀엽습니다….쿨럭.
덧3. ……그렇지만 역시 돈이란 건 좋은 거군요. ㅠ.ㅠ

“버킷 리스트” 시사회 다녀왔습니다.”에 대한 4개의 생각

  1. lukesky

    슈타인호프/ 이 영화를 보면 돈은 역시 있고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먼산]
    stonevirus/ 예고편이 그렇게 예전에 나왔어? 전혀 몰랐는걸.
    에스j/ 아저씨들이 정말 멋져..ㅠ.ㅠ 건 그렇고 그대, 요즘 제대로 살아 있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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