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떤 것을 읽었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1.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상): 비밀노트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 타인의 증거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하): 50년 간의 고독

엄청난 거짓말들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실제로 후속편을 쓸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아귀를 맞췄다는 건 놀랍군요.

(상)권은 너무나도 무덤덤하여 오히려 판타지로서의 느낌이 강하고,
(중)권은 (상)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색깔이 가득한 세상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이며
(하)권은 그 둘이 우중충한 현실에서 만나 절망감으로 마무리짓게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 아닌 거짓말로 일관된 소설입니다. 하지만 좋아요. 사람을 약간 몽롱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한권한권의 마무리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뒷권으로 손을 뻗게 되지만 (하)를 읽고 나면 오히려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이유

아직 “모방범”을 읽어보지 않았으나, 지금껏 읽은 미야베 미유키 소설 중에서는 가장 정점에 서 있다 하겠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방사형으로 퍼져있음에도[게다가 다들 일본인이라 이름 외우기가 정말 후덜덜이에요] 워낙 짜임새 있게 이어져있어 앞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독자들은 이미 주어진 망을 타고 여기서 저기로 넘어다니기만 하면 돼요. 그러나 읽는 동안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군상은 좋습니다. 다들 어깨를 짓누르는 짐을 하나씩 지고도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입니다. 실제로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비열한 사람도 없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찢어죽여도 마땅한 놈인데 가까이 보면 쯧쯧 하고 혀를 차게 되는 그런 경우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작가는 언제나 이 정도의 거리를 두는 걸 좋아하는군요. 재미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시소게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은데 아주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사망진단서”가 제일 인상깊었습니다.

뭐랄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최고조에서 시작해서 “행복을 교환하는 남자”에서 팍 떨어집니다. 그리고 야금야금 어떻게든 분위기를 회복하려고 하다가 다시 내려가고, 끝에서야 다시 아주 조금 끌어올린달까요. 그래서인지 가볍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장은 훌렁훌렁 잘 넘어갑니다.

4. 그리고 “롤리타”

………..정말이지 아주 즐겁게, “오오오오오오, 에로틱해, 오오오오오오오, 왜 사람들이 난리쳤는지 알겠어. 오오오오오오오오, 좋구나아!!!! 오오오오오, 이 긴장감!!! 아우, 감질 맛 나! 오오오오오오오오!” 라며 읽고 있었건만,

……….미장원에 두고 왔습니다. -_-;;;;;;;; 그것도 분당에.
다시 사긴 좀 그렇습니다. 제길.
…왜 도서관에는 민음사 버전이 없는거죠. -_-;;;;

제게는 묘하게 자주 잃어버리거나 실종되거나 상황이 생겨 몇 번이나 사야 했던 책들이 몇 개 있는데, 예를 들어 “월든”이나 “앵무새 죽이기”는 자그마치 세 번이나 사야 했지요. 왠지 이 책도 그럴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뒷부분이 궁금해 죽겠단 말입니다!!!! 엉엉엉!!!!

그리고 어떤 것을 읽었나”에 대한 5개의 생각

  1. misha

    이번에 베렌님께 선물받은 책 중 한권이 바로 [이유]였는데, 집어들고 나서 정말 손에서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후 미야베 미유키 책을 두권 더 읽었는데 그 중에선 역시 [이유]가 제일 좋았어요.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느낌. [화차]도 굉장히 평이 좋던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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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달아

    이유와 롤리타,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아직도 못 샀습니다; 사실 이유는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거라 다시 사기가 쫌.. 음;; 그래도 책 욕심이 많은 녀석이니까 언젠가 결제하겠지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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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misha/ 확실히 "이유"가 제일 좋았어. 물론 내가 심심풀이 소품 격으로 쓴 작품들을 더 많이 읽어서 그렇겠지만. 아, "화차"도 괜찮아. "화차"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 라인에 속하거든.
    참달아/ 으윽, 저는 롤리타를 저렇게 잃어버리고 도서관에라도 가야겠다, 했더니만 도서관에 제가 찾는 게 없는 거예요…ㅠ.ㅠ 그런데 정말 읽은 책은 계속 순위가 미뤄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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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uphemia

    확실히 [이유]는 좋지요. [화차] 까지도 괜찮고요. [모방범]은 좀 너무 갔다 싶은 느낌이고, 그 외의 다른 소년 이야기들은 참을 수 없는 게 제 취향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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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ukesky

    euphemia/ 그 외의 다른 소년 이야기들은 취향이 너무 뚜렷하지 않나요? 전 그래도 키득거리면서 꽤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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